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돌아왔다..'포스트 무가베' 음난가그와 누구

김혜지 기자 2017. 11. 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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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위해 물불 안 가리는 '잔인성' 악명 높아
일각선 '실용적 인물' 평가도..짐바브웨 희망?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짐바브웨 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무가베에 대한 반격에 성공한 악어." "악어가 짐바브웨의 희망을 싣고 간다."

짐바브웨의 '포스트 무가베', 대권을 거머쥘 것으로 알려진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을 묘사하며 외신들이 사용한 표현이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37년 통치에 막을 내렸다. 그 후임으로 주목받는 것은 오랫동안 짐바브웨 최고 통치자를 꿈꿔온 음난가그와다.

음난가그와가 무가베의 뒤를 잇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짐바브웨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현 상황은 음난가그와는 군부 쿠데타를 등에 업은 채 무가베를 쳐낸 모양새다. BBC방송은 악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음난가그와가 "오랜 인내심 끝에 마침내 무가베를 물었다"고 평가했다.

◇"잔인하고 잔인해"…오명으로 얼룩진 '크로코다일'

음난가그와의 이력은 다채롭다. 1942년생인 그는 20대인 1960년대 초부터 중국·이집트에서 군사훈련을 받았으며 1970년대에는 짐바브웨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이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가 1980년대 민족 분쟁에 휩싸였을 때, 정보당국을 관할하면서 악명을 떨쳤다. 1983년 짐바브웨의 2대 부족인 은데벨레족을 1만~2만명 가량 학살한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은데벨레족은 당시 무가베 경쟁자였던 조슈아 은코모 전 부통령의 지지 기반이었다. 음난가그와는 지속적으로 학살 가담 혐의를 부인했지만, 자신 휘하의 부대를 이용해 정치적 대량 학살을 단행했다는 악평을 피할 수는 없었다.

쿠데타 배경이 된 군부와의 관계도 1970~1980년대 이 같은 경력을 통해 쌓을 수 있었다. 음난가그와는 현재 집권당인 ZANU-PF와 군부·정보당국 사이 핵심 연결고리로 꼽힌다.

음난가그와의 별명은 '크로코다일' 즉 악어다. 그래서 그의 지지 진영은 '팀 라코스테'(악어를 대표 상징으로 하는 의류 브랜드)로 불린다.

별명은 그의 성격을 대변한다. 권력을 위해 무자비함을 보이기도 하고, 생존을 위해서라면 공격적 전략도 불사하는 면모가 아프리카 늪지에 사는 무시무시한 악어와 같다는 것이다.

음난가그와의 과거 동료였던 한 짐바브웨 독립전쟁 참전용사는 "그는 잔인한 남자다. 매우 잔인하다"고 BBC방송에 전했다.

BBC는 따라서 음난가그와가 대권을 잡아도 짐바브웨의 열악한 인권 실태는 바뀌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8년에도 군을 동원해 야권 지지자 200여명을 사망·실종케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악어, 짐바브웨 '희망'이 될까

하지만 음난가그와는 짐바브웨 집권당의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는 터라 일각에선 형편없이 침체돼 있는 짐바브웨 경제가 앞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낙관적 관측도 나온다.

물론 이마저도 의혹에 얼룩진 명성이다. 음난가그와는 수도 하라레에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콩고공화국 자원 착취에 관여해 재산을 불렸다는 비판을 유엔(UN) 등으로부터 받았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음난가그와가 야권 인사와 협치에 더 열려 있는 덕분에 짐바브웨가 마침내 경기 침체를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말콤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스카이뉴스에 "음난가그와의 평판이 나쁘다는 점은 부정적"이라면서도 "그의 대권이 현실화한다면 현 상황은 유지될 테지만 개선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단순히 음난가그와가 무가베보다 20살 더 어리고 노쇠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면서 "음난가그와는 더욱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음난가그와가 "짐바브웨 경제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덧붙였다.

짐바브웨 경제는 2000년 이후 크게 침체됐다. 1967년 영국으로부터 로디지아라는 명칭으로 독립했을 당시만 해도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경제 기반이 가장 탄탄한 나라로 손꼽혔다.

하지만 미 중앙정보국(CIA) 추산에 따르면 짐바브웨 실업률은 95%에 육박하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북한 수준인 약 1100달러다. 세계은행 기준 1980~1990년 평균 4.5% 정도던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03년 -16.99%로 주저앉은 뒤 2011년 16.33%로 급반등했다가 2015년 다시 0.69%로 하락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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