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무명배우의 삶,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임연주 2017. 11. 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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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배우들의 삶에 대해 알려주세요.”

화려한 무대와 스크린 속 배우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멋있기만 합니다. 그러나 무대에서 내려온 뒤 벌어지는 무명 배우들의 실제 삶은 그 누구보다 치열합니다. 그들의 고충을 들여다봐달라는 취재 의뢰를 받고 무명배우들을 만나봤습니다.

월급 30만원…"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김명준(27·배우)씨는 배우지만 무대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습니다. 생활비를 벌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명준씨는 “원래 배우가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해야 하는데 다른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제한돼 있는데 배우는 계속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학로에서 한 달 내내 공연하고도 고작 30만원밖에 못 받은 명준씨 지인은 극단 대표의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는 태도에 아무 말도 못했답니다.

요즘도 오디션을 꾸준히 보고 있는 전원재(23·배우)씨도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연극판은 정말 좀 열악하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 환경 내에서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연기하던) 제 주위에 사람들이 점점 떠나는 게 느껴져요” 원재씨는 공연장에서도 일하고 카페에서도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그는 비전공자라 배역을 따내기가 더 어렵다보니 작은 역할이라도 맡아 경력을 쌓으려고 한답니다. “작은 무대는 없는 거 같아요. 작은 무대를 얼마나 꽉 채울 수 있느냐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 설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저는) 무대체질이더라고요. 정말로 행복했어요.”

뮤지컬학과를 졸업한 김동준(25·배우)씨는 “오디션을 많이 지원 하는데 서류에서 떨어져…서류에서 다 떨어져서 어쨌든 계속 찔러보고는 있습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동준씨는 요즘 스피닝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6개월 정도 한 다음에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는데 벌써 1년째”라고 했습니다. 연기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생활비를 위해 그만둘 수 없었답니다.

부모님은 "고향에 내려와 공무원 준비해라" 다그쳐

웬만한 수도권 주요대학 연극영화과 입시 경쟁률은 100:1을 훌쩍 넘습니다. 국민대 수시모집 경쟁률은 올해 100.8:1에서 내년 110.7:1로 올랐고, 경희대도 120.9:1에서 131.5:1로 올랐습니다. 한예종은 올해 37명을 뽑는데 5488명이나 몰렸죠.

무대는 제한돼 있는데 배우들은 넘쳐 나다보니 무명배우들의 열정페이는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동준씨는 “요즘 오디션을 알아보면 페이가 없는 게 훨씬 많아. 대놓고 써 있어. ‘열정페이’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 같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지”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오디션 공고가 올라오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페이를 언급하지 않은 공고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도전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닥친 무명배우들은 졸업을 한 뒤 꿈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소극장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김민진(25)씨는 “(졸업 후 연기하는 사람이) 퍼센트로 따지면 한 20%밖에 안 되는 거 같아요. 대부분 연기 수업 나가거나 성우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고 작품을 한두 개 했다가 회사 다니는 사람도 있고”라고 했습니다. 명준씨는 지금도 연기하는 친구들이 “다섯 손가락으로 샐 수 있을 만큼 밖에 안 남았”다고 전했습니다. 명준씨도 하고 싶은 거 해봤으니 이젠 고향에 내려와서 공무원 준비를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7년째 듣고 있답니다.

서울시 문화지구 정책, 연극인 더 힘들게 만들어

서울시가 2004년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이후 배우들은 무대에 서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문화지구는 종로구 동숭동, 이화동, 혜화동 인근 지역을 공연 중심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지정됐고, 새로 짓는 공연장에 조세 감면과 융자 지원 혜택을 줬습니다. 그러나 연극인은 애초부터 극장을 세울만한 자본이 없습니다. 문화지구의 혜택은 연극인이 아니라 이곳에서 대관사업을 벌인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말았죠.

그러나 이런 열악한 환경을 열정으로 채우려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 많은 사람이 연극을 보러 대학로를 찾고 있습니다.

동준씨는 “주말 알바를 하든 오전 알바를 하든가 하면서 오디션은 계속 봐야지. 하고 싶은 건 일단 해야 되는 거니까 계속 도전을 해 볼 생각입니다. 도전도 아니야 이건 해야 되는 거야. ”라며 단호하게 말했고, 원재씨는 “앞으로 멋있게 변할 저의 모습이 너무 기대됩니다. 연기를 하는 순간부터 저 자신이 굉장히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많은 관객 앞에 설 날을 생각하면) 크게 설렙니다.” 라고 했습니다. 명준씨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어렵다 보니까 더 욕심이 나더라고요. 내가 정말 더 잘해서 그 어렵고 힘들 걸 해내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요즘은 배우들의 고충들이 많이 알려졌잖아요.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격려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들은 그 말 한마디에 힘을 받아서 더 멋진 공연을 멋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네. 꼭 멋진 공연 보여주세요. 열정 넘치는 배우들이 앞으로 더 큰 무대에 서기를 왱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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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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