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틀이 선보인 음향의 마법..'최고급 오케스트라 사운드' 각인

2017. 11.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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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래틀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리뷰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6번째 내한 공연을 열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이보다 더 화려하고 풍요로운 소리가 가능할까. 2천석이 넘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뿜어내는 소리를 감당해내기에는 비좁게 느껴졌다.

지난 19일과 20일 베를린 필 내한공연을 관람한 음악애호가들은 이 시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만들어내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에 빠져들었다. 이틀간의 공연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졌으며, 이 시대를 리드해가는 한국의 음악가 진은숙과 조성진이 함께한 무대였기에 역대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공연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했다.

첫날 공연은 베를린 필의 대표 레퍼토리라 할 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와 브람스 교향곡이 연주된 데다 조성진의 베를린 필 협연 무대가 있어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지금껏 여러 협연 무대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 쇼팽 등 잘 알려진 클래식 피아노 협주곡들을 선보여온 조성진은 베를린 필과의 데뷔 무대에서 라벨의 협주곡을 택했다. 재즈를 비롯한 이국적 음악 어법이 다양하게 녹아있는 라벨의 음악은 다채로운 표현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조성진은 이번 협연 무대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냈다. 그는 라벨 음악 속에 담긴 이국적인 정서와 특징들을 억지로 표현해내려 하기보다는, 언제나처럼 특유의 시적인 감수성을 발휘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 연주 외에도 19세기부터 100여 년간 연주해온 슈트라우스와 브람스의 독일 명곡들도 무대에 올랐다.

베를린 필의 현악기 그룹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마주 보는 형태의 '독일식 배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슈트라우스와 브람스 음악의 다채로운 성부 간 대조의 묘미를 살려낸 '입체 음향'을 들려줬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첫날 공연에선 독일 음악에 정통한 단원들의 연주를 존중하려는 듯 세부적인 지시를 피하고 전체적인 클라이맥스 구조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이런 전략은 단원 개개인이 더욱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해 연주의 완성도를 높였다.

반면 공연 둘째 날의 래틀은 좀 더 세부적인 표현에 집중하는 방식의 지휘로 한결 다채로운 음향의 마법을 선보였다. 이는 둘째 날 연주된 곡들이 스트라빈스키와 진은숙 등 좀 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날 연주된 작품들 가운데서도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의 연주는 단연 돋보였다. 래틀은 매우 복잡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암보로 연주하며 마치 그의 온몸이 리듬 그 자체가 된 듯 음악에 담긴 원초적인 리듬감을 이끌어냈다.

베를린 필 단원들은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원초적인 리듬의 묘미를 잘 살려내는 것은 물론, 화려하고 다채로운 소리로 이 곡의 원색적인 측면을 잘 드러냈다.

둘째 날 공연에서는 플루트 수석 에마누엘 파후드와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 등 국내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베를린 필의 스타 연주자들이 목관 파트에 자리를 잡아서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과연 '페트루슈카'의 첫 부분에서부터 탐스럽고 강렬한 소리를 들려준 파후드의 플루트 연주는 단번에 귀를 사로잡았다.

고음에서 저음에 이르기까지 충실하면서도 풍요로운 베를린 필 현악기군의 풍요로운 음색, 최고의 기교를 뽐낸 목·금관 수석들의 현란한 솔로, 기민한 리듬감을 보여준 타악기군의 긴박감 넘치는 연주는 경이로웠다.

한국 청중에게 각별한 관심을 끈 진은숙의 신작 '코로스 코르돈'은 짧은 연주 시간 내에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담아낸 특별한 곡으로, 진은숙의 스승인 리게티를 연상시키는 작곡기법을 보여주면서도 좀 더 다양한 소리 자체에 대한 탐구가 담겨 있었다.

종이 구기는 소리와 현악기의 고음의 오묘한 어울림, 징같이 생긴 탐탐을 문지르는 특수 주법을 비롯한 타악기의 이례적인 연주법을 통해 만들어낸 색채감이 귀를 사로잡았다.

래틀이 진은숙의 신곡 '코로스 코르돈'을 연주한 뒤 작곡가와 함께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래틀과 베를린 필은 둘째 날 공연의 본 프로그램 연주가 모두 끝난 후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가운데 간주곡을 들려주며 '최고급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도입부에서부터 비올라 수석과 첼로 수석의 탐미적인 솔로 연주에 청중 모두 감탄해 마지않았고, 곧이어 낭만적인 감성을 마음껏 뿜어낸 베를린 필의 풍요로운 연주는 11월 말의 때 이른 추위를 녹일 만큼 따스하고 감동적이었다.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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