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꽃' 고법부장 승진 폐지..고강도 사법개혁 신호탄

2017. 11. 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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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부장은 법관 서열의 핵심고리..'가장 강도 높은 개혁책' 평가
법관인사 이원화 추진 흐름 속에서 논의..사법부 내부서 논란 있을 듯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방현덕 기자 =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22일 사법연수원 25기부터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보임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은 법관 서열 구조를 지탱하던 승진제도를 사실상 폐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법부장은 '법관의 꽃'이라 불린다. 정치적 변수가 많은 대법관 인선을 제외하고 법관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단 한 번의 실질적 승진'으로 여겨지는 자리다. 때로는 검찰의 검사장, 군(軍)의 장성에 비교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고법부장 승진제도는 사법부 내 서열이 사실상 유지되도록 하는 기능해 왔다. 단독 및 배석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고등부장-법원장-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수직 서열은 고법부장을 핵심고리로 짜인다.

고법부장이 되기 위해 판사들이 밤낮없이 일하기도 하지만, 인사권자의 '코드'에 맞춰 판결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고법부장 승진제도의 존폐 문제는 항상 법원 내의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지체 없이 고법부장 승진인사에 손을 댄 것은 개혁 강도와 속도가 엄청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승진제 폐지만큼 파장이 큰 사법개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사법부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당시를 포함해 고법부장 승진제도는 사법개혁 논의 틀 내에서 종종 다뤄져 왔던 사안이지만,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그만큼 김명수 대법원장의 '개혁 드라이브'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그간 고법부장 승진제도 폐지 논의는 사법부가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법관인사 이원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법관인사 이원화는 수직 서열 구조를 깨고 법관인사를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을 분리해 실시한다는 취지다. 2005년 사법개혁위원회가 장기적으로 1, 2심 법원의 법관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법원은 2009년 4월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90.9%의 법관들이 이원화에 찬성하자, 이듬해 이른바 '고법판사' 제도를 도입했다.

법관인사규칙 10조를 개정해 고등법원에 기존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외에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인 고법판사를 두도록 한 것이다.

고법판사 제도를 통해 일정 경력 이상의 법관을 고등법원 판사와 지방법원 판사로 분리해 법관인사 이원화를 단계적으로 완성해가려는 시도였다.

당초 구상은 일정 시기 이후에는 고법부장을 포함해 고등법원 판사 전원을 고법판사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그 시기를 2017년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2018년부터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이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15년 법원 내부 통신망에 법관인사 이원화가 2020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고, 고법부장 승진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법관인사 이원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고법판사 업무의 가중, 1·2심 법원간의 소통 단절 등 고법판사 제도의 문제점까지 드러나면서 법관인사 이원화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대법원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선 법관들을 중심으로 법관인사 이원화가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개혁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의 취임은 이런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게 한 가장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이번 결정 이후로 정책적 취지를 어떻게 살려 나갈지가 관건이 되리라 전망한다.

당장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를 둘러싼 사법부 내의 반응이 엇갈린다. 승진 경쟁의 폐단을 염려하는 많은 판사가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재판의 독립성 확보에 획기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성실히 일한 판사들이 인사로서 보상받는 제도가 폐지되면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는 반론도 있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단숨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제외된 연수원 25기 법관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법관인사 이원화가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을 꾸준히 이어갈 동력이 필요하며 고법판사 제도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작업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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