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통 편지에 담긴 인생..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이경은 기자 2017. 11. 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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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죽음은 정말 자살이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진실을 추적해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러빙 빈센트'는 10년에 걸쳐 제작된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고흐 특유의 유화 필치를 스크린에 되살려내고자 했던 이 영화는 세계 107명의 화가들이 2년동안 손으로 그린 6만2450점의 유화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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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천재 화가의 삶 그려..3D입은 고흐 명작이 단조로움 달래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 모습/사진제공=HJ컬쳐


세계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빈센트 반 고흐. 그는 왜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신의 가슴팍에 권총을 겨눴을까. 37세의 나이로 짧고 강렬했던 삶을 마감한 고흐의 인생을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700여 통의 편지를 통해 마주한다. 무대 위로 옮겨온 인간 고흐의 삶은 어쩌면 지극히 어둡고 안쓰럽게 느껴질지 모른다. 창녀와 사랑을 나눴다는 이유로 목사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고,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 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끊임없이 그리지만 죽기 전까지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을 뿐이다. "쉬지 않고 그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던 그가 일생에 걸쳐 보여준 그림에 대한 집념은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지독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도, 인생의 전부라 여겼던 그림을 통한 인정도 받지 못했던 고흐가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동생 테오다. 형의 미술을 향한 순수한 마음을 응원하며 재정적·정신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테오는 모두가 고흐를 외면할 때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런 동생에게 죽기 직전까지 편지를 남기며 삶의 매 순간과 감정을 공유했던 형 고흐. 이들이 보여주는 돈독한 형제애는 코끝을 찡하게 한다.

공연은 다소 단조롭게 흘러간다. 오직 그림만으로 가득했던 고흐의 삶을 무대로 옮겨온 것이기에, 그림에 미친 한 남자(고흐)와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또다른 남자(동생 테오)가 있을 뿐이다. 극적이거나 다이내믹한 사건의 전개를 기대한다면 흡입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화가 고갱, 고흐의 아버지 등 복수의 역할을 다채롭고 풍부하게 소화해 내는 동생 테오의 연기, 그리고 고흐의 격한 감정선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두 남자만으로도 무대가 꽉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 모습/사진제공=HJ컬쳐


단조로움을 달래주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는 3D를 입은 고흐의 명작이다. 최첨단 영상기술과 접목한 고흐의 그림이 공연 내내 무대에 펼쳐진다.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방', '꽃핀 아몬드 나무' 등 고흐의 명작들이 무대와 공연장 전면에 살아 움직이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배우들의 손 터치만으로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이 펼쳐졌다가 사라지고, 인물화 속의 모델은 관객을 향해 손 흔든다. 무대의 배경 같았던 소품들은 그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퍼즐조각이 된다. 삶의 전부가 곧 그림이었던 고흐의 인생과 닮아 있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음악이 더해져 작품을 아름다운 분위기로 이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통해 고흐를 더 알고 싶어졌다면 풍성한 문화콘텐츠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 연극, 테마파크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고흐의 죽음은 정말 자살이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진실을 추적해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러빙 빈센트'는 10년에 걸쳐 제작된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고흐 특유의 유화 필치를 스크린에 되살려내고자 했던 이 영화는 세계 107명의 화가들이 2년동안 손으로 그린 6만2450점의 유화로 완성됐다.

시인 이상과 고흐의 만남을 상상한 독특한 연극도 있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팩션(fact+fiction)극 '고흐+이상, 나쁜 피'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가난뱅이로 요절하고 만 이상과 불운한 천재 화가 고흐의 만남이라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롭다.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26일까지 만날 수 있다.

고흐의 그림을 눈으로만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향기 맡고 손으로 만지는 등 오감으로 체험할 수 공간도 마련됐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아트랙티브('아트'와 '인터랙티브'의 합성어)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에선 고흐의 명화 속 공간이 3D영상과 프로젝터 빔을 통해 현실로 구현된다. '밤의 카페 테라스' '노란방' 등을 거닐며 마들렌 시장에서 꽃향기를 맡고 몽마르트르 거리에 내리는 눈을 느낄 수도 있다.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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