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보]가평 노부모 사망 ·실종 사건, 부모와 집 나섰던 딸 구속

전익진 2017. 11. 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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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존속 유기 혐의로 딸에게 영장 발부
범행 도운 종교인도 유기 혐의 함께 구속
지난 12일 북한강서 80대 노인 시신 발견
11일 딸과 외출했다 사망, 부인도 실종 상태
딸 "공기좋은 곳에 부모가 내려달라고 했다" 주장
종교인 "부부가 '죽고싶다'는 말 평소 많이 했다"
경찰, 종교 연관성 등 조사, 실종 어머니 찾는 중
가평 북한강. 전익진 기자
노부모를 강변에 유기해 아버지는 숨진 상태로 발견되게 하고, 어머니는 실종케 한 혐의(존속 유기)로 딸 A씨(43·여)가 구속됐다. 또 이를 도운 종교인 B씨(63·여)도 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나우상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A씨와 B씨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각각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전 경기 가평군 북한강 변 경강교 아래에 A씨의 부친 C씨(83)과 모친 D씨(77)를 유기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의 한 다리 밑에서 한 노인의 시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마을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숨진 노인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강에서 20㎞ 떨어진 가평군의 한 마을에 사는 C씨였다. 경찰은 C씨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의 몸에선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진 않았고, 사인은 익사(물에 빠져 사망)로 판정됐다.
폴리스 라인. [중앙포토]
경찰은 C씨가 뜻밖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 C씨의 가족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C씨의 딸 A씨와 연락이 닿았다. A씨는 “아버지가 맞다”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손을 잡고 놀러 갔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부모가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A씨는 실종신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경찰은 연락이 닿지 않는 C씨의 아내이자 A씨의 어머니인 D씨를 찾기 위해 수사팀을 꾸렸다. 그리고 은밀하게 A씨를 조사했다. 놀랄만한 사실이 포착됐다. 경찰이 C씨의 집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를 조사한 결과 “함께 손을 잡고 외출했다”던 C씨 부부가 지난 11일 오후 7시 20분과 9시 40분 두 차례에 걸쳐 집을 나선 것이다. CCTV에는 딸과 다른 사람이 탄 봉고 차량에 부부가 태워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딸의 거짓말을 확인한 경찰은 차량에 탄 인물을 추적했다. 차 속에는 A씨와 친분이 있는 B씨가 있었다.

A씨는 경찰에서 “아버지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조용한 곳에 내려달라’고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같은 곳에 내려달라’고 해서 차에 태워 북한강에 내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B씨는 “평소 C씨 부부가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미국에서 30년간 살다 3년 전쯤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2016년 10월부터 가평군의 집에서 살아왔다. 미혼인 A씨는 국내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했으나 "학원 일이 힘들다"며 한 달 전 그만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B씨가 이끄는 종교단체의 신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B씨는 과거 한 기독교 종파의 목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는 "교단이 있거나 교회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 마음이 맞는 이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고 기도하는 종교"라고 설명했다. 신도들도 B씨를 교주가 아닌 '선생님'으로 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마크
C씨의 집은 방이 4개 있는 214.5㎡(65평) 규모다. C씨 부부와 딸 A씨 말고도 다른 가족 3명도 살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도 B씨가 이끄는 종교단체의 신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의 수사에 "잘 모른다"며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B씨는 A씨 등을 만나기 위해 C씨의 집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실종된 A씨의 어머니 D씨를 찾기 위해 북한강 변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모른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 주변 인물들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B씨가 이끄는 단체가 C씨의 사망과 D씨의 실종 등과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의정부·가평=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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