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나도 당했다"..침묵 깨고 울리는 '미투(me too)'

2017. 11. 22. 20: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선 성추행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하는 여성들의 '미투, metoo'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영화배우나 정치인같은 유명 인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변종국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로즈 맥고완 / 영화배우]
"20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수치스럽고 괴로웠습니다. 내게 일어난 일은 이 사회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고…"

할리웃의 거물 영화 제작자 와인스틴에게 성 폭행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폭로가 이어졌고, 잇따른 폭로는 '나도 성 범죄를 당했다'는 '미투(meetoo) 캠페인'으로 번졌습니다.

[변종국 / 기자]
"해외에선 미투 캠페인이 영화계와 스포츠계, 정계까지도 강타하고 있는데요.

유명 배우 스티븐 시걸과 원로 스타 더스틴 호프만에게 성 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상원 의원이 과거에 저지른 성 추행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아예 블로그를 만들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20대 여성 A씨.

[A씨 / 미투 블로그 운영자]
“강간, 성폭행 이런 뭔가 증거를 찾기 위해서 피해자들이 (블로그에)와서. 제가 글을 올린 걸 많이 보시더라고요.”

11살 초등학생 때 당한 악몽같은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운동부 테니스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다"]

[A씨 / 미투 블로그 운영자]
"다른 누구한테 말하면 보복할 거라는 식으로.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만 아는 거다.”

그런데,

[15년 만에 테니스 대회에서 내 몸에 손을 댄 코치를 봤다. 악마를 본것만 같았다.] 

[A씨 / 미투 블로그 운영자]
"그 사람을 마주쳤다는 순간 자체가 끔찍한 상황인 거예요. 만나고 나니까 충격이 너무 큰 거였죠."

[내가 신고를 하지 않아서 다른 피해자가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자.] 

아동 성범죄의 공소 시효를 없앤 일명 '도가니법'이 이런 고소를 가능케했고, 결국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대기업에 다닐 때 당한 성 희롱 때문에 아예 변호사가 된 피해자도 있습니다.

[이은의 / 변호사]
"부서장님이 사무실 오가면서 속옷이 지나가는 부위에 손바닥을 댄다든가. 목덜미를 만진다든가. 얘기하면서 바람을 훅 분다든가. 제 엉덩이를 친다든가…"

회사에 항의할 때까지,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기도 했습니다.

[이은의 / 변호사]
"다시 재취업이 될 것인가?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들잖아요? ”안돼. 하지마세요’ 싫습니다‘ 이게 잘 안되는 거죠.“

이제는 자신의 피해를 고스란히 공개한 뒤 같은 처지의 피해자를 돕고 있습니다.

[이은의 / 변호사]
"미투가 '나도 이런 일이 있었어' 내 경험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면 조금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문단에는 사실상 1년 전부터 미투 캠페인이 존재해 왔습니다.

[김재련 / 변호사(문화예술인 법률지원센터)]
"유명한 선배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당하는 성적인 불편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문제제기를 못하고…"

여고생들을 성 폭행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온 유명 시인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비슷한 폭로가 계속되자, 별도의 해시태그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나도 당했다' 즉 '미투'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여성이 더 많습니다.

[김모 씨 / 직장 여성]
"속에서 천불 나요. 그걸 어떻게 말해요. 그러다가 짤리면 어떻게 해요? 이제 막 회사 들어갔는데…"

피해자들은 주로 '을'의 입장인 젊은 직장 여성들.

[장미혜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
"조직내 권력 구조 내에서 위계가 낮은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로 표면화 시킬 경우에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거나…"

[박모 씨/ 직장여성]
"직급이 낮은 사람들이 보통 타깃이 되죠. 남자들도 거의 방관하는 분위기에요. 자기한테 불이익이 될 까봐."

성 희롱 경험자의 78%는 피해를 보고도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드러난 미투는 빙산의 일각인 셈입니다.

[김재련 / 변호사(문화예술인 법률지원센터)]
"피해자들이 안 거죠. 침묵은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는 거예요." 해외에서는 이제 '내가 가해자였다'는 자기 반성 캠페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장미혜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
"나도 당했어 나도 당했어 라고 하면 가해자는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된 거죠. '아 이것은 내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반발하는 잘못을 저질렀구나'…."

그 동안 침묵 속에서 속앓이만 하던 우리나라의 '미투'도 이제 점차 메아리 같이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채널 A뉴스 변종국입니다.

변종국 기자 : bjk@donga.com
연출 : 김남준
글 구성 : 전다정·장윤경
그래픽 : 김민수 ·양다은

Copyright © 채널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