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믿고 오르나.. 코스닥, 거품 경보[정정내용 있음]

안준용 기자 2017. 11.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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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곳 중 1곳이 적자 기업인데, 한 달여만에 20% 넘게 급등]
제약·바이오株가 지수 끌어올려 실적보다 기대감으로 주가 급등
3위 신라젠, 3년 연속 적자 행진.. 셀트리온제약 1~9월 순익 2억원
FT "2000년대초 IT 버블 연상"
업계 "조정 땐 타 업종까지 충격"

코스닥 지수가 800선에 바짝 다가섰다. 23일 코스닥이 기관·외국인 투자자 동반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15.90포인트(2.04%) 오른 796.80에 마감됐다. 2007년 11월 7일 종가(794.08)를 10년 만에 돌파하고 이제는 800선 고지를 눈앞에 뒀다.

올 들어 대형주 장세로 주목받지 못하던 코스닥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올랐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제약·바이오주(株) 상승으로 10월 이후에만 20% 넘게 급등했다. 항암 치료제 개발 업체인 신라젠은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이 한때 900%를 넘어 투자자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텐배거(10루타·10배 수익률을 낸 종목)'로 불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적에 비해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언제든 꺾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스닥 과열 경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이 그간 크게 벌어졌던 코스피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키 맞추기' 과정에서 단기 고점으로 올랐는데, 예상 속도보다 너무 빠르고 투기 성향도 강해지고 있어 한 차례 큰 조정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제약 업종 두 달 새 32%↑… 코스닥 기업 3곳 중 1곳 적자

코스닥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외국인과 개인이 상승장을 이끌었다면 이달 들어선 기관투자자가 주도했다. 지난달 6400억원어치를 팔았던 기관은 23일까지 1조13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주도 업종은 제약·바이오였다. 시가총액 1~3위인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등이 급등세를 이끌었다. 10~11월 제약 업종 지수 상승률은 32%가 넘는다. 유통 업종(35.9%)보다는 낮지만,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통 업종(7%)의 약 세 배인 20%에 달한다.

문제는 제약·바이오 업종 특성상 실적보다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개별 업체 임상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정도의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한·중 관계 회복이 가시화되면 코스닥 시장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하지만 정작 주가를 뒷받침해야 할 실적이나 기초 체력은 부진하다. 신라젠의 경우, 정식 허가받은 신약 없이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제약도 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뛰었지만 1~9월 순이익은 2억원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 분기 코스닥 기업의 33%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ETF로 쏠리는 돈… FT도 "한국 코스닥 시장 과열"

투자 자금은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로도 향하고 있다. 코스닥150 지수 상승률의 2배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의 하루 거래 대금은 연초 150억원 수준에서 2500억원대로 급증했다. 한 달 수익률은 46%, 3개월 수익률은 92%다.

최근엔 코스닥 과열 논란이 일면서 지수 하락 때 수익이 발생하는 '인버스 ETF' 거래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개별 종목을 고르는 대신 코스닥 지수 자체의 상승·하락을 점쳐 투자에 나서고 있단 얘기다.

코스닥 ETF가 큰 인기를 끌면서 ETF 자금 유출입에 따라 지수가 출렁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향후 연기금도 코스닥에 투자할 경우, 안정성 면에서 특정 종목보다 ETF를 담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하지만 ETF는 보통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종목을 담는 만큼 투자가 급증하면 시총 상위주, 즉 제약·바이오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제약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도 코스닥 상승세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코스닥이 급등세를 지속하자, 해외 언론도 버블 경고에 나섰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과도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FT는 특히 "제약·바이오 테마주는 2000년대 초반 한국의 IT 버블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표는 "정부가 코스닥 시장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제약·바이오주 거품이 한번 정리되지 않은 채 코스닥 지수가 계속 오를 경우엔 향후 시장 조정기에 다른 업종·기업들까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바로잡습니다 ▲지난 24일 일부 지역에 배달된 조선경제 B3면 '뭘 믿고 오르나… 코스닥, 거품 경보' 기사에서 작은 제목으로 언급된 '시총 1위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독자분들께 혼란을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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