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총으로 세운 나라, 총으로 망한다지만..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2017. 11.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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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아, 넘어지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했는데, 넘어졌다. 최근 맨해튼 건물들 앞에 1t짜리 콘크리트 블록들이 세워져 있어 사진 찍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왼쪽 갈비뼈를 다쳤다. 숨도 못 쉬겠다. 웃지도 못한다. 화장실 가는 것은 에베레스트 등산 수준이다. 세상만사가 귀찮다. 나이 70에 사고 나면 치료가 너무 오래 걸린다.

자살폭탄 테러에 이어 유럽과 미국 대도시는 지금 차량을 이용한 테러(vehicular terror)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최대한 많은 보행자를 죽이는 테러다. 잔인하도다! 뉴욕의 명소인 타임스스퀘어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그리고 수많은 박물관 앞에 콘크리트 요새를 만들어 놓았다. 아름다운 뉴욕시가 포트 뉴욕 시티(Fort New York City), 군사기지가 된 것이다. 도대체 십자군전쟁이 언제 끝났는데 아직도 종교 전쟁인가?

뉴욕시가 요새로 변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앞 콘크리트 블록과 완전 무장한 경찰들 / 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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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보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 학살이다. 4명 이상 무차별로 죽이는 총기 사건이다. 전 뉴욕 경찰청장 레이먼드 켈리에 따르면 이런 사건이 미국에서 2주에 한 번씩 일어나고 미국인들이 보유한 총기는 3억정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인구 3억2500만명 대부분이 총기를 가진 셈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팩트다.

고등학생 시절 미국 의붓형제(아버지가 미국 여자와 재혼했다) 집에 갔는데 총을 10개 이상 유리 상자에 전시해놓고 있었다. 그에게 "존, 총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물으니 "대수야! 이 총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작품이냐" 하고 눈빛을 반짝거렸다. 마치 내가 기타나 카메라를 자랑하듯이 흥분했다. 그때 큰 쇼크를 받았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과 작년 플로리다에서 49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 때 시민들은 "총을 없애야 한다"고 고함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법을 고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 '시민들이 총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는 절대 제한할 수 없다(The right for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고 돼 있다. 이 헌법 구절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영제국과의 독립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벤저민 프랭클린 같은 건국의 아버지들 피와 땀과 눈물을 모욕하는 행위라는 뜻이다. 또 무자비한 독재자가 등장하면 시민들이 스스로 인권과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기 산업이 문제다. 2013년 현재 전 세계 무기 산업은 총 1조8000억달러이며, 그중 54%의 매출이 미국 몫이다. 미국 인구의 10%가 무기 산업에 종사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렇게 돈 많이 버는 산업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우리의 생명을 행운과 하늘에 맡길 것인가. 점점 악해지는 인간의 본능과 인터넷으로 세상은 더욱 추해지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말했다. "총으로 세운 나라, 총으로 망한다." 미국이 망한다고 기뻐할 이유는 없다. 미국은 전 세계 인종과 종교가 200년 이상 큰 충돌 없이 공존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전 세계 축소판이다. 미국이 망하면 세계 평화가 깨진다. 위대한 마하트마 간디 말이 기억난다. "An eye for an eye, will make the whole world blind(눈에 눈으로 복수하면 전 세계가 눈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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