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얼굴 용(容)이 손님 객(客)으로..연계교재와 다른 수능 지문

남지원 기자 2017. 11. 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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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답 고르기 지장은 없어

2018학년도 수능 연계교재였던 EBS 2018 수능완성 국어(위)와 23일 치러진 수능 국어영역 제시문(아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문학 제시문 속 중요한 시어가 수험생들이 공부한 EBS 연계교재 내용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자가 아니라 최신 연구자료를 원전으로 삼았다”고 해명했다. 수험생들이 정답을 고르는 데도 크게 지장은 없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평가원이 지정한 수능 연계교재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제시문이 수능에 출제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평가원 홈페이지 수능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국어영역에 출제된 이정환의 연시조 ‘비가’ 1수의 종장에 오자가 있었다”는 지적이 올라왔다. 전날 치러진 수능 국어영역 33~37번 제시문으로 출제된 ‘비가’는 이정환의 문집 <송암유고>에 실린 작품이다. 수능 문제지에는 ‘비가’ 1수의 마지막 구절은 ‘반갑다 학가선객(鶴駕仙客)을 친히 뵌 듯하여라’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올해 수능-EBS 연계교재였던 <2018학년도 수능완성 국어>에는 ‘학가선객’ 대신 ‘학가선용(鶴駕仙容)’이라고 표기돼 있다. ‘학가선용’은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를 상징하며 시조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어다.

이의를 제기한 최규백 강한국어스쿨 대표강사는 “EBS 교재와 교과서뿐 아니라 <송암유고>를 주제로 한 박사논문 등에서도 ‘학가선객’이라는 표현은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일반적으로 접하는 수능 대비 교재 등에도 ‘학가선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최 강사는 “학생들이 공부한 연계교재 내용을 바꾸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다만 문제풀이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시문에서 해당 시어가 의미하는 바를 각주 형태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어와 관련된 문제 자체는 수험생들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던 편이었다.

평가원은 오자가 아니라 2012년 발간된 <고시조 대전>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송암유고> 원본은 오래 전 망실돼 확인할 수 없고, <고시조 대전>은 한국연구재단 발주로 모든 시조 텍스트의 원문을 확인하고 집대성해 현재 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조 자료집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이 원전을 제시한 만큼 이 문제가 ‘오자’로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연계교재와 실제 출제된 지문이 다른 점을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답과 직결되는 부분이면 수험생 혼란이 컸을 가능성도 크다. 평가원은 수능 당일인 23일 이 제시문이 EBS 연계 출제 문항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까지 평가원 홈페이지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250건 이상의 이의신청글이 올라왔다. 올해는 아직까지 특별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평가원은 출제오류가 반복되자 올해부터 검토위원장 외에 검토자문위원단 8명을 두고 문제를 철저히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통 한 달이 조금 넘는 짧은 기간 안에 교육과정과 EBS 등을 반영해 문제를 내고 역대 수능에 나온 문제들을 피하면서 난이도 조절까지 해야 하는 출제시스템 자체가 오류를 낳는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매년 나온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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