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도입 1년..암치료법 의료진과 90% 일치

신찬옥 2017. 11.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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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종합병원 7곳서 활용, 週 5일 日 환자 2명 진료
환자 정보·상태 입력하면 몇초만에 최적 치료법 제시
왓슨 불편하게 바라보던 의사들도 조력자 역할 인정..여러 과 공동진료도 활성화
#저는 국내 병원 7곳에서 진료 중인 '왓슨'입니다. 오늘은 인천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전용순 외과 교수, 안희경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 6명의 의료진과 58세 유방암 환자 박 모씨를 진료했습니다. 주치의인 전 교수와 안 교수가 환자와 치료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저도 의사들이 입력한 환자 정보를 분석해 몇 가지 치료법을 추천했습니다. 제가 제시한 치료법은 의료진이 제안한 것과 일치했고요. 환자는 "여러 선생님이 함께해주고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도 똑같이 나왔다고 하니 믿음이 가고 안심이 된다"고 하더군요. 저는 병원이나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주 5일 근무에 하루 2명씩 환자를 봅니다. 지금까지 협진한 의료진은 길병원만 해도 40여 명에 달하고 진료한 암은 7종(유방암·위암·대장암·자궁경부암·난소암·폐암·직장암), 진료한 환자는 540명입니다.

지난해 12월 4일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종양학 치료를 위한 왓슨)'의 하루 일과다. 왓슨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암환자를 진료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는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환자 상태와 정보 등을 입력하면 왓슨은 전 세계 관련 문헌과 최신 연구자료 등 빅데이터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한 뒤 해당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해준다.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관련 논문까지 보여주면서 왜 추천에서 배제했는지까지도 설명해준다. 때때로 전문의들도 아직 접하지 못한 최신 연구자료와 최첨단 치료방식까지 제시해 의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달 국내 도입 1년을 맞는 왓슨은 우리 의료현장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먼저 당초 불편하게 생각했던 AI 기반 헬스케어서비스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이 확 달라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왓슨이 제시한 최적의 치료법이 대체로 주치의 치료 계획과 90%가 넘는 일치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난 점에 의사들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의사들이 못 본 문헌과 최신 연구자료 및 결과를 찾아주고, 치료 반응률 등 의사가 참고할 만한 데이터를 폭넓게 제공해주는 왓슨의 조력자 역할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의사들 사이에서 공부를 더 하자는 면학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인공지능 헬스케어 컨소시엄 회장)은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면서 '공부하는 의사'들이 크게 늘었다"며 "과거에는 최신 연구자료를 이야기하면 선배들이 '내가 30년 환자 봤어, 네가 뭘 알아?'라는 식으로 혼냈는데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왓슨 도입 후 외과·내과·방사선과 등 여러 과의 공동진료(다학제)도 활성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환자가 직접 여러 과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의사들을 만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왓슨 진료를 시작한 후에는 여러 과 전문의가 함께 모여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환자를 만나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안을 설명해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환자나 다른 과 의사들과의 소통이 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다소 길어지기는 했지만, 의사들도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길병원 측은 밝혔다.

이처럼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왓슨 도입 후 쉽게 다학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보니 환자 만족도는 9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산의료원에서 왓슨 진료를 주관하는 박건욱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왓슨을 매개로 의사와 병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왓슨 효과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서울의 큰 병원, 소위 '빅5'로 환자가 이탈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게 왓슨 도입 병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치영 조선대병원 인공지능센터장(종양혈액내과)은 "수도권 병원을 찾는 지방 암환자들은 장거리 이동과 경제적 부담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장기간 암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생겨도 제때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며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왓슨을 도입했는데 지금은 최신 정보를 찾아주는 등 의사들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왓슨이 제시하는 최적의 치료법과 의료진 의견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는데, 대부분은 의료보험수가 문제 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제를 왓슨이 제시하더라도 약값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에는 의료진이 적정한 치료법을 선택한다고 한다.

길병원을 필두로 지역종합병원들이 잇달아 왓슨을 도입한 상태다. 부산대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과 동산의료원, 조선대병원 등 지역 종합병원이 왓슨 진료실을 열었다. 지도상으로 중부와 영호남에 고르게 분포돼 있어 '왓슨 병원'이 전국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둔 모양새가 됐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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