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출신 송일준 PD연합회장 "MBC 사장 도전"

김도연 기자 입력 2017. 11. 22. 20: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D수첩’ 광우병 편 진행한 뒤 MB 정권 검찰에 고초…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는 심정으로”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MBC PD수첩 PD 출신 송일준 한국PD연합회장이 22일 오후 MBC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송 PD는 이날 ‘출마의 변’을 통해 “MBC는 그간 권력의 감시견이 아니라 나팔수로서 지었던 죄와 쌓였던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들과 눈을 맞추는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갈갈이 찢긴 구성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심화된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내어 새로운 MBC 출발의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저는 오늘 무너진 공영방송 MBC 재건을 위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본사 사장직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밝힌다”고 밝혔다.

송 PD는 “MBC의 강점을 살린 창의적이고 참신한 콘텐츠의 생산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며 “지상파 채널을 축으로 해서 다양한 채널 다양한 매체를 통해 ‘MBC 브랜드 콘텐츠’ ‘MBC 킬러 콘텐츠’를 보급하겠다. 사원들의 잠재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MBC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 PD는 또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번지는 MBC. 언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MBC. 언제나 시청자 여러분의 마음 속 한 가운데 자리하는 공영방송 MBC를 만들 것”이라며 “MBC를 제대로 바꾸고 싶다. MBC를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공영방송 마봉춘 MBC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송 PD는 앞서 MBC 사장 출마를 선언한 동료들에 대해 “좋았던 MBC를 상징하는 훌륭한 인물들이 MBC 사장직 도전에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누가 사장이 되든 공영방송다운 MBC의 재건은 빠르고 확실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며 “끝까지 공정하고 깨끗한 레이스를 펼친 후 흔쾌하게 결과를 수용함으로써 다 함께 MBC 재건을 위해 힘을 합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MBC PD수첩 PD 출신 송일준 한국PD연합회장이 22일 오후 MBC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1984년 MBC에 입사한 송 PD는 지난 2008년 시사교양국 부국장 재직 당시 무분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지적한 PD수첩 ‘광우병’ 편 방송을 진행했다가 검찰에 체포, 이후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시사교양PD 외에도 도쿄PD특파원, 외주센터장, 국제협력팀 등 MBC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MBC 사장 출마로 송 PD는 한국PD연합회장직에서 사퇴했고 류지열 KBS PD협회장이 직무대행으로 22일 선출됐다. 아래는 송 PD의 ‘MBC 사장 출마의 변’ 전문이다.

[송일준 한국PD연합회장 ‘MBC 사장 출마의 변’]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는 심정으로”

오늘 검찰이 MBC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김재철 사장 이래  MBC 경영진이 저지른 각종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무려 스무 명의 수사관을 투입했습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사회 어느 분야보다 깨끗하고 정의롭고 당당해야 할 공영방송이 반사회적 반민주적 범죄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지난 십년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대신 권력의 눈치 보기와 선전홍보에 신경을 쓰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싸우기보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어떤 불법행위도 불사했던 MBC가 저지른 죄의 대가가 참으로 크고 무겁습니다.

이 부끄러움을 깊이 뼈에 새기고 오래오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오늘의 사태는 처참하게 붕괴된 공영방송 MBC의 실상을 상징합니다. 흉기가 되어버린 MBC를 사회적 공기로 만들어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것은 촌각을 소홀히 할 수 없는 화급한 일이 되었습니다.

국민들이 가장 믿었던  MBC.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했던 MBC. 만나면 언제나 좋은 친구였던 MBC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권력에 의한 공영방송 장악은 이명박 정부의 PD수첩 죽이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방송을 했다고 저를 비롯한 네 명의 PD와 한 명의 작가가 한 밤중에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되어 수갑이 채워지고 포승줄에 묶였습니다.

