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환시장, 삼성전자 보유 달러화에 떤다

조귀동 기자 입력 2017.11.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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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외환시장에 내놓는 달러화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이 거의 일정합니다. 그런데 이익은 대폭 늘어난 상태죠. 언젠가는 외환시장에 내놓는 달러화 물량이 더 늘어날 텐데, 그 때가 관건입니다.”

17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외환 딜링룸에서 외환 트레이더들이 시세를 살피고 있다. /조선일보DB

고위급 외환시장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현재 외환시장 최대 복병이 ‘삼성전자 리스크’라고 말했다.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가 해외서 벌어들인 미국 달러화(貨) 등 외환을 원화로 바꾸는 규모를 조만간 늘릴 수 밖에 없는 데, 그 때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것이라는 얘기다.

원화 가치가 계속 치솟고 있다. 22일 환율은 미 달러화 대비 1089원10전으로 2015년 5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3일 12시 현재 환율은 달러당 1088원60전으로 전일 대비 2원90전 하락했다.

원화 강세의 핵심 요인은 경상수지 흑자다.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18억달러에 달한다. 전년 동기(732억달러) 대비 15.6% 정도 작지만, 환율을 끌어내리기에는 여전히 충분한 규모다. 게다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9월 경상수지 흑자는 122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3% 증가했다. 월별 경상수지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 규모다.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조기 통관 물량이 몰리긴 했지만 주요 원인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대개 기업의 보유 외환도 덩달아 늘어난다. 특히 전자, IT(정보기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수출 산업의 대기업이 해외 시장에 제품을 팔고 달러화 등으로 대금을 받는 과정에서 대규모 외환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대부분 보유한 외환을 그때그때 원화로 바꾼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들은 “외화 표시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달러화 약세 또는 원화 강세 상황일 경우 상대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원화로 바꾸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리라고 예상되더라도 오랜 기간 보유할 경우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예 적정 보유 외환 규모를 재무 상황이나 환율 변화를 통해 기계적으로 산출해 거래하는 기업도 많다”며 “단기적으로 환율이 출렁거릴 때 눈치를 보는 일은 있겠지만, 경상수지 흑자의 결과로 기업이 보유하는 달러화는 그대로 외환 시장으로 흘러간다고 보면 된다”고 관계자들은 덧붙인다.

실제로 거주자 외화예금 증감 추이는 경상수지 흑자 변화와 거의 일치한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기업 비중이 80% 정도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나면 기업에 유입되는 외환이 증가하지만,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하는 달엔 수입 대금 결제 때문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등 IT 제품 수출이 급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개 매월 15일과 월말 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화를 외환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달러화 매도 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보유한 달러화를 쥐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연말에 실적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원화로 환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배당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서도 보유한 달러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달러화 매각 규모를 늘릴 경우 환율 하락 압력이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추가 환율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 데다 정부가 원화 가치 고평가를 억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독일, 한국 등 대미(對美) 경상수지 흑자국의 환율 문제를 거론해왔다. 미 재무부는 1년에 두 차례 발간하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은 비대칭적(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방향이란 의미)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해왔던 전력(前歷)이 있기 때문에 외환 시장에 한국 당국이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명시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원화 가치 상승세 억제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경우 환율 조작국 시비를 피할 수 없다.

KEB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2018년 환율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2018년 3분기 달러당 108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추가로 원화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 중 달러당 1050원까지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