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터치]삼성의 '특별한' 500억..사회공헌 '큰틀' 바뀐다

서명훈 기자 입력 2017. 11. 26. 07:00 수정 2017. 11. 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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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용 사회봉사단장, 산파 역할.. 사회공헌에 '진정성' 불어넣는다
이인용 삼성사회봉사단장. 2014.5.28/뉴스1

(서울=뉴스1) 서명훈 기자 =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주위 어려운 이웃을 위해 500억원을 쾌척하기로 24일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가 201억원을 내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이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성금 규모를 확정했습니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전날 이사회를 끝냈고 다른 계열사들도 내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진 피해로 신음하고 있는 포항 지역 주민들을 위해 30억원을 별도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 겉모습 같지만… 이인용 삼성사회봉사단장 ‘산파’ 역할

여기까지는 삼성이 그동안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는 금액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크게 다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룹 차원의 기부나 사회공헌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에서 결정을 하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한발 앞서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3월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과거 태풍을 비롯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성금을 내놨던 곳이 삼성이었습니다. 다른 주요 기업들은 삼성이 얼마를 내는지 보고 액수를 최종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과거 사례를 보면 재해 발생 이후 1주일 이내에 지원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포항 지진의 경우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가 먼저 나섰습니다. 삼성전자의 지원 결정도 지진 발생 나흘 만이어서 평소보다 이틀 정도가 더 걸렸습니다.

미전실의 빈자리는 삼성사회봉사단장을 맡은 이인용 사장이 메웠습니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그룹이 없어져서 그룹 이름으로는 하기가 어려워졌고 그래도 작년까지 하던 규모를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며 “계열사 사장님들께 좀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고 흔쾌히 참여하시겠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대외 기부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0억원 이상의 기부금에 대해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예년보다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 삼성 사회공헌 변화 예고, 키워드 ‘진정성’

앞으로 삼성의 사회공헌은 크고 작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회공헌은 기업이 부수적으로 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 필수적인 부분이 됐다”며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에 더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뜻을 담아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삼성 내부에서 사회공헌에 대한 고민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열심히 하는데 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지’가 고민의 한 축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생협력과 사회공헌 등 나눔경영에만 4448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임직원들의 봉사활동 시간만 108만3800시간에 이르고 봉사활동에 나선 팀도 1860개에 이릅니다. 임직원 1명당 평균 3시간 반을 봉사활동에 바친 셈입니다.

이 단장은 “상당한 규모로 집행을 해 왔지만 삼성전자가 한국사회를 포함해서 전세계 글로벌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며 “사회공헌의 틀과 메인 주제, 이런 것을 새로 정하고 그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각 지역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삼성만의 색깔을 명확히 하고 사회에 의미있는 기여가 될 수 있도록 사회공헌의 새 판을 짜겠다는 게 이 단장의 생각입니다.

삼성의 사회공헌이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인용 단장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12년간 삼성의 커뮤니케이션 수장을 맡아 수요사장단 회의 브리핑 등 민간 기업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시도들을 지속했습니다. ‘잠깐의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해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원칙으로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의미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그 가치가 내면화되고 그걸 통해 진정성 있게 일관되게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그의 말에 믿음이 가는 이유입니다.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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