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다시 냉기류]'북 테러국' 재지정 대화 문 좁힌 미국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7. 11. 21. 23: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시진핑 대북특사 ‘빈손 귀국’ 하루 만에
ㆍ트럼프, 9년 만에 다시 낙인 “살인 정권 고립화 최대 압박”
ㆍ22일 ‘거대한 추가 제재’ 발표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내기보다는 불량국가라는 낙인찍기를 노린 조치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 모색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가 내일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추가 제재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브리핑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결정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이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 이후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한 뒤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방침은 일찍 정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대북 특사 방문 결과를 지켜보며 발표 시점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쑹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귀국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 미국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한이 이미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를 받고 있어 실질적 압박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틸러슨 장관도 “매우 상징적 조치이며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 “나와서 대화하지 않는 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북한이 지난 두 달여 동안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 등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이 정세 완화와 대화·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가 정확한 궤도로 복귀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길 바란다”며 불편한 입장을 내비쳤다. 앤드루 여 워싱턴 가톨릭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미국과의 관계 복원에 추가 장애물을 놓음으로써 외교적 개입을 향한 문을 닫아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