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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아무도 모를텐데"… '대나무숲' 익명 고백 명암

머니투데이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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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사회적 이슈 생산…신분 인증 절차 없어 무책임한 폭로 우려

/그래픽=이재은 기자
/그래픽=이재은 기자
'익명성'을 무기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비리 등을 폭로할 수 있어 인기를 끌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사회연결망서비스)의 '대나무숲(대숲)'. 하지만 익명성 뒤에 숨어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 회사, 간호사, 채식주의자…감정 토로하고 비리 폭로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처음 대숲이 등장한 건 5년 전쯤이다. 2012년 국내 한 출판사 직원이 트위터 계정 '출판사 X'를 만들어 사장의 차명 재산을 비롯,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면서다. 해당 출판사가 계정을 추적해 계정이 사라지자, '출판사 옆 대숲'이란 계정이 대신 생기며 '대숲' 열풍이 시작됐다.


이후 빠르게 번져 각 대학, 다양한 사회집단, 직업군 별로 대숲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울대, 홍익대, 가천대 등 각 대학별 대숲을 비롯, 국회 사무처 직원, 보좌진, 정당 사무처 관계자 등이 이용하는 '여의도 옆 대숲', 시민사회활동가 대숲, 성노동자 대숲, 간호사 대숲, 채식주의자 대숲 등 다양하다. 게시판 관리자들에게 글을 보내면, 관리자들이 이를 게시판에 올려주는 방식이다.

대숲은 일상 곳곳에서 느낀 감정들과 차별들, 생각들을 치유하는 공간이 됐다. 익명이 보장되니 이용자들은 일상에서 받는 사소한 스트레스를 하소연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등 생각을 나눴다. 동성애 토론이 이어지기도 하고,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던 지난해는 여성혐오 토론도 분분했다.

은폐된 비리를 폭로하는 장으로도 이용됐다. 최근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의 간호사들이 장기자랑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선정적 춤을 춘다는 폭로도 지난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숲'에 올라온 글을 통해 이뤄졌다. 익명성이 보장되니 2, 3차 가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신분 확인 '미흡'… 운영자 필터링은 '취지와 맞지 않아'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해당 집단 구성원인지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이들이 집단에 대해 폭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증되지 않은 폭로성 글을 운영자들이 게시판에 올리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지난 9일 고려대학교 대숲 페이지에 올라온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익명으로 작성된 이 글에서 작성자는 "(내가) 어떻게 고대에 왔는데, 학벌주의가 더 심해져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더 대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예 진출할 수 있는 직업군이 분류되면 더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글이 화제가 되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등 입길에 오르자, 대숲을 둘러싼 비판여론이 고조됐다. '진짜 고대생이 쓴 게 맞냐'는 의심과 함께 '왜 운영자들은 이런 글을 거르지 않았냐'는 비판도 나왔다. 고대 페이스북 팔로워는 25만명으로, 4만명에 조금 못미치는 고대 재학생 보다 훨씬 많다. 재학생 인증 절차는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지인을 통해 답할 수 있는 쉬운 답변이어서 사실상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글을 쓸 수 있다.

이날 이후 고대 교내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숲을 폐지하라'는 글이 수십건 게재되는 등 비판 여론이 커졌고, 결국 지난 18일 고대 대숲 관리자가 글을 올려 사과했다.

관리자는 "마음에 드는 제보 내용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운영자의 필터링을 최소화해 평소에 하기 힘든 말들을 털어놓는 대숲의 기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서 "제보자가 고대생이 맞는지 의심하는 건 타당하며, 앞으로 제보자의 익명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고대생 인증 질문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대숲은 익명성 덕분에 문제를 고발해도 2차, 3차 피해로부터 안전해 우리 사회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뒷면에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하는 어두운 측면도 있기 때문에 관리자가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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