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월호에서 유골 추가 발견.. 닷새 동안 은폐한 해수부

김형규 기자 입력 2017. 11. 22. 16:37 수정 2017. 11. 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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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9일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혁규 부자 빈소에서 한 조문객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에서 수거된 진흙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지만 해양수산부가 이를 지금까지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5명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지난 18일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렀다.

22일 세월호 유가족과 해수부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쯤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수색작업 현장에서 사람 손목뼈 1점이 발견됐다. 뼈는 세월호에서 수거된 진흙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국방부에서 파견된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사람의 뼈임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그러나 유골 수습을 보고받은 해수부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은 이 같은 사실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다른 유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김 부본부장은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에게 “내가 책임질테니 유골 수습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는 그동안 수색과정에서 유골이 발견될 경우 곧바로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 및 유가족에 통보해왔다. 선체조사위는 해수부의 미수습자 수습 작업을 점검하는 기관이다. 해수부는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현장 수색상황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지만 여기에도 유골 발견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단원고 양승진 교사, 남현철·박영인군,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6일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이영숙씨의 유골이 발견된 걸 마지막으로 소득없는 수색작업에 계속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더이상의 수색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수부가 바로 다음날 유골을 발견하고도 숨긴 것은 또다시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막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결국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영결식을 열고 이어 오후엔 각각 서울과 안산에서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렀다. 김현태 부본부장 등 해수부 고위 관료들은 영결식과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가족들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정성욱 ‘416 세월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은 뼈 한 조각이라도 찾으려고 3년이 넘도록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해수부가 유골 발견 사실을 은폐했다는 게 너무 황당하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수색을 종료하려던 참에 유골이 발견돼서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될까봐 일부러 감춘 것은 아닌지 불순한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유골 발견 은폐는 세월호 선체조사위 특별법 위반 소지도 있다. 선체조사위의 미수습자 수습 점검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특별법 38조와 45조는 “누구든지 위계로써 선체조사위의 직무수행을 방해해선 안 되고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권영빈 선체조사위 상임위원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유골 발견 사실을 알았다면 예정대로 장례식을 치렀을지 의문”이라며 “해수부는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경향신문이 관련 사실을 취재하자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7일 세월호 객실구역에서 나온 지장물 세척작업 중 뼈 1점이 발견됐고 오늘 오전 국과수에 정밀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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