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핵심설비 '내진능력 평가' 지지부진
[경향신문] ㆍ경주 지진 1년이 지나도록…
ㆍ고리·월성·한울 3호기 대상…원안위 “신뢰도·객관성 위해 시간 걸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하자 원전 핵심설비의 내진능력을 정밀평가한다고 밝혔으나, 1년이 다 되도록 평가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사이 최근 포항 지진이 발생, 원전에 대한 불안감만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원안위는 지난해 12월22일 열린 회의에서 “원전 핵심설비의 실제 내진능력을 정밀 재평가해 주요 기능별 내진능력을 확인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밀평가 시한은 ‘2017년 상반기’라고 못을 박았다. 지난해 회의는 9월12일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3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열린 것으로, 지진 위험과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지난 6월까지는 정밀평가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원안위는 계획대로 올해 상반기까지 정밀평가를 마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월14일 원안위 회의에 보고된 ‘대형 지진에 대비한 원자력시설 안전 개선대책 추진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회의에서 원안위는 원전 핵심설비 내진성능 정밀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정밀평가 대상은 고리 3호기(웨스팅하우스형)와 월성 3호기(중수로형), 한울 3호기(한국표준형)다. 국내 대표적인 원전들의 핵심설비가 실제로 대지진을 견딜 수 있는지 체크하는 게 정밀평가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원자로 안전정지, 노심 냉각, 격납건물의 방사능 누출 방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냉각 등의 기능을 재점검하는 것으로 원전별 1700여개 기기가 평가 대상이다. 이는 전체 원전의 내진 보강 로드맵을 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원안위는 아직도 정밀평가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올해 7월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평가결과 검토를 완료했으나, 신뢰도와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지진·지질, 내진공학, 기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내진검증 특별위원회’를 꾸리면서 최종 결과 보고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특위가 올해 안에 재점검을 마칠 계획이지만 결과는 더 늦게 나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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