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세터' 이도희가 단련시킨 세터 이다영
'전설의 세터' 이도희(49) 현대건설 감독이 백업 세터였던 이다영(21·1m80㎝)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세공했다.
장신 세터 이다영이 높은 타점에서 빠른 토스를 하면서 센터진의 공격력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블로킹과 속공 부문에서 양효진(28·1m90㎝)과 김세영(36·1m90㎝)이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건설은 3연승에 성공하며 1위(7승2패·승점 20)를 지키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IBK기업은행과의 수원 홈 경기에서 높이 싸움에서 압도적이었다. 블로킹 대결에서 12-2로 눌렀다. 이다영은 "지난 시즌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 경기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게 됐다. 배구할 맛이 난다"며 웃었다.
키는 1m70㎝로 배구선수 치고는 작은 키였지만, 넓은 시야와 시간차 배급력이 뛰어나 '컴퓨터 세터'로 불렸다. 그런 이 감독이 지난 4월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으면서 세터 이다영이 화려하게 변신했다.
이 감독은 "우선 이다영의 큰 키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술을 짰다. 다영이가 토스 타점이 높아서 속공이 잘 통한다. 아래에서 위로 토스해주면 시차가 생겨 공격 템포가 느려지는데, 비슷한 높이에서 토스해주니까 공격이 쉬워졌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오버핸드 토스가 언더핸드 토스보다 훨씬 정확하다. 언더핸드 토스를 하면 볼 컨트롤이 어려워 계속 외국인 선수에게만 공을 주게 된다"며 "원래 토스의 정석은 점프하면서 오버핸드 토스로 하는 것이다. 언더핸드 토스를 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정석이 사라졌는데, 다영이에겐 무리해서라도 오버핸드 토스를 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언더핸드 토스는 두 손을 맞잡고 손목 부분으로 공을 툭 건드리듯 치는 방식이다.
이다영은 이 감독의 특명에 허리를 과하게 젖혀도, 주저앉을 것처럼 몸을 낮춰도 오버핸드 토스를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에 언더핸드 토스는 5번도 하지 않았다. 언더핸드 토스로 볼을 올리는 순간, 공격수가 볼을 때릴 수 없다는 걸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다영은 여름 내내 오버핸드 토스만 수 만번 연습했다.
이다영은 아직 기복이 있다. 여러가지 공격 옵션이 머리에 떠올라 판단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공격 템포가 늦어져 마음이 급해지면서 습관대로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올렸다. 그래서 11월 5일 도로공사전과 9일 GS칼텍스에서 2연패를 당했다.
이 감독은 이다영을 다그치지 않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놔뒀다. 그 결과 이다영은 또 성장했다. 이다영은 "블로킹에 자꾸 막히면서 토스 타이밍이 느려졌다는 걸 알았다. 주요 공격수 외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공을 올려 블로킹을 피했다"면서 "또 막히면 또 뚫겠다. 그게 고집있는 세터가 해야하는 일이니까"라고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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