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배 늘었는데 큰 병원 없어 .. 차로 40분 청주서 진료

최종권 2017. 11. 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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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안전공사·기술표준원 등 이전
3년 새 인구 1만5425명으로 증가
전국 혁신도시 중 정주 만족도 꼴찌
"의료·대형마트·대중교통 등 열악"
공공기관 근무자 84% 기러기 가족
━ 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③ 진천·음성 혁신도시
진천·음성 혁신도시에 한국소비자원(오른쪽 건물) 등 9개 공공기관이 입주를 마쳤다. 내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2개 기관이 추가 이전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6일 오후 충북 진천 진천나들목(IC)에서 음성 방향으로 8㎞를 가자 아파트 단지와 공공기관 청사가 눈에 들어왔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중심상업 지구에는 우체국과 은행, 음식점 등이 즐비했다. 왕복 6차로 도로변에는 10층짜리 오피스텔과 스크린 야구연습장 등 농촌에서 보기 힘든 시설도 있었다. 허허벌판이던 논·밭에서 10년 사이 신도시로 탈바꿈한 진천·음성 혁신도시의 모습이다.

진천·음성 혁신도시는 진천군 덕산면과 음성군 맹동면 경계에 689만㎡ 규모로 2007년 착공, 지난해 말 준공했다. 토지매입과 시설건립에 9969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2014년 12월 2674명이었던 혁신도시내 인구는 올해 10월말 기준 1만5425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까지 인구 4만2000명이 사는 도시 건설이 목표다. 2013년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시작으로 국가기술표준원 등 9개 공공기관이 들어섰다. 내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까지 들어서면 모두 11개 공공기관이 입주를 마친다. 주민 윤종학(56)씨는 “3년 전만 해도 도시가 황량했다. 지금은 사람사는 동네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사 주변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1만4068세대)와 단독·다세대주택이 조성됐다. 유치원 2곳, 초등학교 2곳, 중·고등학교 3곳은 아파트 분양에 맞춰 차례로 문을 열었다.

혁신도시 착공 전인 2006년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의 개발 부지는 사과·배 등 재배지였다. [중앙포토]
혁신도시 내 학교에는 인근 진천읍과 음성 맹동·대소면에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올해 3월 개교한 서전고에 다니는 김영민(16·음성 대소면)군은 “서전고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돼 한국교육개발원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방세수도 늘었다. 지난해 혁신도시에서 걷힌 지방세는 380억원으로 2014년 95억원 보다 4배 증가했다. 남기인 음성군 혁신도시지원팀장은 “지방세 증가로 공립도서관 등 주민복지 시설과 기반시설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진천·음성 혁신도시가 장미빛만 있는건 아니다. 19일 둘러본 상가지역에는 ‘매매’ ‘임대’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었다. 공인중개사 권순재(35)씨는 “현재 상가 평균 분양가가 다른 혁신도시에 비해 30~40% 싼 편이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상가 공실률을 60%대로 보고 있다.

아파트 시세는 제자리 수준이다. 2013년 3.3㎡당 650만원에 분양된 한 아파트 매매가는 웃돈이 100만원 정도 붙은뒤 3년째 시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 중인 ‘충북혁신 B-2블록 공공분양’은 전체 70%가 미분양이다.

진천·음성 혁신도시
이는 의료·보육·여가 시설 등 정주여건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10개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진천·음성혁신도시는 가장 낮은 40.9점(평균 52.4)을 받았다. 의료·대형마트·교통 여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까지 이전한 9개 기관 직원 2321명 가운데 가족 동반 이주자는 16%인 371명에 불과하다. 2015년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혁신도시로 이주한 한모(40·여)씨는 “대형병원이 없어 자동차로 40분 떨어진 청주시까지 원정 진료를 떠날 때도 많다”며 “대중교통 노선도 오후 7시면 끊겨 고립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홍성호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진천·음성 혁신도시는 인근에 10만 이상 배후도시가 없어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다”며 “혁신도시 클러스터 용지와 산업단지내 기업을 유치해 인구를 늘리고 의료·복지시설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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