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탈북병사 인격테러" 이국종 "비난 견디기 어렵다"

2017. 11. 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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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료법 위반 아닌지 우려" 재반박
북한군 몸속 정보 공개 두고 거센 논쟁

[한겨레]

이국종 아주대 중증의료센터장(왼쪽)과 김종대 정의당 의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북한군 귀순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 등이 발견됐다는 의료진 브리핑이 “인격 테러”라고 비판하자, 주치의인 이국종 아주대 중증의료센터장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종대 의원은 이에 다시 “의료법 위반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재반박했다.

김종대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라며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며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이다.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의원은 이어 “여기서 의혹이 있다”며 “13일 귀순한 병사가 수원 아주대에서 수술받는 동안 수술실에 들어온 군 정보기관 요원은 도대체 누구였냐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의사는 ‘나는 오직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다’라며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정략적인 외부 시선에 대해 절규하듯이 저항했다. 기자회견 역시 의사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과 병원 측의 압박에 의한 것임을 실토했다. 누가 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압박을 넣은 것일까”라면서 “처음부터 환자를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관리되었다. 그런 그에게 기자회견이 끝나고 또 찾아가 괴롭히던 기자들은 다음 날 몸 안의 기생충에 대해 대서특필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여기서 보호받아야 할 존엄의 경계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의료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부정되었다.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 15일 귀순 북한군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히는 브리핑 자료를 통해 “파열된 소장의 내부에서 수십 마리의 기생충 성충이 발견됐다. 큰 것은 길이가 27㎝에 달해 회충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기생충에 의한 오염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기생충은 총상 이후 상처로 들어간 것이 아닌 원래 병사의 몸속에 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국종 교수는 21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김종대 의원의 비판에 대해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도가 공개되자 김종대 의원은 22일 오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에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교수님의 명성과 권위를 잘 알고 있다. 이 교수는 국민적 존경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의료인의 귀감일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의료법 제19조에서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문점에서의 총격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은 그 병사의 상태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의사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심폐 소생이나 수술 상황이나 그 이후 감염 여부 등 생명의 위독 상태에 대한 설명이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으며,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며 “이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김종대 의원 1차 페이스북 글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습니다. 이제는 관심의 초점이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과 유엔사 교칙수칙으로부터 귀순 병사의 몸으로 옮겨지는 양상입니다.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입니다.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혹이 있습니다. 13일 귀순한 병사가 수원 아주대에서 수술 받는 동안 수술실에 들어 온 군 정보기관 요원은 도대체 누구였냐는 것입니다. 수술실은 가족도 들어갈 수 없는 의사 고유의 성역입니다.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송영무 장관이 “환자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답변한 것도 의사의 소견과 무관한 정보요원들의 보고였을 것입니다. 이들의 수술 참관이 허용된 것도 찜찜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15일 기자회견에서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의사는 “나는 오직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다”라며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정략적인 외부 시선에 대해 절규하듯이 저항했습니다. 기자회견 역시 의사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과 병원 측의 압박에 의한 것임을 실토했습니다. 누가 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압박을 넣은 것일까요? 처음부터 환자를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관리되었습니다.그런 그에게 기자회견이 끝나고 또 찾아가 괴롭히던 기자들은 다음 날 몸 안의 기생충에 대해 대서특필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여기서 보호받아야 할 존엄의 경계선이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의료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부정되었습니다.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지구에 사는 기생충들입니다. 그런 기생충들이 서로를 기생충이라고 혐오하고 죽이는 이런 광경이야말로 잘못된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비극적 이미지의 전형입니다. 이 병사를 통해 북한은 기생충의 나라, 더러운 나라, 혐오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제가 국방위에서 ‘JSA’라는 영화를 빗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진실이 은폐됨으로써 유지되는 평화가 있다, 그것이 역설의 공간 공동경비구역이다”라고 말입니다.몸 안의 진실은 은폐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평화입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과정에 대한 유엔사령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북한의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 사실이 있다면 유엔사령부는 조사 결과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재발방지 요구 등 제반 조치사항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그 방침을 결정해야 합니다. 정전협정과 별개로 북한군이 남쪽으로 귀순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한 것 자체는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반인도주의 행위이며, 상대국의 주권을 부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강력히 항의해야 합니다. 하루속히 판문점이 안정을 되찾고 정전협정이 준수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건 처리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북한과 똑같은 짓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생충의 나라 북한보다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이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대 의원 2차 페이스북 글

이국종 교수님께

저는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에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 교수님의 명성과 권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귀하는 국민적 존경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의료인의 귀감일 것입니다. 제가 만일 크게 외상을 당한다면 교수님 같은 의사로부터 치료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의지하고 존경하는 분의 인도주의 정신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난 13일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하다가 총격을 당한 병사를 치료하면서, 존경받는 의사의 본분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서 저는 침묵을 지킬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법 제19조에서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문점에서의 총격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은 그 병사의 상태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의사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심폐 소생이나 수술 상황이나 그 이후 감염여부 등 생명의 위독 상태에 대한 설명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으며,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습니다. 한 인간의 몸이 똥과 벌레로 오염되었다는 극단적 이미지는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으며, 그 뒤에 이어진 공포와 혐오의 감정도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았습니다. 약국에서 구충제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됩니다.

게다가 교수님께서는 수술실에 군 정보기관 요원들이 들어와 멋대로 환자 상태를 평가하도록 방치하셨습니다. 이 문제를 지적한 저에게 격하게 반발하시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 이전에 의료의 윤리와 기본원칙이 침해당한 데 대해 깊은 책임과 유감을 표명하셨어야 합니다. 비록 환자 살리느라고 경황이 없었다 하더라도 부지불식간에 논란이 확대된 일차적 책임은 바로 교수님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게다가 저는 교수님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보도로 병사의 몸을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언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이건 북한군의 총격 못지않은 범죄라고 말입니다.

저는 이 교수님께 1998년 남아공에서 벌어진 배리 맥기어리 사건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에이즈 감염자인 배리 맥기어리를 치료하던 의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배리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여러 의사들에게 발설했고, 그 이유로 배리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했습니다. 이에 배리는 발설한 의사를 고발했으나 재판에서는 무죄. 결국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동안 배리의 신상과 얼굴은 완전히 공개되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받기도 전에 배리는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렇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공공의 관심 때문에 무엇을 공개했다고 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법의 정신입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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