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단독 인터뷰] 박지성 본부장의 결단 "오직 한국 축구를 위해"

골닷컴 2017. 11. 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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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에 선임된 박지성.
유럽에서 착실히 행정가로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그가 축구협회 직책을 맡기로 결심한 이유.
그가 생각하는 현 유소년 축구의 문제점들, 그리고 앞으로 고민해나가고 싶은 사항들.
"오직 한국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 잉글랜드 런던에서 직접 만난 박지성 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골닷컴, 런던 윔블던] 이성모 기자, 김종원 에디터 = “저는 현재 이 일에 대해서 제가 돈을 받는지 아닌지 그런 부분도 전혀 모릅니다.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사람이 더 많았구요. 그러나 단지 저도 한국 축구를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생각, 한국 축구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하게 됐습니다.” 

최근 한국 축구계에는 대한축구협회를 중심으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소식은 현재 한국 축구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레전드 중 한 명인 박지성이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취임하며 축구협회 임원진의 일원으로 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박지성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행정가 수업을 충분히 쌓고 미래에 준비가 됐을 때 한국 축구(또는 아시아 축구)를 돕고 싶다’라는 의사를 밝혀왔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의외의 결정이었다.

박지성의 유스전략본부장 취임에 대해 많은 팬들의 관심, 또 더러는 오해 등이 있는 상황에서 그를 직접 만나 그가 축구협회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 또 앞으로 그가 고민하며 추진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1. 유스전략본부장 결심과 행정가로서의 길 병행에 관하여 

골닷컴 :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에 취임한 것에 대해서 팬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관련해서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기존에 맡고 있던 일들, 예를 들면 맨유 앰버서더나 IFAB 자문위원 등 기존의 일들은 앞으로도 병행을 하는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박지성 : 반갑습니다. 우선 지금 제가 하고 있고 있는 일들, 또 추진하고 있는 일들과 유스전략본부장으로서의 업무는 병행할 계획입니다.

제가 예전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유럽에서 행정가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서 더 좋은 행정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협회의 본격적인 제안이 들어온 시점은 유럽의 구단들과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이미 진행중에 있는 상태였고요. 이 계획을 완전히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협회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제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전혀 차질이 없도록 협조하겠다고 해서 병행해보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협회에서도 저에게 상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외국 유소년 정책 관련 일을 하는 분을 영입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분과 함께 의견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해나가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유럽에 있으면 이곳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직접 소통하며 논의를 하는 등의 일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한국에서 지내면서 유럽에 있는 유소년 정책 관계자들과 이메일로 전화로 연락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직접 활동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골닷컴 : 한국으로 귀국한다는 부분은 오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박지성 : 많은 분들이 제가 한국으로 귀국하는 걸로 알고 있고 또 어떤 기사에서는 제가 유수의 구단들의 오퍼를 뿌리치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나왔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부분은 좀 오해가 있는 부분들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행정가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골닷컴 : 확실히 예전 인터뷰에서도 “충분히 준비가 된 후에 한국 축구 혹은 아시아 축구에 도움을 주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축구협회 일을 하게 됐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인데요, 그런 결심을 한 계기 혹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지성 : 저 역시 이렇게 이른 시점에 협회에서 일을 할 생각은 사실 안해봤습니다. 

제게 개인적인 조언을 해줬던 데이비드 길 사장 역시도 어느나라든 그 나라의 축구 협회는 행정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일을 시작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곳이니 클럽에서 경험을 쌓고 협회에 들어가는 순서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협회의 진지한 제안이 있었고, 무엇보다 이 일을 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한국 축구가 상당히 안 좋은 상황에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아무것도 안하고 바라만 보는 것도 아닌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되겠다고 느꼈기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소년 축구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유소년 정책에 손을 대지 않으면 언제 바꿀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되었고, 위기인 지금을 기회로 삼는다면 그래도 조금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한국이 그동안 아시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온 것은 꾸준히 아시아 대회에서는 우승을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왔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16세 이하팀도 그렇고 19세 이하팀도 그렇고 아시아 예선에서 좋은 성적이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성인팀에도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모두 종합해서 제가 이 일을 꼭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제가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고 싶고 또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이후에 혹시라도 제가 하는 일이 진정으로 한국축구를 위한 길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들면 이 일에 대한 모든 것을 놓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골닷컴 : 그동안 축구협회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사이에, 팬들사이에서 ‘박지성이 뭔가를 해줬으면 좋겠다’ ‘박지성이라면 다를 것이다’이런 여론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팬들의 바람과 염원이 본인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는지요?

