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9월 출생아 사상 최초 30만명 붕괴..'집단자살사회' 초읽기

박종오 입력 2017.11.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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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출생아 3만100명 '역대 최저'
1~9월 누적 출생아는 30만명 붕괴
12년 뒤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한 여성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거리에서 열린 책 행사에서 아이를 안은 채 그림책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 9월 국내 출생아 수가 또 역대 최저 수준으로 굴러떨어지며 올해 1~9월 누적 출생아가 사상 최초로 3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9월 방한 당시 언급했던 극심한 저출산에 따른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가 한국이 당면한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전체 출생아 수는 통계 집계 이래 최저인 36만 명 선에 간신히 턱걸이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올해 1~9월 출생아 ‘사상 최저’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출생아 수는 3만 1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5%(4300명)나 줄었다. 이는 9월 기준으로는 월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율도 2002년 9월(-13.3%) 이후 가장 컸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 이후 2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27만 8100명으로 작년 1~9월보다 12.2%(3만 8800명) 감소했다. 이 또한 1~9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다. 1~9월 누적 출생아 수가 30만 명 밑으로 내려간 것도 처음이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1~9월 출생아 수는 2001년까지 40만 명을 넘다가 2002년부터 감소세이긴 해도 계속 30만 명대를 유지해 왔다”며 “저출산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완전히 숫자가 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출생아 수의 급격한 감소는 주출산 나잇대인 30~34세 여성 인구와 혼인 건수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정부의 출산 억제 정책이 주요 출산 연령 인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고, 출생아 수의 선행 지표 격인 혼인도 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국내 혼인 건수는 1만 7900건으로 작년 9월보다 0.6%(100건)가 찔끔 늘었다. 그나마 이는 추석 연휴가 작년에는 9월에 있다가 올해는 10월로 이동하면서 혼인 신고 일수가 2일 늘어난 데 따른 ‘착시 효과’다.

통계청은 이런 신고 일수 증가 효과를 제거할 경우 실제 9월 혼인 건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8%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9월 이혼 건수도 이 같은 신고 일수 증가에 힘입어 작년 9월보다 3.3%(300건) 증가한 9400건으로 조사됐다.

반면 9월 사망자 수는 2만 2600명으로 작년보다 2.3%(500명) 늘었다. 사망자 수는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어르신 인구가 많아지면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2년 뒤엔 사망자 〉출생아…IMF “정부 돈 풀어 저소득층·저출산 지원 늘려야”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단 단장이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IMF는 매년 회원국과 정례협의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기획재정부]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인구 자연 감소 현상은 한국 사회에 불과 10여 년 앞으로 닥친 미래다.

통계청은 올해 전체 출생아 수가 36만 명 선에 간신히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40만 6300명)보다 4만 명 정도 적은 것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 명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한국 사회에 전례 없는 일이다.

통계청은 앞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사망자가 출생아를 초과해 인구가 마이너스(-)가 되는 시점을 오는 2029년으로 추산했다. 국외에서 순유입되는 인구까지 포함한 실제 인구 감소 현상은 이보다 2년 뒤인 2031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의 저출산 추세가 심화하면 이 시기는 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라가르드 IMF 총재가 경고했던 ‘집단 자살 사회’가 한국의 우울한 미래로 현실화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팍팍한 한국 사회가 초래한 결혼 회피, 저출산 문제 등을 두고 ‘집단 자살 사회’라고 한탄하며 재정을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를 촉구했다. 정부가 지금 돈을 아꼈다가 저출산 문제 등이 심화하면 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 및 생산성 추락, 재정 악화 등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IMF도 지난 14일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 결과 발표에서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은 더욱 확장적인 기조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를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포인트 정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재정을 연간 9조원가량 더 풀어 저소득층 지원, 저출산 문제 해소 등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 소상공인 간담회 후 기자와 만나 “한국이 중기적으로 맞을 수 있는 리스크들, 예를 들어 저출산·고령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노인 빈곤 문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이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IMF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이날 ‘10월 국내인구이동’ 통계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이동자 수는 52만 9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2%(8만 7000명) 줄었다. 10월 기준으로는 1976년(51만 6000명)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감소율도 2008년 10월 -16.4% 이후 동월 기준으로는 가장 컸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뜻하는 인구 이동률도 1.03%로 0.17%포인트 하락했다. 10~40대 젊은 층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사람이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지난달 역대 최장 연휴가 있어 이사 수요 등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종오 (pjo2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