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막히고 손님 끊기고 '다시 찾아온 악몽'

박용근·배명재·최승현·권순재 기자 2017. 11. 2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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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점점 커지는 AI 후폭풍
ㆍ올 두 번째 청정국 지위 상실…관련 업계 “겨울 어떻게 나나”

21일 전남 영암군 도포면 가금농가 주변 도로에서 농민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 후폭풍이 불고 있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고창 AI 발생으로 청정국 지위가 18일부터 상실돼 가금류 수출이 전면 금지됐다. 올 들어 청정국 지위 상실은 지난 6월 발생한 AI 이후 두 번째이며 청정국 지위를 되찾은 지 37일 만이다. 전북에서 가장 큰 규모로 매년 신선육 9000t을 동남아에 수출해온 익산 ㄱ사는 재현된 악몽에 망연자실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이 올 들어서만 세 번째 AI인데 그때마다 청정국 지위를 잃어 수출길이 막혀버린다면 결국 이 사업을 접으라는 말밖에 더 되느냐”면서 “수출 금지는 광역 단위가 아닌 발생한 시·군 단위로 좁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동남아 국가들과 협상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가금류 유통업체와 음식점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전주시 송천동에 한 대형매장의 신선육 판매대 앞에는 거의 고객이 보이지 않았다.

전주시내 한 사립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이 오리와 닭고기를 식단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 유치원은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급식 메뉴에서 가금류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오리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용선씨(48)는 “아직까지는 예약이 많이 잡혀 있진 않지만 손님이 급감할 게 뻔해 어떻게 겨울을 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강원 양양 남대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AI H5형 항원은 다행히 저병원성으로 판명됐지만 강원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I가 발생할 경우 대회 흥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도 성화 봉송경로에서 AI 발생 지역은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홍경수 강원도 동물방역과장은 “평창 올림픽 대회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차단방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과 인접한 서해안벨트(전남~전북~충남) 지자체들도 AI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고창과 인접한 전남 장성과 영광은 ‘AI 남하’를 막기 위해 길목 2곳에서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순천만의 야생조류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도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서 전남도가 순천만 철새 도래지 9곳을 폐쇄해 지역 상인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충남도는 천안·아산 등 4개 시·군에서 운영하던 거점 소독시설을 시·군 전역으로 확대했다. 특히 전북과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서천군과 논산시에는 대형 방역살포기를 배치하고 가금류 농장에 대한 예찰을 강화했다. 경남도는 호남과 인접한 거창, 함양 등지에 거점 소독시설 10곳을 설치했다.

<박용근·배명재·최승현·권순재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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