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면 규제 만드는 美 정부..삼성·LG의 '수난사(史)', 전방위로 확대되나

이다비 기자 2017. 11.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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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ITC 권고안을 수용하면 미국에서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게 된다. 미국은 지난 2002년 한국산이 포함된 수입 철강에 최고 38%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효한 바 있다.

조선DB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반덤핑 규제 등을 명분으로 쉴새 없이 규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는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짓는 등 애를 쓰고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가전 업계로 끝나지 않을 조짐이라는 점이다. 반도체·철강·태양광·화학업계도 미국발 규제 리스크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 한국 가전, 美 규제 수난사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는 미국 규제 수난사(史)에 몸서리치고 있다.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Whirlpool)과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 ITC는 미국 내 점유율과 인지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견제하는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의 수난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8년 1월 월풀은 ITC에 LG전자 상대로 냉장고 특허 관련 특허 5건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0년 2월 LG전자가 관련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자, 월풀은 이듬해인 2011년 3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한국·멕시코산 프렌치도어(상냉장·하냉동 타입으로 상부가 양쪽으로 열리는 방식의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 냉장고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2012년 3월, 조사결과 미국 상무부에서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덤핑 판정을 내렸지만, ITC가 ‘현지 산업 피해 없음’으로 판정해 조사는 종결됐다. 후발 주자인 월풀이 오히려 가격 인하를 주도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 로우스(Lowe's) 매장에 전시된 삼성 드럼세탁기 / 삼성전자 제공

월풀은 2011년 11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반덤핑 혐의로 다시 제소했다. 이번에 월풀은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세탁기를 문제 삼았다. 2013년 1월 ITC와 미 상무부는 반덤핑 혐의가 있다고 최종 판정을 내려 한국산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각각 9.29%, 13.02% 관세를, 멕시코산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각각 15.95%, 30.34% 관세를 매겼다. 다만, 한국산 세탁기의 경우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반덤핑관세 무효 판정을 받아냈다.

월풀은 지난 2015년 12월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세탁기를 문제 삼아 반덤핑 혐의로 제소했다. ITC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에서 팔리는 삼성전자,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무려 52.5%와 32.1%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주력 생산기지를 옮겨 예상보다는 적은 피해를 입었다.

월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5월 ITC에 역외생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청원했다. 세이프가드는 미국에 수입되는 특정 품목에 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ITC는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물량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규제 전방위로 확대되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주에 각각 3억8000만달러(약 4127억원), 2억5000만달러(약 2715억원)를 들여 가전제품 공장, 세탁기 공장 등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ITC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피해 가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오른 이후 산업계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블룸버그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반덤핑 판정 과정에서 시간과 돈, 인력을 들여 소명하는 일이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세이프가드 발효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고 미국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이 예상되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거침없이 통상 압박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미국에서 반덤핑 제소를 당하며 높은 관세율이 부과된 국내 철강업계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최종 결정을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수십년간 발동된 적이 없는 법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발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개시된 수입산 철강제품의 안보위협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ICT는 이달 초 한국산 태양광 모듈에도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고 최대 4년간 수입 쿼터를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한테 제출했다. ITC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전자 반도체에 대해 특허 침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반도체·철강·태양광 패널은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미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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