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홍대'라더니..락희 거리, 사실상 '슬럼화'

조유송 2017. 11.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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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홍대 거리처럼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특화거리가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이른바 '노인들의 하라주쿠'라 불리는 일본의 '스가모 거리'를 벤치마킹해 락희 거리를 구상했다.

2억6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락희 거리는 서울 종로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100미터(m) 구간에 조성됐다.

하지만 문제는 락희 거리의 '슬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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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조유송 인턴기자]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홍대 거리처럼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특화거리가 있다. 바로 ‘락희 거리’다. 하지만, 소홀한 관리로 노인과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이른바 ‘노인들의 하라주쿠’라 불리는 일본의 ‘스가모 거리’를 벤치마킹해 락희 거리를 구상했다. 도쿄의 스가모 거리는 연간 900만 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억6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락희 거리는 서울 종로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100미터(m) 구간에 조성됐다. ‘락희’는 행운을 뜻하는 영어 단어 ‘럭키(Lucky)’의 발음을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자로는 즐거울 ‘락(樂)’, 기쁠 ‘희(喜)’라고 쓴다.거리 상점의 큰 글씨 간판과 부담 없는 음식 가격은 어르신들을 고려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간판에 표시했다. 음식점 테이블에는 지팡이를 세워 놓을 수 있는 ‘지팡이 거치대’도 구비돼 있다. 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상점 벽면에 그려 넣는 등 어르신들의 신체적·정서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문제는 락희 거리의 ‘슬럼화’다. 저녁에는 술판이 벌어지거나 잦은 싸움이 발생하며, 비상시 사용할 심장 제세동기는 비좁은 주차공간으로 인해 주차된 차에 가려져 찾기 어렵다. 오래전부터 일상처럼 이 골목을 찾던 고령층마저 발길을 돌리고 노숙인들의 공간으로 전락하며 슬럼화됐다는 지적이다.

락희 거리의 한 상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경 정비가 우선됐어야 했다”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시에서 제대로 관리도 안하다보니 지저분한 건 기본이고 하루가 멀다하고 경찰이 출동하는데 누가 오겠냐”며 “노인특화거리 조성할 돈으로 노숙자들이 재활할 수 있는 복지시설을 만드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보행정책과 관계자는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세부적인 계획을 조정 중”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보행특화 공간을 완성시키겠다”고 밝혔다.

조유송 (u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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