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비트코인, '튤립'이 될 것인가
미국의 투자가 로저버는 처음 비트코인에 대해 듣고 인터넷을 이용한 피라미드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확신을 갖게 되어 2011년에 개당 1000원에 2만5000개를 샀다. 그리고는 비트코인이 왜 미래인지를 설파하고 다녔다. 친구들이 그렇게 좋은 거면 너나 더 투자하라고 비웃자 그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나갔다. 6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3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하니 2조4000억이 된다.
비트코인의 믿기 어려운 상승률(6년간 800배)은 세상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그에 따라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예측 역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광기에 가까운 거품으로 유럽을 휩쓸었던 튤립투기와 같다는 의견(제이미다이먼 JP모건 회장)부터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아 인플레 우려가 없는 '사람들의 화폐'로 개당 8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미친' 예측(2016년, 투르데미스터, Adamant Research)까지 나오고 있다. 8억원까지 오를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금투자가 비트코인으로 옮겨 가는 시나리오였는데 최근 호주의 금 투자회사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로 해서 그 예측도 완전히 미쳤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필자는 비트코인이 튤립처럼 인터넷시대 최고의 광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금과 달러를 대체할 '무국적 화폐'가 되어 8억원까지 갈지 예단하지 않겠다. 경제학의 아버지 어빙 피셔도 주식 투자로 전 재산을 날렸다고 하니 전문가들도 맹신할 수 없다. 필자는 오히려 비트코인을 블록체인 기술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으로 보고자 한다. 파일 공유 등에 주로 쓰이던 P2P 네트워크를 분산화된 금전 거래 기록 원장으로 쓸 수 있게 만든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가지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그 핵심은 디지털 서명, 해싱,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P2P 네트워크에서의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서명(공개 키와 개인 키)으로 송금인과 수금인을 보증하고, 해싱으로 거래 기록의 무결성을 지키는 것까지는 기존에도 가능했었다. 다만 은행처럼 단일 주체가 거래 기록을 작성하지 않고 P2P네트워크에 연결된 8000여개의 컴퓨터 중에서 매번 임의로 선정된 채굴자(miner)가 작성하는 거래 기록들이 어떻게 일관성을 갖는 유일한 기록으로 인정 받을 수가 있는가가 오랫동안 수학적 난제였다. 그 난제를 해결한 것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2008년 논문이고 이것을 어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런 연유로 비트코인을 수학적인 돈이라 하고 달러 지폐마다 써 있는 'In God We Trust' 대신에 'In Math We Trust'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방화벽 등으로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는 은행들의 거래 기록이 해킹에 의해 심심치 않게 훼손되는 반면 '아무나' 접속할 수 있는 P2P 네트워크에서 6년간 이루어진 2억건의 비트코인 거래 기록은 글자 하나도 훼손된 적이 없다는 것이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는 점이다. 알려진 비트코인 해킹 사고들은 대부분 거래를 대행해주는 거래소에서 일어난 것이지 블록체인 자체는 무결하다.
비트코인이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으면서 그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큰 주목을 받게 됐으니 비트코인을 블록체인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투기성 때문에 백안시하는 사람들조차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4차산업의 핵심 유망 기술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 때문에 PC의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지고 앱스토어 때문에 스마트폰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을 보면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기술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금년 10월에 열린 블록체인360 학회에서는 미국 국토 보안부 간부가 나와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출입국 심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인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조직된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nterprise Ethereum Alliance)에 인텔, 삼성, 마이크로소트 등 IT기업뿐 아니라 JP모건 등 금융기관, BP 같은 석유회사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참여해 기업용 솔루션들을 개발하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다양성으로 보아 산업간의 경계를 뛰어 넘는 4차산업의 정의에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 IT, 물류, 에너지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높은 관심을 가지고 개념 증명 수준의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서는 '초연결자율형IoT 서비스 지향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연구'를 통해 사물인터넷에 연결된 센서나 액츄에이터들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신뢰성 있는 데이터 교환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인터넷 시대의 튤립 광풍으로 끝나게 할지 아니면 4차 산업을 화려하게 시작할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지는 우리가 얼마나 블록체인 기술을 남보다 빨리 창조적인 킬러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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