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부' 장나라, 지나온 삶들에 대하여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17. 11. 2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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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장나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인생 중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길 소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장나라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리던 삶도, 중국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랑을 받았던 삶도 모두 한 번이었기 때문에 가치가 있기 때문이란다.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기보다는 현재의 삶에 대한 가치를 오롯이 즐기고 있는 장나라다.

최근 종영한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극본 권혜주·연출 하병훈)은 웹툰 '한번 더 해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서른 여덟살의 동갑내기 앙숙부부가 이혼한 밤, 스무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 인생체인지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나라는 극 중 서른 여덟살에서 스무살 대학생 시절로 과거 여행을 하게 되는 마진주 역을 맡아 연기했다.

지난해 3월 종영한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장나라. '고백부부'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배우 김미경 때문이었다. 지난 2011년 드라마 '동안미녀'로 김미경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던 장나라는 "선생님과 또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여러 번 (출연 기회가) 무산됐다. 그러다가 이번 작품에 김미경 선생님이 출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건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미경이 가장 큰 이유가 됐지만 '고백부부'의 대본이 지닌 힘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재밌었다. 대본 자체게 어렵게 꼬아서 쓴 게 아니더라. 굉장히 진정성 있고, 인물들의 감정이 세밀하게 드러난 대본이었다"는 장나라는 다만 자신이 맡은 역할인 마진주 역할에 대한 공감은 조금 힘들었다고 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장나라가 주부인 마진주의 삶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 부분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허겁지겁 물에 밥을 말아먹고, 아이를 안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마진주의 일상은 그야말로 장나라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여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했다"는 장나라는 하병훈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주부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병훈 감독이 자신의 부인을 예로 들며 장나라가 모르는 소소한 디테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단다. 여기에 장나라는 주부들의 육아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정독하며 마진주의 삶에 점차 녹아들었다.

그렇게 마진주와 마주한 장나라는 이를 극에 잘 표현하기 위해 말투부터 신경 썼다. "현실 마진주를 연기할 때에는 제 평소 말투에 가깝고, 스무 살로 돌아간 마진주를 연기할 때에는 나이를 높게 잡고 연기했다"는 장나라는 "사실 우리 나이 대의 사람들이 드라마틱하게 말투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극 중에서는 스무 살 마진주와 서른여덟 살의 마진주의 차이를 명확하게 시청자분들에게 보여드려야 했다. 그래서 50대 아주머니의 말투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와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준비를 마친 장나라지만 초반 촬영에서 부침을 겪어야 했다. 장나라는 "초반에 감정 신이 많았다. 감정을 보여 주기 전에 서사를 충분히 풀어줘야 했었는데, 그런 서사 없이 감정신이 몰아쳤다"는 장나라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과거로 간 마진주와 최반도(손호준)의 현재의 사건을 동시에 보여주며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에 장나라는 "쉽게 집중이 안 돼서 놓친 부분들이 있었고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는 다행히 정신 차려서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면서 "방송으로 봤을 때는 감독님이 편집과 여러 가지 기술로 잘 살려놓으셨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 생활 10년 간 쌓인 오해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된 마진주와 최반도는 과거 여행을 통해 대화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 결혼 생활 동안 서로 죽일 듯이 싸웠던 두 사람이지만, 결국 그 싸움마저도 서로를 사랑해서 비롯된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최반도가 과거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해당 장면에 대해 장나라는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감정이 아닐까. 단순하게 생각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고, 다시 못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진주에게 있었을 것"이라면서 "진주한테 반도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한 번에 보여줬던 장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나라가 마진주가 되어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배우들 때문이었다. "연기할 때 그 친구들이 저를 마진주로 봐주었기 때문에 제가 더 몰입하기 쉬었다"는 장나라다. 이와 함께 장나라는 조혜정, 한보름 등 함께한 배우들에 대해 "그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제가 마진주를 그렇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너무 좋은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고 애정을 보였다.

"제 성격이 살가운 편은 아니지만, 좋고 싫음이 굉장히 분명하다. 그래서 누구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들러붙기 시작한다. 상대방이 진저리 칠 때까지 애교를 부린다. '고백부부' 비하인드 컷을 보는데 제가 혜정이랑 김미경 선생님한테 찐득하게 붙어 있는 모습들이 많더라. 그만큼 '고백부부'를 함께한 사람들 모두 좋았다."

마진주처럼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장나라는 "돌아가기 싫다"고 했다. 자신은 현재에 만족한단다. "좋은 기억들도 많기는 한데 다시 또 그런 수고를 하라고 하면 하고 싶지 않다. 지금 제가 자존감이 높아서 이런 건 아니어도 소소하게 지금이 좋은 것 같다"는 장나라는 자신의 과거 삶에 대해 "모든 게 힘들었다. 일단 건강이 몹시 안 좋았다.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제가 비몽사몽 한 상태였다. 제가 인지하지 못 한 순간에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는 것 자체가 저를 많이 지치게 했다. 그러다 보니 직업적인 성취감이 떨어지더라"며 과거를 돌아봤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2000년대 초반 장나라가 국내 연예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방긋방긋 웃으며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작품 안에서는 명량한 캔디가 되어 종횡무진했던 그 이면에는 간수치가 떨어져 약을 먹을 정도로 힘들어하던 '사람' 장나라가 있었다.

"그 당시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어른들도 이 어린 여자아이가 쉽지 않게 연예인이 돼서 그 정도 사랑을 받았으면 마땅한 응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다.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당시 어른이었으나 내면은 아이에 불구했던 저한테는 그것들이 힘들었다."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서서히 여러 환경들이 바뀌었고, 이제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고민하고, 또 사람들과 어울려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자체가 굉장한 축복이라는 장나라다. 그래서 장나라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과거에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이는 곧 내면의 성장으로 직결됐다. 남 탓만 하며 푸념만 하던 옛날을 지나 장나라는 "제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일도 많았을 거다. 많이 반성한다. 지금은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할 줄도 알았다. "저는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못된 것 같다. 다만 제가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것들이 많아서 못된 생각을 구현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장나라는 한결 단단해진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연기에 대한 성취감과 재미는 나날이 커지는 것 같아요. 저는 할 줄 아는 게 딱히 없어요. 연기할 때 말고는 제 자신이 '난 가치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라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연기라서 전 앞으로도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라원문화]

고백부부|장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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