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지금은 괜찮은가

김지오 입력 2017. 11. 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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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김지오 )"오늘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출 할 때 마스크 꼭 챙기시고 특히 노약자분들은 장시간 외출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올해 일기예보를 보면서 일상적으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발생원의 특성상 겨울부터 봄 사이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초겨울인 요즘은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다.

그러면 지금은 정말 괜찮을까? 농도 수치를 찾아보면 요즘도 그다지 좋은 수준은 아니다. 필자가 글을 쓰는 11월말 현재 서울 기준으로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나쁨’에 해당한다. 초겨울이라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사실 그렇게 안심할 만한 상태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심각한 서울의 대기오염을 이 시점에서 다시 상기시킬 필요가 있으며 다가올 봄철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 미세먼지는 정확하게 어떤 것인가?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중 크기가 작은 먼지다. 예전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그저 총 부유먼지(TSP)의 양으로만 구분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μm)이하인 미세먼지를 PM10, 지름이 2.5μm이하인 초미세먼지를 PM2.5라 표기하는 등 구체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심지어 PM0.1까지 구분하여 칭할 정도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크기가 작을수록 코와 기도를 거쳐, 기도 깊숙이 폐포까지 도달할 확률이 높아진다.

미세먼지 지도

이에 따라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도 증가한다. 게다가 미세먼지는 질산염(NO3-)과 암모늄(NH4+), 황산염(SO42-) 등의 이온 성분과 탄소화합물, 금속 화합물 등으로 이뤄져 있어 우리 몸속에 들어오게 되면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까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이런 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때에는 폐의 기능이 감소하고 만성 기관지염이 발생하는 등,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노약자와 임산부, 폐질환자들은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그 피해정도가 더욱 크다.

■ 수도권에서 미세먼지가 더 심한 이유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갑자기 우리나라에 나타나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PM2.5이하 미세먼지 배출기여도는 1위가 경유차로 29%를 차지했다. 경유차의 엔진에서 질소산화물을 많이 방출하여 수도권의 미세먼지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발생된 먼지는 수도권을 빠져나오기 힘들다.

우선 수도권과 외곽지역을 통틀어서 본다면 열섬 현상으로 인해 도심의 온도가 외곽지역보다 높아져 공기의 순환이 자연스레 지상에서는 수도권 쪽으로 불게 된다. 이렇게 먼지들은 계속 모아지고 수도권 안에서는 먼지지붕효과로 인해 수도권 안에서 발생한 먼지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결국, 수도권의 미세먼지 문제는 한 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지기 힘들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수도권의 미세먼지를 줄이고 다시 예전의 맑은 하늘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간 정부의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의 배출 허용 기준을 2015년부터 20∼25%로 강화하고 CNG(천연가스) 버스 1천560대와 전기차 800대 등 친환경차의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미세먼지 예보 대국민 문자서비스를 시행하고 미세먼지 예측시스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도입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미세먼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하면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지 못했고 여전히 서울의 미세먼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혹시 2016년 중순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서울의 대기를 관측한 사실을 기억하는가? NASA에서는 비행기 3대로 우리나라의 대기를 정밀하게 관측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공기 오염수준은 매우 높으며 주원인이 미세먼지라는 점을 밝혀냈다. 다른 동아시아와 비교했을 때에도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많이 개선되었지만 한국의 경우 미약하게 좋아진 수준이거나 심지어는 나빠졌다는 결과도 있었다.

이렇게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실로 심각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심각성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기준치는 잠정목표2에 해당하는 수치로, WHO 권고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둘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미세먼지 허용치는 WHO의 기준보다 무려 2배가량 높다. 즉, WHO기준으로는 ‘나쁨’인 대기 상황도 우리나라의 기상예보시스템에서는 ‘좋음’이라고 표기가 된다.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서울시 강남구 미세먼지 농도 자료에 한국기준을 적용한 것과 WHO의 권고기준을 적용해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나쁨’ 이상인 날은 약 5.35배 증가했다. ‘매우 나쁨’인 날도 2일에서 11일로 늘어났다. 바로 이러한 차이가 한국 시민들이 한국의 대기오염을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지 못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 정부의 기준강화 노력,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일기예보에서는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고 우리나라의 대기상황을 알려주며 기관지 건강에 유의하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정한 미세먼지 기준은 시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서울의 하늘은 탁하다.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매우 시급해 보이는 바이다.

반갑게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고 올해 8월, “2018년부터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기준을 미국과 일본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정부의 대책이 뒤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단계적으로라도 기준을 강화한다면 모두가 심각한 한국의 대기상황을 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히 전기차나 수소연료자동차 보급과 같은 미세먼지 관련 각종 해결책에 대한 정확하고 효율적인 시행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부디 정부가 강화의지 표명에만 그치지 않고 빠르고 강력한 실행을 해주길 촉구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 심각성에 걸맞는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18년 봄, 대한민국이 미세먼지 공포를 덜고 좀 더 맑고 푸를 수 있기를 고대한다.

★ 작성자: 김지오 (연세대학교 생활과학계열)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오 ( 연세대 생활과학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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