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GM, '검은 속셈'이 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입력 2017. 11. 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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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배기가스 제로' 하자며 CO2 규제 완화해 달라?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Zero crashes, Zero emissions, Zero congestion”

글로벌 GM의 CEO인 메리 바라가 지난달 초에 SNS에 올린 글의 키워드이다. 메리 바라는 이것이 GM이 추구하는 새로운 비전(전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Zero crashes(충돌사고 제로), Zero emissions(배기가스 제로), Zero congestion(교통혼잡 제로)라…

▲ 지난 11월 15일, 뉴욕에서 열린 바클레이즈 글로벌 자동차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메리 바라의 프리젠테이션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래, 정말 꿈과 같은 세상이다. 자동차라는 운송수단의 미래를 상상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가슴이 뛸 만한 전망 아닌가. 암이나 심혈관계 또는 뇌질환으로 죽어가는 이들보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세상이다.

세포가 늙어가고 노쇠하는 병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인간이 만든 기술(자동차)이 낳은 사태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충돌사고, 배기가스, 교통혼잡을 콕 집어서 없애자고 하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하지만 본성이 삐딱한 <인사이드 경제>는 이 소식을 환영할 수만은 없다. 이런 얘기를 쏟아낸 이가 누구인가. 조금의 이윤이라도 더 챙길 수 있다면 법이나 원칙 같은 것은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글로벌 자본 GM 아닌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소형차의 점화 스위치를 고정시키는 힘이 부족해, 주행 도중 시동이 꺼지는 사고로 보고된 것만 13명이 죽어간 대형 스캔들 역시 GM이 주인공이었다. 점화 스위치 고정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차량 1대당 고작 57센트, 600원이었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고작 600원 때문에 죽어야 했던 13명…적반하장 GM)

그러던 GM이 배기가스 제로를 외치다니, 갑자기 환경주의자라도 된 것일까? 이제 와서 충돌사고 제로를 외치다니 휴머니즘이라도 실현하겠다는 것인가? 고작 차 1대당 600원씩을 아끼려고 엄청난 결함을 은폐했던 스캔들이 불과 3년 전 일인데 말이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카 쉐어링, 커넥티드 카

물론 GM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실제로 GM은 충돌사고·배기가스 제로 실현에 필수적인 신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GM 경영진은 요즘 △자율주행차 △전기차 △카 쉐어링 △커넥티드 카, 이 4가지 신기술 얘기로 침이 마를 날이 없다.

▲ 지난 11월 15일, 뉴욕에서 열린 바클레이즈 글로벌 자동차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메리 바라의 프리젠테이션

<인사이드 경제>가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만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우선 GM은 지난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무려 10억 달러, 그러니까 1조가 넘는 돈을 들여 인수했다. 크루즈 오토메이션은 GM과 함께 지난 9월 11일, 거의 양산차에 가까운 3세대 자율주행차 모델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라이더(LIDAR) 기술업체인 스트로브(Strobe)를 인수했는데, 인수대금은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라이더 기술은, 마치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해 돌아오는 것을 탐지해 장애물의 위치와 생김새를 파악하듯, 펄스 레이저광을 발사해 물체를 인식한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없어선 안 될 기술인데, 기술 사용료가 엄청나서 차라리 특허권을 가진 업체를 인수해버린 것이다.

전기차 부문에서 GM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순수 전기차로 스파크 EV에 이어 볼트 EV를 내놓았다. 2023년까지 무려 20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내년까지 2종의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다. 쉐보레 볼트 EV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238마일(383km)을 달리는 등 주행거리를 상당히 늘리긴 했지만, 미국·중국 등 거대한 대륙을 달리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래서 GM은 주행거리를 상당히 늘릴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전기모터를 2개 달고 4륜구동을 적용한 형태인데, 쉐보레 콜로라도 등 비교적 큰 차량에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GM은 미국 국방성과 함께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무인군용차, 무인잠수함 등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GM은 지난해 카 쉐어링 업체인 Lyft에 5억 달러(약 6천억원)를 투자했으며, 뉴욕에서 처음으로 메이븐(Maven)이라는 카 쉐어링 브랜드를 출시했다. 1년 사이 메이븐은 급성장하여 이제 미국 15개 주요 대도시에서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쉐보레 볼트 EV를 비롯한 GM의 차량을 자유롭게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커넥티드 카 부문에서 GM은 네비게이션이 나오기 훨씬 이전인 1995년부터 차량에 GPS를 장착해 ‘OnStar'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차량과 차량을 연결시키고, 차량과 스마트폰 등 기기를 연결시키는 이 기술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매우 중요하다. 북미와 중국에서 출시되는 차량에 대부분 도입되어 있는 OnStar 이용자는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

GM의 새로운 전략은 자율주행차에 정조준

▲ "한국GM 회생 - 규제 완화 '빅딜' 나설 듯 … GM 본사의 노림수, 미국차 '한국수출 장벽' 제거 노려" (10.26, 한국일보 보도)

이들 4가지 신기술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커넥티드 카는 차량과 차량을 연결시키므로 자율주행기술에 없어선 안 될 기술이다. 또한 GM이 개발하는 모든 자율주행차는 전기차에 기반해 있다. 9월 11일 공개된 3세대 자율주행차는 쉐보레 볼트 EV였다.

