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게임, AI 그리고 3D를 입다

임경업 기자 2017. 11.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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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3D(입체) 스캔 기술을 이용해 실제 사람(왼쪽 사진)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변환한 디지털 이미지(오른쪽 사진). 인물을 둘러싼 128대의 고사양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전송해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7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이 기술을 적용한 스튜디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엔씨소프트 제공

한국 게임 산업이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넥슨·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블루홀·컴투스 등 국가대표급 5인방들이 자사의 역대 최고 매출을 속속 경신하면서 '대한민국 게임'의 수출 5조원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진격은 내년부터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벌써 대형 신작(新作) 게임 30여 종의 내년 출시 일정을 발표하면서 '2018년은 글로벌 게임업체로 거듭나는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예컨대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내년에 3조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경영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의 70% 이상은 해외에서 번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환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올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으로 사실상 중국 시장에 신작 출시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한·중 관계 개선으로 내년부터는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북미·유럽·일본·동남아 등 수출 시장을 다변화를 하는 데 성공한 국내 게임업체들이 내년에는 과거의 주력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라며 "5조원 수출 벽을 깬 기세를 몰아 내년에 6조, 7조원 수출 돌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블루홀이 내년 선보일 PC 온라인게임 ‘에어’의 한 장면./블루홀 제공

◇내년에 대형 신작 게임 30여 종 쏟아내는 '게임 강국 한국'

올해 한국 게임의 글로벌 흥행은 눈부셨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수퍼데이터리서치가 집계한 세계 PC게임 매출 순위(9월 기준)에서 3위 '던전앤파이터(개발사 넥슨)', 4위 총쏘기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블루홀)', 5위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가 올랐다. 한국 업체들이 3~5위를 휩쓴 것이다. 모바일게임 부문에서도 '리니지2레볼루션(넷마블게임즈)'과'리니지M(엔씨소프트)'이 나란히 9·10위를 차지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내년에 올해 못지않은 대작 게임을 대거 선보인다.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넥슨의 PC 온라인 총쏘기 게임 '타이탄폴 온라인'과 블루홀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에어'가 기대작이다. 넥슨의 '타이탄폴 온라인'은 북미와 유럽 시장을 겨냥해 미국 게임업체와 공동 개발한 게임이다. 북미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메카닉(로봇)이 등장한다. 블루홀의 '에어'는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싸우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식의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에서는 '역할수행게임(RPG)'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가 관건이다. 역할수행게임은 이용자가 가상 세계에서 전사·마법사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하는 형태의 모험성장형 게임이다. 데이터 용량을 많이 차지해 그동안 PC에서만 이런 장르의 게임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스마트폰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테라M' 등 4종의 모바일 RPG 신작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도 내년에 모바일RPG 신작 3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사실 올해 '한국 게임 대박'의 선봉이었던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는 모두 모바일RPG 게임이었다.

내년에는 35조원 규모의 거대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 갈등 이후 지난 3월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내 서비스 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고 있다. 올해 대박을 냈던 국산 모바일게임들이 내년에 본격적인 중국 공략에 나선다.

넷마블게임즈가 이달 28일 출시하는 모바일 역할 수행 게임 ‘테라M’./넷마블게임즈 제공

◇인공지능·입체 기술…첨단 테크 입는 게임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이 같은 흥행 자신감을 바탕으로 게임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한 단계 진화한 게임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게임에 AI(인공지능)를 탑재하고 3D(입체) 스캔과 모션 캡처를 도입하는 등 한국형 게임의 강점으로 스토리와 캐릭터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2000년대 초반 '게임 강국'의 입지에 오른 것도 여러 명이 PC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온라인 동시 접속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척했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의 개발자는 "증강현실(AR)을 도입한 포켓몬고가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둔 것처럼 신기술 게임은 이용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넥슨이 내년 선보일 모바일 MMORPG ‘야생의 땅 : 듀랑고’./넥슨 제공

엔씨소프트는 올해 7월 '3D(입체) 스캔 스튜디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128대의 고사양 카메라가 360도로 인물의 얼굴·체형을 촬영해 컴퓨터로 전송하고, 컴퓨터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 속 캐릭터의 모형을 만든다. 마치 '현실 속 사람' 같은 생생한 게임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엔씨소프트는 '모션캡처 스튜디오'와 '사운드실'도 운영하고 있다. 모션캡처는 온몸에 전자장비를 연결한 배우가 연기하면 동작과 표정을 인식해 게임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드는 기술이다. 사운드실은 영화음악을 만드는 전문 사운드프로덕션이나 대형 연예기획사 정도가 갖추고 있는 '5.1채널 믹싱룸' 등 첨단 설비가 가득하다.

넥슨이 내년에 내놓을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 듀랑고'은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게임이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게임의 가상 세계를 무작위로 생성하면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공룡과 맹수들도 인공지능을 갖춰, 이용자의 행동과 가상 세계의 지형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뇌파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한국 연구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창업한 뉴로스카이는 인간이 집중할 때 나오는 뇌파를 측정해, 모니터 속의 공이 하늘로 붕 떠오르거나 광선검에 불이 들어오는 형태의 게임을 시연하기도 했다. 뉴로스카이 관계자는 "아직 뇌파 게임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조만간 게임에 응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3D(입체) 스캔이란

대상을 다수의 카메라로 촬영해 획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3차원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 인물을 3D 스캔할 경우 성별, 나이, 외형 등 미묘한 특징까지 잡아내 마치 현실 속 사람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엔 게임에서 사실적인 동작과 캐릭터 표현을 위해 3D 스캔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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