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항 지진 비상 와중에 유럽여행 다 마친 공무원들

김정혜 2017. 11. 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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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지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주민들의 공포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포항시 공무원 10여명이 지진 직전 유럽 여행을 떠난 뒤 21일에야 귀국해 비난을 사고 있다.

더구나 자리를 비운 공무원 10여명은 포항시가 노조 격려 차원에서 보내줘 일정 대부분이 관광이며, 1인당 경비도 350만~400만원을 호가하는 호화 여행 상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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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 "비행기표 못 구해" 변명

여행업계 “납득 안되는 해명” 입 모아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북구의 한 빌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파편이 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지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주민들의 공포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포항시 공무원 10여명이 지진 직전 유럽 여행을 떠난 뒤 21일에야 귀국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지진 소식을 듣고 시 관계자로부터 귀국을 종용받았으나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시청 인사팀장과 포항시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 등 10여명은 지난 14일 7박8일간 유럽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포항을 떠났다. 이들은 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상황을 통보 받았으나 “비행기표를 못 구하겠다”며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이어 유럽에서 남은 일주일 일정을 다 소화하고 지진 발생 후 일주일째인 21일 낮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포항시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지진 당시 직원들이 오스트리아 빈에 있었고 즉시 귀국하도록 했으나 곧바로 연결되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연락 받았다”며 “여행사에서 독일 등 인근 다른 국가의 표도 구하려고 애썼는데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들었다”고 해명했다.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사.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하지만 여행업계는 이들의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지진 발생 당시 공무원들이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에는 인천공항까지 매일 1, 2편의 대한항공 항공기가 운항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인 독일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등 다수의 항공사가 매일 인천까지 운항하고 있고, 체코 프라하에서도 인천공항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포항지역 한 여행사 대표는 “당장 한 두 시간 뒤 비행기는 못 구할 수 있어도 도쿄 등을 경유하거나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협조를 얻는 등 선택지를 조금만 넓혔더라도 하루 이틀 뒤면 충분히 귀국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일주일이나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들어오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연일 비상근무 중인 포항시청 공무원들도 이들의 외유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더구나 자리를 비운 공무원 10여명은 포항시가 노조 격려 차원에서 보내줘 일정 대부분이 관광이며, 1인당 경비도 350만~400만원을 호가하는 호화 여행 상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도 “직원들은 잠 못 자고 있는데 노조는 밖에서 놀고 있느냐”며 이들의 외유를 떠난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포항시청 한 공무원은 “동료 직원들이 이 시국에 해외에 나가 있는 것도 몰랐고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줄도 몰랐다”며 “국가적 재난 사고에 전 직원이 연일 비상 근무로 녹초가 돼 있는데 비수기인데도 비행기표를 못 구했다는 말이 더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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