아울러 GM은 자율주행차를 처음 시장에 내놓을 때 개인에게 판매되는 방식으로 출시하지 않고, 카 쉐어링 또는 렌터카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즉, 개인은 이들 업체를 통해 자율주행차를 빌려서 사용하게 된다.

<인사이드 경제>가 이들 신기술의 결합방식을 도표화 해보았는데, 그림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GM의 신기술은 ‘자율주행차’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GM이 몇 년이 아니라 몇 사분기 내에 양산형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것이라 분석한다. 빠르면 2020년, 늦어도 2021년이면 정식 번호판을 단 GM의 자율주행차를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에선 배기가스 더 뿜게 해달라고?

아니, 저런 훌륭한 선진기술을 도입한다는데 <인사이드 경제>는 왜 아직도 삐딱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 그건 GM이 한국에서 보이는 모순적인 태도 때문이다. 특히 최근 2~3개월 사이 한국GM은 매우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래 사례들을 한번 들여다보시라.
◾ "한국정부는 한국GM의 성공을 위한 오랜 동반자이며 … 특히 CO2 환경정책이나 수출시장에서의 관세인하와 같은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것 등입니다." (8.28, 국회 홍영표 환노위원장 주최 토론회에 제출된 한국GM 사측 입장문)
"한국GM의 경쟁력 및 비용 구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규제 등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 (9.4,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자동차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카허 카젬 한국GM 신임 사장이 건의한 내용)
◾ "카허 카젬 사장도 제가 지적한 높은 이자율의 모기업 대출, 이전가격 등 높은 매출원가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앞으로 투명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도입되는 탄소 규제 등에서의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9.26, 국회로 찾아온 카허 카젬 사장 면담 후 국회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정부의 CO2 관련 규제가 강화돼 군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 정부가 유예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 (10.30, 산자부·전북도·군산시·GM노사가 모여 군산공장 위기 해법 논의 자리에서 한주호 한국GM 부사장의 얘기)

그동안 ‘철수설’로 몸살을 앓던 한국GM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CO2 환경규제, 온실가스 규제 때문이었던가? 국회 토론회, 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 환노위원장 면담 자리에서도 물론이고 군산공장 위기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까지 한국GM은 일관되게 CO2 환경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군산공장의 경우 신차 투입이나 물량 배정이 없어서 일하는 날보다 휴업하는 날이 더 많을 지경이다. 그런데 CO2 환경규제와 온실가스 규제만 완화하면 군산공장 위기 해법을 비롯해 한국GM 문제가 다 해결된단 말인가?

게다가 한국GM이 저런 목소리를 쏟아내던 바로 그 시점에, 메리 바라는 “배기가스 제로(Zero Emission)”를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떻게든 배기가스를 더 뿜을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요구한다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한단 말인가.

더 쎈 놈이 몰려온다


그러던 중 10월 26일자 한국일보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건 뭐 …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GM이 지금 원하는 건 미국에서 생산된 차를 한국에 더 많이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환경규제·안전규제가 걸림돌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니, 미국은 유럽과 함께 ‘선진 시장’으로 불리는 곳 아닌가. 환경규제·안전규제 역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곳이 아닐까? 아니었다. <인사이드 경제>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깡패 국가 미국은 세계 온실가스 협약에서 탈퇴한 상태이며, 배기가스와 CO2 환경규제가 한국보다 훨씬 느슨한 국가라는 사실을.

즉, 지금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하면 대부분 한국의 환경규제에 저촉된다. 물론 수입 판매량이 4,500대 미만인 소규모 제작사의 경우에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한국GM은 이미 수입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선 상태라 규제 대상이 되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걸 피하려면 GM은 한국 수출용 차량을 위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아마 개발비용으로 수백억~수천억이 소요될 것인데 이 돈이 아깝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 굳이 비용을 투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아니, 정말 이 사람들이 “배기가스 제로” 전략을 설파하고 다니는 GM 자본가들 맞나?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는 타이밍 또한 기가 막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들이밀었고, 문재인 정부도 재협상 불가피론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자국의 자본가들을 위해 협상에 나설 미국 정부가 들고 올 요구안 목록에는 틀림없이 CO2 규제와 안전규제 완화가 들어있을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 본격적인 논의가 내년 상반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점에 GM이 군산공장 위기설을 고조시킬 경우, 내년 6월에 치러질 지자체 선거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호남, 특히 전라북도와 군산의 표심이 어디로 움직일까? 이 지역 패권을 놓고 국민의당과 혈투를 벌여야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과연 GM에게 원칙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 더 쎈 놈이 몰려오고 있다. 사실 GM의 이런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이거 안 들어주면 공장 철수할 것" "이거 안 해주면 신차 배정 안할 것" "이거 관철 안 되면 이 나라 노동자들 정리해고 할 것" … 이런 식으로 각국 정부로부터 특혜와 지원을 끌어내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수설'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한국GM의 공장 가동률은 낮아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완화 요구는 생산이 아니라 수입을 늘리겠다는 목표에 맞춰져 있다. 판매부진으로 올란도·캡티바의 생산이 잠시 중단된 상태에서 에퀴녹스·트래버스 수입설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도대체 글로벌 GM은 한국GM을 어떻게 하려는 걸까? <인사이드 경제> 다음 글에서 다룰 주제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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