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병사 살려낸 이국종 교수 "내가 적폐인가? 관두고 만다"

김민상 2017. 11. 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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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가 “한쪽은 저를 두고 빨갱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친미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요즘에는 저보고 적폐라고 말한다”라며 격노했다.
22일 오전 아주대병원 아주홀에서 진행된 귀순 북한군 병사의 건강 상태와 관련한 2차 브리핑에서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일을 하다보면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다. 오늘 환자브리핑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들이 굉장히 자괴감 든다. 의사들은 절대 환자들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 말을 낳는다. 충분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등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SA 귀순 북한병사가 치료를 받고 있는 이곳 중환자실 벽에 걸린 태극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 교수는 “제가 북한 환자 치료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전에도 더스트오프(미 육군 의무항공기)팀이 (북한 환자) 데리고 와 살린 적 있다. 이번에는 소문이 나니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인권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자들로 이벤트를 벌여 뭔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느니 (의사) 관두고 만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공개돼 인격 테러를 당했다”며 “귀순 병사는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라며 이 교수를 비판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등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 중환자실에서 치료중인 JSA 귀순 북한병사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박종근 기자
이 교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대한민국 헌법 조항까지 준비해 기자들에 보여주며 “제가 헌법을 들여다 본 건 몇십년 만에 처음이다. 제가 환자 프라이버시를 위해 동의서도 받는다. 익명성 하에 (수술장면) 공개하는 것이다”며 “이런 게 안 되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말 환자 팔이 하는 것이냐”며 “외부에서 나쁜 의견이 제기 됐을때 저희와 같은 작은 신생 외과 대학은 견뎌낼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저께 병원장에게 불려가 2시간 있었고 어제도 1시간30분 불려가 면담했다. 외상센터 지을 때보다도 병원장 호출이 더 많다”며 “병원장이 2차 브리핑 취소하라고 했다. 외신기자까지 왔는데 취소하면 창피한 일이라 말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등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 중환자실에서 치료중인 JSA 귀순 북한병사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자신과 관련한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박종근 기자
이 교수는 이 같은 발언 중에 석해균 선장 수술 장면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는 “석 선장은 ‘외상센터가 발전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바치겠다’고 했다”며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환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대한민국 수많은 의사가 ‘이국종이 별것 아닌 환자 데려다 쇼한다’고 비난한다. ‘니 주제에 신문에 나오고 그러면 되겠냐’는 식이다”며 의학계 내부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에는 저를 비난하는 문자들이 돌기도 했다”며 당시 문자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환자 상태를 듣기 위해 찾아온)기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무릎이라도 꿇겠다. 국정감사 때 비난 글 올리신 분은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다. 제가 빅5 병원의 의사였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단체 한쪽에서는 저를 빨갱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친미주의자라고 한다. 요즘엔 적폐라고 부른다”며 “북한 청년이 남한에 와서 보고자 했던 것은 자기가 어디서 다치든 30분 내로 중증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보고 온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누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한다. 전 반대다. 사람만 보고 간다. 도와 달라. 도와주지 않으면 한국사회 발전 못 한다”고 호소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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