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령화는 같은데..곡성은 소멸 위험, 김제는 성장하는 까닭

장원석 2017. 11. 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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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 노인비중과 성장률로 분석
곡성, 보은 등 51곳 노인 비중 2배
성장률마저 후진, 지역경제 위태
대규모 산업시설 있는 곳 안전지대
김제, 나주 등 31곳은 산업 탄탄
농업 밖에 없는 곳은 사실상 정체상태
6차 산업 키워 인재 몰리게 만들어야

고령화·저성장 이중고 시달리는 지자체…보은·곡성·영암·하동 소멸가능성 크다

경상북도 구미시는 젊은 도시다. 인구의 55%가 30대 이하다. 경북 내 출생아의 20% 이상은 이곳 구미에서 태어난다.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3월(42만1633명)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던 구미의 인구는 올해 들어 회복을 시작해 11월(42만1674명)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일자리가 있고, 돈이 돌기 때문이다. 구미에는 2262만8000㎡ 규모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내륙에 있는 산단 중엔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을 비롯해 2161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9만6000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올해 들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지역 경기가 되살아났고, 이에 따라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구미와 북쪽 경계를 마주한 의성군과 사정은 사뭇 다르다. “젊은 사람 보기 어렵다”는 한 어르신의 푸념처럼 저출산·고령화의 현장이 어떤 모습인지 잘 보여준다. 1970년대 말 18만 명 정도였던 의성의 인구는 올해 약 5만 명으로 줄었다.

이 중 노인 인구(65세 이상) 비중이 35%를 넘는다. 아기 울음소리는 희미하다. 2015년 보건복지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군내 한 병원에서 외래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 전엔 무려 18년 동안 산부인과가 없었다. 여전히 분만 시설은 없다. 결국 출산을 하려면 타 지역으로 가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의성은 전국 지자체 중 소멸위험이 가장 크다. 소멸위험지수는 노인 인구 대비 20~39세 여성인구의 비중을 말한다. 이 지수가 1.0~1.5 미만이면 정상, 0.5~1.0 미만이면 소멸주의 단계다.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보고, 특히 0.2 미만인 곳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의성군은 0.158에 불과하다. 변변한 산업단지가 없어 새로운 인구 유입을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급격한 고령화는 경제의 적이다. 지출 측면에서 사회보장비용의 증가가 필연적이다. 그러면서 생산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야기한다. 근로자 평균 연령 상승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도 부담이 된다. 만약 고령화에 저성장까지 덮쳤다면 지역 경제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전국 지자체의 4분의 1이 저성장·고령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전국 203개(서울 25개 구와 세종시 제외) 시군구의 유형별 성장 특성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2011년~2013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과 노인인구 비중을 활용해 시군구를 초고성장·초고령지역, 고성장·고령지역, 고성장·비고령지역, 저성장·고령지역, 저성장·비고령지역 5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상황이 가장 나쁜 건 저성장·고령지역이다.

51개 시군구가 여기에 포함됐는데 노인 비중이 전국 평균(11.8%)보다 높으면서 1인당 GRDP 증가율은 전국 평균(3.7%)보다 낮은 곳이다. 주로 농어촌 지역이지만 부산 금정구와 인천 중구 등 대도시도 일부 포함됐다. 심지어 전남 곡성, 충북 보은, 경남 하동 등은 노인 비중이 전국 평균의 두 배 이상이면서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실상 지역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신호음이다.

성장잠재력이 있고, 고령화에 따른 부담도 덜하다고 볼 수 있는 고성장·비고령지역은 34곳이었다. 경기 화성·오산, 울산 중구처럼 대규모 산업시설이 있고, 젊은 인구의 유입이 많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충북 청주, 전북 전주와 같이 권역 내 거점도시 역할을 하는 곳도 비교적 안전지대로 분류됐다.

노인 비중이 크다고 모두 저성장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음에도 1인당 GRDP 증가율이 전국 평균의 1.5배 이상인 초고성장·초고령지역도 35곳이나 됐다.

전북 김제, 전남 나주, 강원 횡성 등이다. 이들 지역의 1인당 GRDP 증가율은 7.5%로 산업 인프라가 우수한 수도권이나 광역시의 비고령지역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이 35곳을 다시 유형별로 나눠보면 ‘제조업기반 농림어업 존속형(A)’, ‘서비스업·제조업 동반성장형(B)’, ‘농림어업 특화형(C)’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A는 대도시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제조업과 1차 산업(농업)이 섞여있는 모습을 보인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들 지역에선 제조업에서 나타나는 강한 특성인 고용안정성이 확인되고, 대도시에 입지한 연구소나 대학 등이 가까워 연구개발(R&D) 투자도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에는 버려진 채 잡초만 무성한 폐가가 곳곳에 있다.<중앙포토>
B는 다른 고성장 지역과 비교해 청년과 여성층의 비중이 크다. 대도시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충남 홍성, 전북 정읍 등 7곳이 여기에 속한다.

C는 제조업 등의 기반은 없지만 농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2차(제조업)·3차(서비스업) 산업을 결합한 6차 산업을 키운 곳이다. 경남 합천, 전남 함평 등 21곳이 여기에 속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활로를 찾은 지역이 있다는 의미다.

허 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지자체는 고령화 체감도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10~20년 후를 내다보는 기본계획을 세우고 기업 유치와 인재 양성을 통해 성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품제조업 등을 육성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며 “귀농·귀촌인구 유입을 통해 급속한 고령화를 완화하고, 융복합산업을 키워 제조업의 고용 없는 성장을 상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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