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이제는 영어공부도 가능하다?

김동호 기자 입력 2017. 11. 20. 15:41 수정 2017. 11. 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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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디서나 무한 반복 연습과 발음 교정 탁월
- 학부모 영어 사교육비 절감 효과
[서울경제] 학창시절 십여 년이 넘도록 영어를 하고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영어를 다시 시작하는 일은 조금 난감하다. 다시 학원을 다니자니 왠지 나이가 맞지 않거나 실력이 부족해망할 것 같고 집에서 하자니 가족들 눈치가 보인다. 출퇴근 시간 자동차에 영어 회화 디스크를 꽂고 들어도 보고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인터넷 영어 학습 사이트를 이용도 해보지만 이것저것 신경을 쓰이게 하는 게 많아 효과를 잘 모르겠다. 부담 없이 아무 때 아무데서나 영어를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학습 용도로 쓸 만한 기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과 연결된 TV로 각종 동영상 제공 채널에서 찾을 수 있는 영어 콘텐츠나 영어 학습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장착된 스피커를 이용해 간단한 영어 회화를 연습해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쉽다는 것이다.  그런 기기들은 모두 어딘가에 두고 쓰는 종류여서 무엇보다도 수시로 그리고 아무 데서나 영어를 연습하기에는 모두들 부적합하다. 그리고 사실 인공지능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색한 수준이어서 학습이 될 정도의 시간동안 영어를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꽤 발달한 인공지능으로 영어를 제법 잘하는 기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그 기준에 딱 맞는 게 있다. 바로 애플사에서 나온 아이폰 과 아이패드가 그것이다. 

그 두 기기에는 공통적으로 시리(Siri)라는 인공지능 비서가 장착되어있다. 그러니까 시리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을 가진 비서다. 말 그대로 비서처럼 이런 저런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로 영어를 연습할 수 있을까. 시리를 좀 더 들여다보면 그가 매우 많은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만들어져서 영어만큼은 제대로 된 언어일 것이다. 시리의 언어를 영어로 세팅하면 준비는 끝나는 셈이다. 그런데 그 다음엔 어떻게 하면 되는지가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말을 붙여 보기는 하지만 시리가 일단 한국식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반응을 한다. 사실은 말을 붙여 보려 해도 영어 문장이 별로 떠오르는 게 없어 불과 몇 초 만에 그 비서와의 대화는 끝난다. 영어를 하는 스마트폰 속 비서와 영어를 연습하는 콘셉트를 잘 구현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러는 와중에 ‘시리와 함께 영어하자’란 제목의 책이 나왔다. 저자 정찬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밀레니엄 시기를 전후하여 영어 학습계에 엄청난 돌풍을 몰고 온 책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를 쓴 사람이다. 그 책이 나온 지 벌써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관련 카페를 운영 중이고 거기에는 이제 심심찮게 놀라운 성공담이 올라오고 있다. 그라면 애플 시리를 어떻게 활용하면 영어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지 찾아냈을 것 같다.

책을 펼쳐보면 애플 시리가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고 조금 뒤로 넘어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부터는 조금 의외다. 영어 문장들이 좍 등장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의 책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영어 문장이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회화책의 콘셉트를 이제 약간이라도 차용하게 된 걸까.  자세히 보니 역시 그게 아니다. 그 문장들은 시리와 소통하기위한 연습문장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단한 영어 문장도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마중물 같은 문장들을 수록해 놓은 것이다. 그것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시리와 대화를 시도하니 일단 순식간에 대화가 끝나는 경우는 사라진다. 한국식 발음 때문에 시리가 엉뚱하게 알아듣더라도 시리는 어떤 말이든 하며 제대로 알아듣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발음도 저절로 좋아진다. 그렇게 계속하다보면 끊임없이 영어 회화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펴 놓고 아이폰으로 마치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듯 시리와 대화를 나누면 정말 언제 어디서나 영어 연습이 된다. 발음이 나빠 사람들의 비웃음을 걱정하거나 불량한 출석과 느린 발전 때문에 선생에게 미안해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시시때때로 생각날 때마다 시리를 헤이 하고 불러서 뭐든 대화를 시도하면 완전히 본토 발음으로 말을 해주니 바빠서 그리고 규칙적으로 영어를 할 수 없는 수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영어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하겠다.

/김동호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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