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판 커지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AI 빅뱅'에 베팅하다

권다희 기자 2017. 11. 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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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의존도 축소..플랫폼·데이터 센터 기업 등으로 '브랜드 재구축'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AI(인공지능) 빅뱅’에 베팅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AI발(發) 지각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 역시 반도체 시장의 이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퀄컴='플랫폼 기업'·인텔='데이터 기업'…업계 변화 속 M&A도 급증

최근 반도체 기업들은 브랜드를 재구축하는 데 한창이다. 스마트폰용 모뎀을 만드는 퀄컴은 자신들을 '플랫폼 기업'이라 칭한다. 한때 '인텔 인사이드'로 전 세계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이 요즘 불리기 바라는 이름은 '데이터 기업'이다. FT는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어떤 회사도 '반도체 기업'으로 불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급속도로 매진하는 동안, M&A 시장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2015년 이후 반도체 업계에선 1500억달러(약 166조원) 규모 이상의 M&A가 이뤄졌다. 이번 달 브로드컴이 퀄컴을 13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제안이 성사되면 이 규모는 더 커진다.

퀄컴이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가에 퇴짜를 놓은 상태이나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전자, 인텔에 이어 세계 3위의 반도체 기업이 탄생한다.

두 회사는 이미 반도체 업계 M&A 먹이사슬 속에 있다. 브로드컴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 인수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고, 앞서 2015년엔 NXP가 또 다른 반도체 업체 프리스케일을 120억달러에 인수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싱가포르 아바고에 인수됐다.

이 같은 활발한 움직임은 IT 업계의 독특한 환경을 반영한다는 진단이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10년이 흐르며 스마트폰 시장은 규모가 커지고 성숙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업체인 영국 Arm 홀딩스나 퀄컴 같은 기업들의 성장 속도도 둔화됐다. 반도체 업체 경영진들은 PC와 스마트폰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AI와 증강현실이 곧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고 본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320억달러를 들여 영국 반도체 디자인 업체 Arm을 인수한 것도 IoT(사물인터넷)에 베팅한 것이란 설명이다.

시장이 성숙하고, 몇몇 거대 기업들을 중심으로 짜인 질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M&A가 풍부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존의 '밀려난' 기업들과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들이 합종연횡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면서다.

◇AI 빅뱅 '언제·어떻게'는 글쎄…기업별 대응 방식은 차이

다만 'AI 빅뱅'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일어날 것인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최근 아이폰X로 다시 위세를 드러낸 애플이 노키아나 블랙베리처럼 단기간 내 급격히 쇠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단시간 내 급속도로 기존 '강자'들이 저물 가능성은 낮다.

기업별로 'AI 빅뱅'에 대비하는 방식도 다르다. 브로드컴은 다양한 연관 사업에 손을 대는 것보다 더 좁은 분야에서 강점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어떤 사업을 인수할 때 핵심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 라인을 본다"고 말했다.

이는 '다각화'에 나선 인텔과 대조적이다. 인텔은 아이폰에 모뎀 제공을 시작했음에도 CPU 사업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찾고 있다. 지난해 4억달러를 들여 AI 스타트업 너바나를 인수했고, 올해 150억달러를 들여 이스라엘의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 모빌아이를 샀다. 특히 데이터 센터 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의 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시장은 그래픽프로세서(GPU) 절대 강자 엔비디아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관련 GPU 덕에 주가가 지난해 224% 치솟은 데 이어 올해도 약 2배 급등했다. FT는 인텔의 자율주행차와 AI 투자 강화가 엔비디아를 따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텔처럼 엔비디아 역시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 속에 위기를 맞았고, 2011년 퀄컴의 경쟁사인 스마트폰 모뎀 업체 아이세라를 인수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지난해 모뎀 사업을 접고 대신 본업인 GPU에 주력해 AI 관련 프로세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게 됐다.

제프 블래버 CCS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AI와 머신 러닝, 딥러닝의 중심"이라며 "엔비디아가 AI에 투자하고 있는 인텔, 구글, 페이스북과의 경쟁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는 아니지만 현재 엔비디아는 눈에 띄게 강력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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