박지성 :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맡는 일이 협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팬들이 한국축구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상황에 대해 축구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기에 대해서는 내가 좀 더 경험을 하고 나중에 행정가로서 정말 제가 일을 잘 할 수 있겠구나 마음이 들었을 때 해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시기에 다른 역할이라면 맡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맡은 역할이 축구협회 전반에 걸쳐서 하는 일이 아닌, 유소년 정책이라는 제가 관심과 경험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재단을 통해서 또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분야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을 먹게 했습니다.  

골닷컴 : 이번 결심을 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조언을 해준 사람이 혹시 있었는지요?

박지성 : 아주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대부분 다 반대를 했습니다.(웃음). 

그러나, 그 중에 “너라면 바뀌지 않을까”라고 말해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 말은 그만큼 저에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나중에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노력해보자는 생각입니다.

골닷컴 : 지금까지 국내에 보도된 내용 중에 보면 퍼거슨 감독님의 추전으로 진행중인 일도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 일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렇게 전해진 바 있습니다. 어떤 일인지 궁금한데요. 

박지성 : 피파 마스터스 과정을 마친 후에 퍼거슨 감독님, 데이비드 길 사장 등을 만나서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다양한 조직에서 행정경험이 있는 길 사장은 협회보다는 클럽에서의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했고, 퍼거슨 감독님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경험해보도록 여러 구단에 연락을 취해주셨습니다. 아마도 한동안은 견학과 같은 형태로 배우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협회일을 맡았다고 해서 클럽 관련 행정가로서의 일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제가 계획했던 것에 있어서 약간의 방향 전환이 있긴 하지만 아예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가는 길 안에서 하나의 일을 더 추가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 유스전략본부장으로서의 고민과 계획 

골닷컴 : 예전부터 유소년 축구 대회를 개최하고, 파운데이션 운영, 유소년 축구 센터 운영 등 유소년 축구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습니다. 유소년 축구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지성 : 저는 어려서 한국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그러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일본에서 하는 선수들은 우리나라같이 훈련을 하지않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일본은 그 당시 유럽의 많은 시스템을 받아 들였습니다. 일본도 학원축구가 주를 이루는 나라지만, 그 안에서도 시스템적으로 변화를 가져왔고, 그런 부분이 지속적으로 좋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도 그 선수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지 우리나라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고요.

우리나라도 창의적인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것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어떻게 받느냐의 문제기 때문에, 제가 성장하면서 많은 것들 지켜보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또 제가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부분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골닷컴 :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 정해진 것이 있는지요?

박지성 :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최근 있었던 협회의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 역시 기사로 확인했고요. 그리고 선수생활에 이어 은퇴 후까지도 외국에 거주하며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기에 한국의 사정이 어떤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조건으로 일하게 될지, 어디까지의 권한이 있는지, 임금이 있는지 없는지도 (웃음) 모릅니다. 

단지 유소년 정책에 큰 그림을 그리고 외국인 전문가와 소통해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희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데 까지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골닷컴 : 그동안 유소년 관련 일을 하고 또 지켜보면서 느꼈던 한국 유소년 축구의 문제점이라면요?

박지성 : 한국에 들어가서 더 자세히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엘리트 중심의 축구 시스템은 좀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정말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축구를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결과적으로 유럽이나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축구를 즐기는 사람이 많고, 축구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많습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접하고, 축구를 즐기게 되면서 그 안에서 어떤 재능을 가진 선수를 찾을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고, 그들이 자라서 축구 팬이 될 것이고, 축구를 좋아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축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소년 선수들이 대회를 하면, 강팀, 약팀이 나뉘어 지는데 유럽 같은 경우는 지역별로 레벨을 맞춰서 비슷한 팀끼리 리그를 운영한다던지 이런 부분들은 상당히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축구를 하고 싶어서 했는데, 대회에서 강팀과 붙어서 10-0으로 지면 아이들이 큰 상처를 받거든요.

