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기간·비용 10분의 1..일론 머스크의 터널사업 주목

2017. 11.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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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펀딩기법 IHO로 금세 30만달러 모금, 전문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미국의 대표적 전기자동차 메이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시작한 지하 터널 공사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터널 굴착속도를 일거에 기존의 10배,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춘다는 놀라운 구상이기 때문이다. 머스크 자신은 "아무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하기 쉽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배경에는 높은 기술력과 치밀한 전략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 미국 최대의 터널 굴착기 메이커 로빈스의 로쿠 홈 CEO도 일견 황당하게까지 들리는 머스크의 계획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면서 "나쁘지 않은 계획"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머스크가 공개한 터널 프로젝트 사진[보어링 홈페이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머스크가 이끄는 터널 굴착 벤처기업 '보어링(Boring) 컴퍼니'는 우선 자금 조달방법부터가 남다르다. 보어링사는 초기 자금조달에 "IHO(Initial Hat Offering)"라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방법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풍자한 것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투자자"가 20달러에 보어링사의 로고가 들어간 운동모자를 사도록 하는 방법이다. 투자금에 대한 배당은 없으며 나중에 값이 오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로스앤젤레스의 심각한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비장의 카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시민들이 다투어 사는 바람에 1만5천 개가 금세 팔렸다. 한 순간에 30만 달러가 모인 것.

보어링사 로고가 들어간 모자[보어링 홈페이지]

보어링사는 터널공사의 목표속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달팽이를 기르고 있다고 한다. 터널 공사 속도는 최고로 빨라도 하루 50m 정도 뚫는 게 일반적이다. 달팽이에는 하루 500m를 가는 종류도 있다. 속도를 10배로 높이면 달팽이와 나란히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전문가인 굴착기 메이커 로빈스의 로쿠 홈 CEO는 "선진국의 터널사업은 수십 년간 전혀 신기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그 결과 미국 건설업계가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홈 CEO는 보어링사의 사업계획이 터널사업에 미국 사회가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경쟁업체지만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가 주목하는 건 테슬라사의 기술개발력이다. 예를 들어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사가 전기자동차(EV)에서 축적한 모터 기술은 굴착 기계의 회전력(torque) 향상에 응용이 가능하다. 장차 센서로 출력을 정밀하게 제어해 마모를 줄일 수 있게 되면 소모부품 교환이 줄어들게 된다. 동시에 코스트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인 공기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테슬라의 로봇기술을 도입하면 무인화나 작업 고속화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터널의 직경을 절반으로 줄이면 공사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건 이 업계에서는 상식이다. 다만 터널의 직경을 작게 하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터널 내를 자동차가 달리게 하는 게 아니라 차대(車臺)를 타고 이동하게 하는 방식을 채용, 직경을 절반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1950년대 아이젠하워 정권 이후 지상 고속도로망 정비를 우선하는 바람에 터널을 포함한 지하교통망에 대한 투자는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바람에 인구가 집중되는 도시지역에서 심각한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터널공사는 공사 기간 뿐만 아니라 계획을 조정하고 허가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터널 공사는 보통 15~20년이나 걸리지만, 실제 공사 기간은 3년 정도다. 공기를 아무리 단축해도 이 과정이 현재대로여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아직 터널 프로젝트의 인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기술적 검증에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교통은 정체로 지옥이고 경제손실도 막대하다.".

머스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로스앤젤레스의 교통체증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정체된 교통 인프라에 대한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들에게도 자기 거주지역 정치인들에게 지하개발을 허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보어링사의 터널공사는 아직 실증실험 단계이고 실제로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IHO를 통해 조달한 자금도 필요자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구태의연한 미국의 터널사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지난 4월 공개한 테스트 주행 영상에서 시속 125∼150마일(200∼240㎞)의 속도로 달리는 정기 수송차량(ferry)을 보여준 바 있다.

LA 시내에서 가장 심한 상습 정체 구간으로 출퇴근 때 1시간 20분 걸리는 웨스트우드에서 LAX까지 5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뉴욕에서 워싱턴DC까지 30분에 주파하는 초고속 터널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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