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문재인 대통령, 정치적 문제 함몰 말고 지속가능개발 앞장서야"

2017. 11. 2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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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국제정책대학원 20주년 기념 초청특강
지속가능개발과 기후변화 대응 중요성 강조

[한겨레]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한겨레> 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문재인 정부가 지속가능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개교 20주년 기념 명사특강에서 ‘지속가능개발목표와 대한민국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은 환경문제에 더 신경써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에게 한 말씀드리면, 정치적 문제에 너무 함몰되지 말고 지속가능개발 문제를 앞장서서 이야기해 나가면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문제는 (사회적인)중요도가 훨씬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국민들이 배가 부르면 정치적 불평을 하지 않는다. 아직 부족하니까 노조도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며 지속가능개발의 목표 중 하나인 공정한 분배 등을 강조했다.

지속가능개발은 2015년 유엔에서 채택된 의제로 △빈곤 종식 △기아 △복지 △교육 △양성평등 △물 관리 △에너지 △지속가능 경제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지속가능한 산업화 및 혁신 △불평등 완화 △기후변화 등 17개 실행 목표를 담고 있다.

반 총장은 “일본과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배 차이지만 국제사회에 기여도는 10배, 100배 차이”라며 “한국인 출신 유엔사무총장으로 앉아 있으면서 얼굴이 화끈화끈했다”고 회상했다. 또 “대한민국은 경제규모로는 G7이 아니지만, 온실가스 배출로는 G7”이라며 “한국의 현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2030년까지 37%를 감축하겠다고 하는 목표는 미약하다. 조금 더 용기 있게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각국 정상들과 협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국가 지도자들이 말은 글로벌하게 하지만, 행동은 로컬하게 한다”며 자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여러나라 정상들과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합의를 이루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속가능개발 목표의 17가지 목표 중 16번째 목표인 ‘인권’을 서구 선진국이 제기했을 때, 반발한 개발도상국을 설득하고 지속가능개발의 비전을 공유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기후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점을 직접 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극에 두번 간 지도자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세계 곳곳을 직접 다녔다고 말했다. 수백만명이 학살당한 수단 내전 역시 물 부족이라는 기후변화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취임 초기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수단 내전은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일부 기인한다는 기고를 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다”며 “수단 다푸르에 방문했을 때 난민촌에 가면 위험하다는 만류에 유엔 본부에 머물렀는데, 그곳까지 항의하러 온 인파 때문에 할 수 없이 난민촌에 갔지만, 유엔이 설치한 펌프의 물을 틀며 난민들에게 ‘나는 여러분에게 물을 주기 위해 여기에 왔다. 여러분들을 빨리 집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외쳐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반 전 총장은 강연을 들으러 온 대학원생들에게 “미래를 보는 기준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순히 지속가능개발의 목표가 뭔지, 갯수가 뭔지를 아는 것보다 그로 인한 영향(implication)이 무엇인지 공부하면 지도자가 됐을때 훨씬 더 자신의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뒤 반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점검하는 상설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지속가능개발은)우리 정부 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문제다. 각 부처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청와대나 총리실 등에서 어떻게 지속가능개발을 이행할지 점검할 수 있는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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