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銅이야기]②10원짜리 동전 원가는 14원이었다

전도성과 항균성 높은 동(銅), 일상 생활 곳곳에 쓰여
  • 등록 2017-11-25 오전 5:30:00

    수정 2017-11-25 오후 2:18:04

한국은행에서 1971년부터 발행한 ‘나 십원화’(좌)와 1983년부터 발행한 ‘다 십원화’(우). 두 동전은 황동(구리 65%, 아연 35%)으로 만들어졌다. (사진=한국조폐공사)
금속(金屬)이란 ‘쇠의 무리’, 즉 쇠붙이 전체를 의미한다. 우리말에서 ‘쇠’란 본래 철만이 아닌 금속류 모두를 포함한다. 특히 모든 산업분야와 의료, 예술 부문까지 쓰이는 동(구리)은 생산 지역이 광범위하다. 동은 석유나 금보다 정치적·지정학적 영향을 적게 받아 경제 지표인 ‘닥터 코퍼(Dr. Copper)’로 쓰인다. 앞으로 두 달간 동에 얽힌 어원과 역사, 현황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동은 전선과 동파이프에 가장 많이 쓰인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동 제품은 과거에 쓰던 10원짜리 동전이다. 동은 동전처럼 저렴하다는 통념과 달리 귀하고 유용한 금속이다. 동 원소기호는 Cu, 원자번호는 29번이다. 붉은 광택이 나며 전성과 연성이 커 가공하기 쉽다. 대신 녹는 점과 끓는 점이 높아 제련하려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로 쓰는 동전이 동 합금이다. 동에 니켈을 혼합한 백동(白銅)은 500원, 100원, 50원 주화에 쓰인다. 현재 10원짜리 주화는 알루미늄에 동을 코팅했다. 그러나 2006년 이전까지 발행한 10원짜리 주화는 무게가 4.06g이고 동 65%와 아연 35%를 섞어 만들어졌다. 이전에 10원짜리를 만들려면 동 14원어치를 써야 했다. 동전 원가를 악용해 동전을 녹이는 무리도 있었다. 한국은행은 고민 끝에 2006년부터 현재 10원짜리 주화로 바꿨다.

동을 화폐에 사용하는 이유는 동의 뛰어난 합금성과 더불어 유해 세균을 박멸하는 항균성도 갖췄기 때문이다. 또 부식에 강해서 반영구적으로 보전·유통돼 경제적인 점도 고려했다. 지폐 수명은 짧지만 동전은 수천 년을 넘어 전해 내려왔다.

동 제품은 이미 우리 일상을 장악했다. 전력선과 통신선부터 건축자재(동파이프·동봉), 자동차, 전자,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화폐(동전), 무기(총포 탄피), 예술품(조형물, 장식품, 판화)까지 다양하다. 활용 분야가 넓어져 수요가 안정적이고 가격도 높다. 런던금속시장(LME)에서 거래되는 전기동(전기분해를 거친 고순도 구리) 1톤 가격은 11월 기준 약 6813달러(약 740만원)이다. 전기동판 가격은 1톤당 약 924만원으로 같은 중량인 철판(75만원)보다 12배 비싸다.

동은 다른 금속보다 압도적으로 녹에 강하다. 1밀리미터(㎜) 두께 철판과 동판을 맑은 물에 넣으면 철은 6년을, 구리는 197년을 견딘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동 급수관은 그 일부가 5000년을 넘게 남아 있다. 검과 거울, 장신구 등 세계 각국의 청동기 유물들도 수천 년 동안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내려오고 있다. 동은 물이나 습기에 노출되면 표면에 얇은 피막을 형성해 더 이상의 부식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내식성이 강한 설비와 장비는 수명과 안정성이 높아져, 경제적 가치도 상승한다.

동은 전기와 열을 전달하는 전도성이 높아서 우리 생활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도성이 강할수록 에너지효율도 높다. 동은 지구에 존재하는 금속 가운데 은 다음으로 전기 전도도가 높다. 반면 가격은 은의 9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일부 전선은 저가 알루미늄을 사용하지만, 효율성이 동의 60% 수준에 못 미친다. 열 전도성도 탁월해, 난방용 배관과 보일러, 열교환기 배관으로 주목받는다.

동은 천연 항균성(抗菌性·균에 저항하는 성질)이 있어 의료용으로도 사용된다. 이집트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식수와 상처를 살균하기 위해 동을 썼다. 또 고대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00년에 이미 하지 정맥류와 족부궤양 치료에 동을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고려 시대부터 왕의 수라상에 놋그릇을 썼다. 놋그릇은 독성이 있으면 즉시 검게 변해 왕을 중독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요즘은 횟집 수조에 놋그릇을 넣어 미생물 번식을 막거나 동 깔창을 사용해 신발을 살균한다.

특히 순수한 동과 동 함유율 65% 이상인 동합금은 살균력이 탁월하다. 이를 항균동(抗菌銅)이라고 부른다. 항균동은 의료기관 감염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와 접촉 시 2시간 내에 99.9% 이상을 박멸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유일하게 항균동을 의료용 소재로 채택했다. 영미권과 독일, 일본 등은 2000년대 초부터 동 항균성 관련 연구와 병원, 공공시설에 항균동 시설 도입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도 2010년 국제구리협회와 LS-Nikko동제련, 풍산(103140), 서울아산병원이 공동으로 항균동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균동 소재로 제작한 침대 가드레일과 세면대, 문고리 등이 병원 내 2차 감염을 막는 데 효과적이란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슈퍼박테리아(MRSA)와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하자 항균동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미세먼지가 화두로 떠오르자 공공시설과 교통수단 내 공기조절 시스템에 항균동 필터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더불어 동 항균성을 활용한 제품도 증가했다. 항균동은 많은 사람이 접촉하는 문 손잡이를 비롯해 비데와 휴지거리, 도마, 팔찌, 신발 살균 틀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동은 금과 은 다음으로 얇게 펴지거나 늘어나는 전연성(展延性)이 크다. 초박형 동판은 두께가 종이보다도 얇아 전자제품 회로판에 쓰인다. 또 다른 금속과 혼합해 용도에 맞는 합금을 만들기 좋다. 동이 가진 특성에 다른 금속의 장점을 혼합한 금속이 탄생하는 것이다. 동에 아연을 혼합한 황동(黃銅)은 순수한 동보다 단단하다. 황동은 주로 건축재와 금관 악기 등을 만들 수 있다. 동과 주석을 섞은 청동은 전연성이 크다. 청동은 대포 총 포신 재료로 쓰여 포금(砲金)이라고도 불렸다. 현재 올림픽 동메달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품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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