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 3층서 던져진 3·5세 받아 구했다 '수퍼 소방관'
"잘못되면머리를 다친다"는 생각에 머뭇하기도
하지만 "안 받으면 아이들 질식 우려돼 받기로"
"차분하게 내 지시대로 대응해준 남성분이 영웅"
화마 속에서 어린 남매를 맨 손으로 받아낸 정인근(54·소방경)소방관의 말이다. 그는 인천서부소방서 원당119안전센터장이다.
정 센터장은 “그때 아이를 본 순간 ‘아이들은 연기를 마시면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다리가 올 때까지 지체할 시간이 없어 ‘내가 밑에서 받을 테니 내려 보내 주세요’라고 외쳤다”고 했다.
그의 말에 한 남성이 아이의 팔을 잡고 최대한 아래쪽까지 내렸다. 그는 아이를 받을 준비를 했다. 다리를 살짝 앞뒤로 벌리고, 팔을 벌렸다. 그는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잘못 잡아 바닥으로 떨어지면 아이가 머리를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아이를 받지 않으면 안됐기에 ‘하나, 둘, 셋 하면 놓으세요. 하나, 둘, 셋’을 외쳤다”고 했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와” 소리와 함께 떨어진 아이는 그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암 수술로 몸무게가 56kg로 줄어든 그가 4m 높이에서 떨어지는 15kg의 여자아이를 받아낸 것이다. 두 번째 아이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냈다. 남은 어른 5명은 그의 유도대로 창문을 밟고 나와 1m 남짓 옆에 놓인 2층 베란다로 내려왔다. 위험에 빠졌던 이들이 모두 구조됐다.
그는 1988년 소방사로 들어와 올해로 29년차인 베테랑 소방관이다. 지난달 25일 신장암 수술을 받아 4주간의 요양이 필요했지만 그는 2주 만에 현장으로 복귀해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그는 “그때 그 자리에 다른 소방관이 있었더라도 맨 몸, 맨 손으로 받아냈을 것”이라며 “더욱이 아이를 밑으로 내려준 그 남성이 우리의 영웅”이라며 공을 돌렸다.
한편 이날 불은 빌라 1층 필로티 주차장의 재활용 수집장에서 처음 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불로 빌라에 있던 주민 20여 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빌라에 주차된 차량 4대가 모두 타 4천100만원의 재산 피해(소방서 추산)가 났다. 서부소방서는 정 소방경과 그를 도운 남성을 찾아 화재 진압 유공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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