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인수할까?..대우건설 인수 나선 'M&A 단골' 호반건설의 속내는

이진혁 기자 2017. 11. 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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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정말로 인수할까?”

시공능력평가 13위인 중견 건설업체 호반건설이 시공능력평가 3위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 인수전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DB

기업 인수합병(M&A) 업계의 ‘단골손님’ 호반건설이 시공능력평가 3위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호반건설이 그동안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와 비교하면 대우건설은 회사 규모나 업계 대표성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난 회사다. 호반건설이 과연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대우건설 인수전에 나설지 업계 관심도 커졌다.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호반건설과 미국 투자기업 TRAC 등을 비롯한 서너 곳을 대우건설 인수합병 적격대상자로 선정해 각 기업에 통보했다. 적격 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이번 주부터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047040)지분 50.75%를 갖고 있는데, 이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약 1조3000억원 규모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으면 대우건설 인수전은 약 2조원 정도의 거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대우그룹 워크아웃으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고,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산업은행에 인수됐다.

◆ 수차례 M&A 문 두드렸지만 결실 없어…운영·사업 노하우 부족하다는 평가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호반건설을 유력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나중에 어려움을 겪는 ‘승자의 저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당장 호반건설의 재정이나 대우건설의 신성장동력 등이 탁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대표적인 ‘현금부자’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사실 이 회사 재정으로도 건설업계 ‘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을 품기 쉽지 않다. 호반건설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4500억원이고, 유동자산은 1조1300억원 정도다. 하지만 회사의 자산을 모두 퍼붓고도 외부 차입을 통해 총 2조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식으며 건설사들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도 회의적으로 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울트라건설, SK증권, 한국종합기술 등의 기업 M&A에 숱하게 뛰어들었지만, 실제로 인수한 건 작년 200억원짜리 울트라건설뿐이었다”며 "김 회장이 분명히 M&A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인수기업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같은 국내 굴지의 건설사를 운영할 만한 노하우도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근로자는 기간제를 제외해도 3분기 기준으로 토목, 주택건축, 플랜트 사업부 등을 합쳐 4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도 무려 11조원이다. 반면 호반건설 임직원은 520여명에 지난해 매출액은 1조1800억원에 불과하다. 큰 덩치의 대형 건설기업을 관리할 주체도 부족하고, 운영할 만한 경영 노하우도 부족하다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전경. /조선일보DB

재계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경우 자산 규모도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영업·운영·관리 시스템이 차원이 다르다”며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간 쌓아온 경영 전반에 걸친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대우건설의 사업 구조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국제유가 회복으로 해외사업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여전히 현재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은 신통치 않다. ‘푸르지오’라는 아파트 브랜드도 있지만, 서울 강남권 재건축에서 삼성물산 ‘래미안’이나 GS건설 ‘자이’에 밀리는 편이다.

◆ “속내는 경험 축적?”

그렇다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유력한 해석은 이른바 ‘들여다보기’와 ‘경험 쌓기’다. M&A 적격대상자로 선정되면 해당 회사를 실사할 기회를 갖게 돼 대우건설 내부 사업구조와 경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데, 호반건설이 앞으로의 M&A를 위해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M&A업계 관계자들도 호반건설이 진지하게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하기보다 대우건설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간 호반건설의 행보도 이런 해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M&A 시장에 알짜 기업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져왔다. 2015년 호남 재계를 대표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섰을 당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인수금액으로는 6000억원 정도를 제시하며 시장 예상가(7000억~8000억원)를 크게 밑돈 금액을 제시했다. 이마저 금호산업이라는 회사의 매력을 보고 인수에 나섰다기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당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고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호반건설이 앞으로 회사에 결정적인 M&A에 뛰어들 때를 대비해 경험을 쌓는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예비 입찰에서 호반건설이 예상 인수가를 훨씬 밑도는 가격을 써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싼값에 사면 사고, 아니면 말고 식의 셈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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