하지만 비슷한 실력의 아이들과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조금 더 그들이 축구선수로 성장할 꿈을 꿀 수도 있고 또 어린 나이에는 단지 축구를 즐기고 싶어서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엘리트 선수를 만들기 위해 정책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소년 축구를 즐길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떻게 정책을 반영할 것인가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크게 생각이 나는데요 더 자세한 것은 한국에 들어가서 팀이 만들어지고, 팀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상황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골닷컴 : 그동안 일본, 네덜란드, 잉글랜드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벤치마킹 하고 싶었던 점이 있었는지요?

박지성 : 당시에는 제가 정책 담당자들과 미팅을 할 단계는 아니였고, 단지 선수로서 밖에서 바라보는 한계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가장 궁금한 점은 우리나라 유스에 있는 선수가 프로에 가장 빨리 데뷔할 수 있는 나이가 언제인가 그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큽니다. 

그 말은 즉, 현재 우리나라에서 학생신분으로 프로리그에 규제적으로 데뷔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바뀔 수 없는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물론 이건 단지 협회의 문제만이 아니고, 정부가 관련된 문제일 수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늘 아쉬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16세, 17세 이런 선수들이 정말 잘하는데도 프로에 데뷔를 못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16세에 프로무대에 데뷔를 하고 유럽에서도 16세, 17세의 선수들이 프로에 데뷔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최근에 거의 그런 경우가 없거든요. 이게 법적으로 규제가 되어있는지, 그렇다면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골닷컴 : 아무래도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 선수생활을 했고 또 지냈습니다. 이번에 유스전력본부장이 된 것이 앞으로 잉글랜드와 한국 사이에 교류가 많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지요? 

박지성 : 제가 교류를 만드는 것보다는 한국 유소년 축구를 어떤 방향으로 해 나갈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고요 교류 부분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국같은 경우에도 최근 U17, U20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고 그 뒤에는 최근에 정책을 바꾼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독일이나 스페인 팀들도 유소년 정책을 바꿈으로 인해 성인 대표팀에도 좋은 결과를 이끌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식으로 바꿨는지, 뭘 벤치마킹해서 자신들에게 맡게 바꾼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고요. 

그 모든 걸 다 한국에 가져갈 순 없습니다. 한국의 문화도 다르고, 교육도 다르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른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것을 얼마나 한국식으로 잘 적용하느냐, 또 적용을 할 때에도 협회를 둘러싸고 유소년 정책에 관해서 많은 일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풀고 그 정책을 반영할 것인지 앞으로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골닷컴 : FIFA 마스터코스, 또 유학생활 하면서 유소년들에게 적용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지요?

박지성 : 기본적으로 유학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들은 유소년 관련 정책보다는 전반적인 모든 행정적인 부분에서의 관리적인 측면입니다. 스포츠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포츠 행정만 잘하는 것보다는 스포츠와 관련된 많은 이해관계들이 있고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더 잘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골닷컴 : 유소년 시절의 교육 방식이 중요한데, 유럽에서는 코치와 선수들간의 관계가 수평적인 반면 한국에서는 코치와 선수들의 수직적인 관계인 경향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어린시절 선수들의 창의력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요? 

박지성 : 선수 본인이 스스로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지 여부가 지도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도 방식의 차이가 창의력을 키우는냐 키우지 못하느냐의 차이를 만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축구를 할 때는 코치님이 ‘이렇게 이렇게 하지 마’, ‘이건 이렇게 해’라고 했을 때 당연히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하는게 맞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죠. 그런데 과연 제가 선수로서 성장할때 ‘왜 그렇게 하지 말아야 되는 건지’에 대한 지도는 없습니다. 그러면 창의적인 부분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이렇게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스스로 이렇게 하니까 상대에게 뺐기는 구나, 이렇게 하니까 안 좋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배우고, 느끼고, 아니면 지도자가 이렇게 이렇게 해봐 설명을 해주면서 왜 안되는지를 이해시키는 지도방식을 하면 성인이 됐을 때 창의적인 부분에서 선수가 생각하는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닷컴 : 기술적, 전술적, 체력적, 심리적, 사회적 등 여려 측면을 봤을 때, 유소년 선수들에게는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지?

