[망 중립성 폐지]통신사, ICT세상의 신으로 등극하나

김동표 입력 2017. 11.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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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뒤집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인터넷속도를 임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망 중립성 원칙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제정된 뒤 2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앞으로 통신사는 특정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고, 속도도 조절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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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접근차단·속도조절 할 수 있는 길 열려
"ICT기업 키우느냐 마느냐는 통신사가 결정하는 세상"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뒤집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인터넷속도를 임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망 중립성 원칙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제정된 뒤 2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망 중립성 원칙하에선, 망 사업자(통신사)는 망 이용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해야만 한다. 접근차단 금지·속도조절 금지·우선순위배정 금지가 망 중립성의 핵심이다.

즉, A에게만 접속을 허용하고 B를 차단해선 안된다. 인터넷속도를 A에게 100Mbps, B에게는 50Mbps를 제공해선 안된다. 트래픽이 몰린다고 해서 A에게 먼저 접속할 수 있는 특권을 줘서도 안된다.

FCC에서 12월 14일 표결이 이뤄지면 3:2로 폐기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에 미칠 영향은 없어보이지만, 한국이 그동안 미국 ICT정책을 깊이 참고해왔다는 점에서 우리와도 전혀 무관한 사건은 아니다.

문제는 망 중립성 폐지가, ICT생태계에서 통신사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안겨주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앞으로 통신사는 특정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고, 속도도 조절할 수도 있다. 통신사는 자회사의 서비스, 통신사와 협력을 맺은 업체에만 인터넷 접속권한과 빠른 인터넷 속도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ICT 생태계에서 통신사가 일종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2012년,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앱TV를 차단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이 해에는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기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통사들은 ▲무료 인터넷 전화인 보이스톡이 통신사의 음성통화 매출을 갉아먹고 ▲네트워크 투자 유인을 감소시켜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진다면서 보이스톡을 잠시 차단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와 카카오 같은 큰 회사는 그나마 문제제기도 하고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 수 있었지만, 문제는 스타트업들이다.

예컨대 동영상서비스 스타트업 A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통신사도 저마다 동영상 플랫폼 갖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A가 자사 서비스의 경쟁자다. 망을 보유한 통신사는, A사의 동영상 제공 속도에 제한을 걸어 화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는 "트래픽을 많이 유발한다"는 이유로 더 많은 망 사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스타트업에겐 치명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등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이야말로 망 중립성의 원칙 아래 승승장구 해왔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 원칙이 없었다면,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폭증하는 트래픽 비용을 대느라 서비스 확장에 상당한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망 중립성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는 자신이 돈을 투자해 깔아놓은 통신망에 콘텐츠 기업들이 올라타 막대한 돈을 거저 벌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콘텐츠 기업들이 유발하는 엄청난 트래픽 때문에 통신사들은 돈을 더 투자해 망을 확충해야 한다. 만약 통신사가 망 투자를 중단하면, 인터넷 이용자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 통신사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만큼 콘텐츠기업도 적정 금액을 분담하라"고 말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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