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산단층특별법' 제정해 지진 대비를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기술사 2017. 11. 2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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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은 지난해 울산·경주 지진에서 시작해 양산단층을 따라 발생한 4번째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다. 이는 수백년의 휴지기를 거쳐 양산단층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에서 “향후 발생할 지진에서 피해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로 국민적 관심이 이동했다.

5.0 이상의 지진으로 피해가 계속되는 양산단층 지역은 우리나라 산업 성장을 이끌어 온 주요 화학 및 대형 산업플랜트 시설이 밀집해 있어 향후 다른 어느 지역보다 지진 피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교통부는 공항, 철도, 교량 등 공공시설물의 내진등급 시설을 현재 40% 안팎에서 2020년까지 54%로 끌어올리는 데 1조원가량을 투입한다고 했다. 현재 내진시설이 30% 정도인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2035년까지 내진보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진 안전대책으로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3조1237억원을 투입하지만 국가 자원의 한계로 분산이 아닌 선택과 집중 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별법을 제정해 당장 지진 피해가 진행되는 양산단층 지역의 조사와 보강에 우선 집중하면서 그간의 경험들을 접목, 한반도 전체로 확대 적용하면 한정된 국가 자원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양산단층 일대에 밀집한 원전도 내진 안전성 문제가 계속되는데, 이는 활성단층과 함께 독점적 사업자 지위에 따른 가동 원전의 은폐 문제 등 복합요인에 기인한다. 대형 지진에 대비하는 원자력시설 안전대책을 지난해 박근혜 정부에서 수립, 추진 중인데 지난 10월24일 국무회의에서도 언급됐다.

그러나 막상 지진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방호 대책과 모든 원전에 대한 현장설비 상태 점검이 빠져 있다. 또한 지진 지역 정밀조사도 지난해 9·12 지진 지역에 국한하고 있으며 중요한 방재대책과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 누락돼 있다.

따라서 양산단층 일대의 원전에 대해 현장 부지의 쓰나미와 내진 적합성, 화재영향평가 및 방호시설 상태 점검, 합리적 시나리오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 위험도 평가, 최신 안전기술 기준에 따른 주요 설비의 상태 및 안전성 재평가, 지진 방사능 방재대책 등 별도의 독립적이고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미흡한 점이 있다면 보강해야 한다.

특히 양산단층 일대에서 30년 이상 가동한 원전은 중요한 안전성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정지하고 최신 기술 기준과 내진 적합성 만족도를 평가해 보강한 뒤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는 노력도 필요할 수 있다.

양산단층 일대의 정밀 단층 조사도 앞당겨, 위험도 구역을 조속히 지정해야 한다. 양산단층 일대에서 지진 피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단층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위험 대비가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현 집권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조속한 피해 복구와 단층 조사 평가를 언급하며 국회 재난안전대책특위 설치를 제안한 것은 여야를 떠나 시의적절한 일이다. 사실, 경주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49건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정치적인 이슈에 밀려 겨우 10건만 통과됐다고 한다. 현재까지 제출된 법안들과 함께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정부 기능과 진행 중인 지진대책들을 종합해 전국적인 지진 안전대책으로 확산, 강화하기 위한 ‘양산단층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은 양산단층 일대의 활성단층 조사 및 지진 위험구역 설정, 지진 위험구역 시설과 건축물의 가동 제한과 철수 및 신규 입지 제한, 내진평가 보강과 이를 위한 국가 자원의 보조와 배분, 지진 위험지역의 방재대책과 지진 감시, 지진 피해 예방과 보상 원칙 등에 대해 규정한다. 조만간 구성될 국회 재난안전대책특위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한 피해 복구 지원과 함께 국가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제화를 통한 장기 종합대책을 활발히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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