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금 가고 담 무너지고..위태로운 집에 홀로 남은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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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이후 진앙지 인근 주택 수 채가 위태롭게 서있는 가운데 여전히 기울어진 집을 떠나지 못하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22일 이재민들에 따르면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들의 수가 상당하다.
남산초의 경우 텐트도 없고 규모도 작아 이재민들의 불편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 남편은 '설마 지진이 또 날까'하는 마음으로 집을 택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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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재민들에 따르면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들의 수가 상당하다.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강모 씨는 "남편(71)이 뇌졸중을 앓고 있다. 판단히 온전치 못하다 보니 자꾸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씨는 "집 곳곳에 금이 가고 돌담은 무너져 내렸다. 위험하다고 (집에서) 나오라고 해도 정신이 맑지 않으니 말을 안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강 씨 부부는 강진 이후 흥해 실내체육관으로 함께 거처를 옮겼지만 남편은 날마다 해가 뜨면 홀로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잠은 체육관에서 자지만 집에 대한 애착을 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텐트가 쳐졌다고는 하지만 수백 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낯선 대피소 생활이 불편한 탓도 있다.
강 씨는 "나조차도 이런 상황이 낯설어 처음엔 여기 와서 밥 한 그릇 달라는 말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이가 많고 몸이 아픈 남편은 그런 마음이 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집은 지진으로 인해 곳곳에 금이 갔다.
김 씨는 지진 이후 며칠 동안 집에서 생활하다가 가중되는 불안감에 대피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남편(73)은 끝끝내 대피소에 함께 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김 씨는 "나이가 많은 노인이 이런 데 와서 생활하는 것이 쉽겠냐. 그래도 여기 같이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남산초의 경우 텐트도 없고 규모도 작아 이재민들의 불편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 남편은 '설마 지진이 또 날까'하는 마음으로 집을 택했다는 얘기다.
김 씨는 "그래도 또 지진이 나면 그땐 어떡하냐. 집에 남은 남편이 걱정돼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복구도 하지 않은 위태로운 집에 머물고 있는 노인들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일본 대지진 때도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낯선 환경을 꺼리는 노인들의 특성과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노인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보내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꾸준한 설득을 통해 이주를 이끌어내야 한다. 여진이 더 발생한다면 취약 계층인 노인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CBS 류연정 기자] mostv@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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