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국 특사 안 만나고 지방 시찰.. 시진핑 체면 구겨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7. 11. 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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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북핵 해법 '쌍중단' 향해.. 北이 명확한 거절 의사 보인 셈
양국 관계 당분간 찬바람 불 듯

21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선 '시진핑 주석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전날 "구체적 상황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했던 루캉 대변인은 이날도 "추가로 제공할 진일보한 소식은 없다"며 답변을 얼버무렸다.

시 주석의 북한 특사가 귀국한 이튿날에도 중국 정부는 김정은을 만났다고도 못 만났다고도 밝히지 못하고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쑹타오 특사가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며 "그가 지난 당 대회 특사들과 같은 정치국원이 아니라 한 단계 낮은 중앙위원이라는 데 대한 북한의 불만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한 중국 외교부 차원의 반박도 없었다.

북한 노동신문은 2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트럭을 타고 평안남도 덕천의 자동차 공장인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시찰하는 모습을 게재했다.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쑹 특사의 귀국 소식을 국제면 단신으로 다뤘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 특사로 방북했던 리젠궈(李建國) 전인대 부위원장이 귀국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 소식을 자세히 보도한 것과 대조됐다.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만났다면 이렇게까지 보도를 안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평남 덕천의 승리자동차기업소를 시찰했다는 소식과 쑹 특사가 전날 평양의 만경대혁명학원을 참관했다는 뉴스를 나란히 보도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대북 특사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19차 당 대회에서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대내외적으로 강한 권력을 과시한 시 주석으로선 굴욕으로 느낄 만한 상황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중 관계는 당분간 냉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를 만나지 않은 건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의 군사훈련 동시 중단)' 방안에 대한 명확한 거부로 풀이된다.

중국은 북한을 못마땅해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대화·협상을 통한 해법을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나온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이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에 대해 "각국이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길 바란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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