공영방송의 감시와 비판이 사라진 사이 불의한 권력은 언론의 눈길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국정을 농단했습니다. 오랜 세월 피를 흘리며 쟁취했던 민주주의는 질식했습니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든 수많은 보통 시민들이 열어준 새 시대는 몰락한 MBC를 하루 빨리 정상화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두 달이 넘는 파업 끝에 드디어 방문진 이사진 개편과 김장겸 사장의 퇴진으로 공영방송MBC의 정상화로 가는 첫 단추가 꿰어졌습니다.

이제 MBC는 그간 권력의 감시견이 아니라 나팔수로서 지었던 죄와 쌓였던 적폐를 청산하고 권력이 아니라 국민들과 눈을 맞추는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념과 가치를 지켜낸 MBC의 소중한 인재들이 일선에 설 것입니다.

갈갈이 찢긴 구성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심화된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내어 새로운 MBC 출발의 동력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무너진 공영방송 MBC 재건을 위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본사 사장직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밝힙니다.

1984년 말 MBC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만 33년입니다. 도쿄PD특파원 외주센터장 국제협력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시사교양PD로 가장 오래 일했습니다.

젊은 시절 텔레비전 휴먼다큐멘터리를 선도했던 인간시대’ PD로 일하면서 사람의 됨됨이는 이름 뒤에 붙는 타이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그 어떤 권력자나 명망가보다 훌륭할 수 있으며 그 분들 덕분에 우리나라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부정부패 세력의 헌정유린 국정농단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것이 바로 추운 겨울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수많은 보통 시민들이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사회고발 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은 제 PD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건강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방송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젊은 날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뜁니다. 1세대 PD수첩 PD로서 기업의 노동조합 파업 사태 하나 취재하기 힘들었던 초창기 상황이 여러 뛰어난 후배들의 노력으로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그 어떤 성역도 없이 과감하게 취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을 보는 일은 가슴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도쿄 PD특파원을 포함한 4년간의 일본 생활 동안 현지의 방송을 주의 깊게 살피고 배웠습니다. 방송인으로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방송의 강점과 약점을 분명히 직시하고 우리 방송을 더 낫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맡게 된 MBC PD협회장, 한국PD연합회장으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의 일선에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재삼재사 공영방송의 소중함과 사명을 인식했습니다.

광화문 돌마고 집회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예은이 아버지 유경근씨가 피를 토하듯 하던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여러분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또 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유경근씨의 말은 송곳처럼 가슴을 찔렀습니다. 너무도 아파서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MBC는 어떤 공영방송이 되어야 하는가. 유경근씨가 가르쳐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MBC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던 지난 시간. 우리를 둘러싼 방송환경은 상전벽해처럼 변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지상파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과거 영광스러웠던 MBC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결코 새로운 MBC 건설의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강물은 흘러가고 배는 떠내려 왔는데 잃어버린 칼을 뱃전에 새긴 표시를 보고 찾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MBC의 강점을 살린 창의적이고 참신한 콘텐츠의 생산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습니다. 지상파 채널을 축으로 해서 다양한 채널 다양한 매체를 통해 ‘MBC 브랜드 콘텐츠’ ‘MBC 킬러 콘텐츠’를 보급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던져야 합니다. 사원들의 잠재력을 백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 MBC를 만들겠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번지는 MBC. 언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MBC. 언제나 시청자 여러분의 마음 속 한 가운데 자리하는 공영방송 MBC를 만들겠습니다.  사장직에 도전할 생각을 하면서 제 아들과 상의했습니다. “아버지, 사장 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MBC를 어떻게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MBC를 제대로 바꾸고 싶습니다. 붕괴된 건물 잔해를 깨끗이 치우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고 싶습니다. MBC에서 근무한 33년 동안 자리 욕심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MBC를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공영방송 마봉춘 MBC로 만들고 싶습니다.

좋았던 MBC를 상징하는 훌륭한 인물들이 MBC 사장직 도전에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누가 사장이 되든 공영방송다운 MBC의 재건은 빠르고 확실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끝까지 공정하고 깨끗한 레이스를 펼친 후 흔쾌하게 결과를 수용함으로써 다 함께 MBC 재건을 위해 힘을 합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7년 11월 22일 송일준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