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미국의 대공황이 2차대전 초래했다

김향미 기자 2017. 11. 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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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실업이 바꾼 세계사
ㆍ도현신 지음 |서해문집 | 304쪽 | 1만3900원

1997년 외환위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듬해 실업자가 165만명에 달했다.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의 여러 구조와 풍토를 바꾸어놓았다. 실업은 빈곤으로 이어지고, 빈곤은 차별을 낳는다. 실업은 어느 사회 지도자든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가 바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실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사회를 흔드는 것이었다. 이 책은 실업으로 역사가 바뀐 14가지 순간을 뽑아 정리한 대중역사서다. 17세기 명나라는 전쟁으로 인한 군비 지출을 위해 공무원인 역졸들을 해고했다. 해고된 역졸 출신인 이자성이 일으킨 난이 나라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이후 300년을 이어온 청나라 역시 서양 상품의 유입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난과 빈곤을 막지 못해 나라가 멸망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영국 노동자들은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고,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는 사회주의 태동의 토대가 되었다. 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세계전쟁을 초래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멕시코의 경제난은 멕시코인들이 마약 사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종교, 신화, 민족, 전쟁, 음식 등 다양한 소재로 역사와 대중의 소통을 이어왔다. 저자가 실업으로 본 역사에서 얻은 교훈은 이렇다. 지배층의 무능과 부패, 경제불황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해결하지 않을 때 사람들의 삶은 위기에 내몰리고 사회와 공동체는 와해되며, 심지어 한 나라의 멸망을 초래하기도 한다. 저자는 실업으로 인한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한 뒤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전체적인 부의 분배를 평등하게 만들어갈 때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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