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혁신? 투기? 확산되는 가상화폐 논란

김경필 기자 입력 2017. 11.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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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만배 오른 '비트코인'
편의성·투기성으로 급등
'튤립 알뿌리 사건' 연상
서울 여의도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블록스에서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163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양파와 비슷하던 튤립 알뿌리의 가격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막연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퍼붓기 시작하자 1637년 초 튤립 알뿌리의 가격은 집 한 채 값에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갑자기 끝이 왔다. 알뿌리 가격은 불과 석 달 만에 양파 수준으로 돌아왔고 마지막으로 알뿌리를 쥐고 있던 사람들이 파산했다. 세계 경제계가 이 '튤립 버블' 사건을 380년 만에 다시 화제에 올리고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때문이다. 전 세계 경제계는 비트코인이 제2의 튤립 알뿌리 사건이 될지, 아니면 경제는 물론 사회 전체를 바꿔놓을 혁신인지 주목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의 원동력은 투기성·편의성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2009년 처음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차세대 정보저장 기술이자 무한에 가까운 활용처로 주목받는 블록체인(blockchain)의 첫 상용화 사례이다. 블록체인이 어떤 기술인지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개인과 개인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마다 그 내역이 전 세계 모든 비트코인에 전송돼 저장된다.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면 전 세계 모든 비트코인에 저장된 기록을 고쳐야 한다. 결국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어떤 정부나 중앙은행도 마음대로 자기 소유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0년 1개에 0.003달러(약 3.26원)에서 올해 11월 20일 8238.20달러(약 895만원)까지 올랐다. 7년 동안 가치가 275만배나 오른 것이다. 전 세계 비트코인의 가격을 모두 합하면 1375억달러(약 149조4000억원)에 이른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가상화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무(無)에서 막대한 부(富)가 창출된 셈이다. 비트코인이 성공하자 이더리움·리플 등 현재까지 1200종이 넘는 가상화폐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가상화폐는 거래의 편의성에서 기존 화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편하다. 개인 간에도 숫자와 알파벳으로 구성된 계정(지갑)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또 사설 온라인 거래소를 이용하면 주식과 동일한 방식의 거래도 가능하다.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해 계정을 개설하고, 계정에 현금을 계좌 이체하면 가상화폐 매매가 가능해진다. 모바일 앱이나 PC를 통해 매수나 매도 주문을 넣고 기다리면 거래가 체결된다. 거래 대금은 언제든지 시중은행 계좌로 옮겨 인출할 수 있다. 이 편의성과 도박에 가까운 투기성이 역설적으로 가상화폐 확산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물이 있는 화폐와 달리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가상화폐를 둘러싼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일부 가상화폐의 시세가 급등락을 거듭하자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1시간 30분가량 서버가 마비됐다. 그동안 일부 가상화폐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지자 이 시간대 거래를 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빗썸에 집단 소송을 걸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기술적 오류 때문에 전 세계 이더리움 지갑에서 3억달러(약 3200억원)어치가 사라졌다. 해킹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가상화폐의 거래 기록을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대신 가상화폐 거래소의 개인 계정을 해킹해 가상화폐를 빼내가는 것이다.

국제 금융계 거물들은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지난 9월 "비트코인의 유일한 가치는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돈을 낼 것이라는 점뿐"이라며 "암호 화폐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주립대 교수도 "비트코인에는 무지막지한 투기적 거품이 끼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이달 초 "암호 화폐가 작동한다면 그것은 화폐의 자연스러운 진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물류·생산공정·국제 결제 바꾼 블록체인

/픽사베이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과는 별도로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블록체인 혁명'이 이미 주류로 자리 잡았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물류 업체가 블록체인을 쓴다면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서 탑재됐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중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품질 관리가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 생산 관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 결제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이다. 현재 국제 결제는 양측이 각각 장부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절차에 며칠이 소요된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거래 즉시 기록이 생겨나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블록체인 기술 시장 규모가 2022년 100억달러(약 10조8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인텔·마이크로소프트·JP모건·골드만삭스·씨티그룹·월마트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각 분야에 적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수많은 것 중 하나일 뿐"이라며 "전 세계 기업들이 블록체인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 미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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