박지성 : 가장 중요한 건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것이지 유소년 선수들을 ‘축구 머신’으로 기르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올바른 성인으로 자라느냐, 거기에 축구가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엘리트 선수를 원하고, 엘리트 선수를 키우기 위해서 전술이나 체력을 중시하지만, 유럽은 축구를 더 즐기는 문화고 그 바탕 안에서 선수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러나 그런 차이를 단지 축구만 가지고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는 좀 더 상황을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도 이 곳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일본만 하더라도 유럽의 시스템을 많이 받아 들였고 그런 부분을 잘 유지하고 있기때문에 거기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정보를 많이 얻어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골닷컴 : 국내 유소년 축구에 대해서 ‘학원축구’ 중심의 시스템이 문제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지성 : 유럽은 오래전부터 클럽 축구가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한국은 학원축구가 있었고, 이제 클럽 축구가 생겼죠. 그렇기 때문에 그 둘의 목적, 관심 그런 부분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융화 시켜서 어느 정도의 조화를 가져가면서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 알아봐야 하겠지만, 저도 유소년 축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하루에 훈련을 3번하는 축구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건 제가 어렸을 때 그렇게 했던 것인데 아직도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건가, 우리나라는 정말 유소년 선수들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도 공부를 병행하면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정책을 마련해서 주말리그를 하고있고, 학교수업에 들어가게 하고 있는데, 하루에 훈련을 3번하면 이 친구들이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말 그대로 축구는 체력적인 부분도, 정신적인 부분도 많이 소비해야 하는데 이 친구가 3번 훈련하고 공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은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런 팀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것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고요.

운동시간을 규제해야 하는지, 혹은 운동시간은 코치의 권한인데 그것을 그대로 둬야 하는지 등에대한 고민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선수들은 성장을 해야하고, 혹사시켜서 훌륭한 선수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그렇게 3번씩 훈련을 하지는 않거든요. 하루에 두 번 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다고 좋은 선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들이 오히려 운동을 질려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너무 혹사를 시키니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연습할 마음이 사라질 수 있는 환경입니다. 모든 팀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유럽의 경우는 나머지 시간에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것, 발전시키고 싶은 것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많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적을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고, 모든 것이 너무 성적지향이기 때문에요. 

지금 단계에서는 그 부분을 얼마나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단지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런 부분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한국 문화에 유럽의 시스템을 얼마나 한국적으로 반영해서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

골닷컴 : 다시 한 번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드리는 오늘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동안 행정가의 꿈을 꾸고 있다고 늘 말해왔고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는데, 큰 꿈이나 방향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죠? 또 이번에 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축구팬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박지성 : 전체적인 제 큰 그림에 있어서 변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제가 행정가로서 더 성장을 해야하고 여기서 더 경험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제가 이런 경험들을 언제까지 여기서 더 쌓을 수 있을지, 언제 이것을 가지고 아시아랑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은 모르는 단계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경험하고 부딪혀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부딪히다가 제가 행정가로서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는 것이죠. 제가 뛰어난 행정가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좋은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그것 역시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도 평범한 선수가 됐을 수도,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을 수도 있었습니다.

단지 제가 좋은 선수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좋은 행정가가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저 역시도 노력을 해야하고, 그만큼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고요. 외국의 경우 선수 출신이 바로 행정가로서 일을 시작해서 잘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지 선수가 바로 중요한 일을 맡았다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기 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느냐, 얼마나 행정적인 일을 잘 배우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잘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제가 얼만큼 한국의 유소년 정책을 바꿀 수 있고, 미래의 유소년 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이 길을 언제까지 계속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아직 젊고 충분히 한국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이 일을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이 일을 하면서 이게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이 아니다, 제가 하는 일이 유소년 축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이 자리에서 내려와서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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