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폐, 난치병 딸에게..국내 첫 생체 폐 이식 '성공'

조동찬 기자 2017. 11.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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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강 소식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엄마, 아빠의 폐가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에게 이식되는 생체 폐 이식 수술이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습니다. 스무 살 딸은 새 생명을 얻었고 폐를 내어준 부모도 현재 건강한 상태입니다. 기적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것인데요,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조동찬 기자, 건강하다고 말씀해주셨지만 그래도 환자의 상태가 지금 어떤지 궁금합니다?

<기자>

직접 화면을 통해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중환자실 창문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엄마, 아빠에게 산소마스크를 쓴 상태로 손을 흔들고 있는 둥근 안경을 쓴 소녀가 바로 부모에게 폐 이식을 받은 20살 오화진 씨입니다.

폐 이식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을 때의 모습입니다. 지금은 취재진 앞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고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회복됐습니다.

[오화진/생체 폐 이식 수여자 : (어떠십니까?) 네, 완전 진짜 다시 태어난 기분인 것 같아요.]

지난달 21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모의 폐 일부가 딸에게 이식되는 생체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보신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앵커>

엄마의 폐도 아빠의 폐도 다 이식이 된 거죠. 딸인 오화진 씨가 앓았던 병은 어떤 병이었습니까?

<기자>

특별한 이유 없이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지는 폐동맥 고혈압이라는 병인데요,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그러다 보니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 어려워져 결국 심장 기능까지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병입니다.

[오화진/생체 폐 이식 수여자 : (어느 정도 힘들었습니까?) 두세 걸음 가다 쉬고 또다시 두세 걸음 가다 쉬고 그 정도로 힘들었죠.]

특히 학생에게는 목숨만큼 소중한 시험도 중도에 포기한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고2 겨울부터 힘들어서 시험 보러 가는 것도 그냥 보러 갔다가 1교시 끝나고 그냥 오고 이랬어요.]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심장이 멈추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경험을 했었다고 합니다.

[박승일/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 심장마비가 와서 저희가 심폐 소생술을 해서 살려 놓았었고, 수술하기 전에도 복수가 너무 차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화진 씨가 부모의 폐를 이식받은 건 살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만, 실은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었습니다.

<앵커>

수술을 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인가요?

<기자>

장기 이식에 관한 법률을 보면 살아 있는 사람이 기증할 수 장기는 신장 1개, 간, 골수, 췌장, 췌도, 소장 단 6개뿐입니다. 허파는 금지돼 있습니다.

폐는 뇌사자, 심정지 환자에게만 기증받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오화진 씨의 경우 약 4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실제 수술 장면인데요, 부모가 자식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폐를 적출하면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 유기징역의 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합법입니다.

[오승태/오화진 양 아버지 : 알아봤더니 일본에서는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일본으로 가려고 준비를 다 하고있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나라 이식 수술 수준은 일본만큼 우수한데 아직 법이 못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이 이 환자를 일본에 보내는 건 아니다 싶어서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박승일/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 국회의원한테도 저희가 부탁을 했습니다. 우선 (법안) 발의라도 해놓은 상태로 하는 게 좀 유리하지 않을까.]

결국 이 수술은 관련 학회와 보건복지부 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고 시행한 것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었습니다. 복지부는 이런 일이 다음부터는 합법일 수 있게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앞으로 꼭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부모로부터 두 번의 생명을 얻은 오화진 씨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던가요?

<기자>

일단 여행을 원 없이 하고 싶다고 합니다.

[김해영/오화진 양 어머니 : 아프면서 먼 데를 못 가고 가까운 곳만 다녔었는데 본인이 원하는 여행 많이 다니게 하고 싶습니다.]

오씨는 그동안 겪었던 마음의 갈등도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내주시겠다 했을 때는 제가 싫다고 그랬어요. 너무 미안하니까…. (부모님께) 사랑하고 고맙고 미안하다.]

이런 기쁜 소식을 앞으로 더 많이 전해 드렸으면 좋겠는데 의술이 발전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법도 발 빠르게 보조를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조동찬 기자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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