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구치소장이 집에 못 가는 까닭
[경향신문] ㆍ박근혜, 재판 거부 이후 ‘두문불출’…건강 등 비상상황 대비
박근혜 전 대통령(65·사진)이 재판을 거부한 채 독방서 ‘두문불출’하면서 그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직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구치소장은 집에도 못 가고 인근 관사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령인 데다 수시로 발가락·허리 통증, 역류성 식도염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 혹시 일어날지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이경식 서울구치소장(55)은 최근 서울에 있는 자택에서 출퇴근하지 못하고 퇴근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 관사에 머물며 대기상태다. 특히 지난달 16일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해 재판이 중단된 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만 머물게 되면서 이 소장 등 구치소 직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수감 후 유 변호사만 면담해 왔으나 유 변호사가 변호인에서 사임한 뒤에는 새로 선임된 국선 변호인들의 면담도 거부하는 등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다.
매일 운동시간에 잠깐 걷는 것이 10.08㎡ 크기의 독방을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지만, 이마저도 안전을 위해 다른 수감자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박 전 대통령은 독방에 비치된 TV도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한다. 수감자들은 일과 시간 이후 법무부 교화방송인 ‘보라미 방송’을 통해 뉴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볼 수 있지만 마다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관련해 수사를 받게 될 거란 사실조차 모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매일 아침 기상 시간에 맞춰 법무부 라디오 교화방송을 틀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특활비 상납 사건에 관한 조사를 할 계획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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