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승호 PD "MBC 사장 출마하겠다"

김도연 기자 입력 2017. 11. 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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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사장 출사표 던진 최승호 “상징적 인물이 MBC 재건 중심 역할해야”… “인적 청산과 MBC 재건, 동시에 이룰 것”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MBC 해직 PD로서 다른 한 편으로 독립 언론 뉴스타파 PD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던 최승호 PD가 20일 MBC 사장 출사표를 던졌다.

최 PD는 20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반드시 MBC를 재건해야 한다”며 “그동안 언론인으로서 살아왔지만 지금은 경영자로서 조직 힘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게 급선무다. 공정방송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 MBC를 살리는 데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포부를 밝혔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가 20일부터 27일까지 MBC 사장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MBC 안팎으로 유력한 사장 후보로 꼽혔던 최 PD가 공모 첫 날 사장 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MBC 재건을 위한 후보자들의 경쟁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 PD는 “어느 때보다 새 리더십에 대한 갈망과 기대가 큰 것 같다”며 “나는 MBC 정상화 투쟁 한 가운데 있었다고 자부한다. MBC 해직자이자 뉴스타파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무너지는 MBC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았다. 누구보다 MBC에 대한 충정이 크고 또 영화 ‘공범자들’ 연출을 통해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론화했다”고 밝혔다.

▲ MBC 해직 PD로서 다른 한 편으로 독립 언론 뉴스타파 PD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던 최승호 PD가 20일 MBC 사장 출사표를 던졌다. 최 PD가 20일 서울 당산동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 PD는 ‘경영인으로서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방송사 경영 핵심은 기자·PD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최 PD는 공영방송 MBC와 따로 떼어서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이다. 1986년 12월 MBC에 입사해 ‘방송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PD저널리즘을 개척한 대표 언론인으로 손꼽힌다. 2005년 한학수 MBC PD와 함께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쳤고 2010년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 등을 통해 ‘한국PD대상’, ‘한국방송대상’, ‘송건호언론상’, ‘안종필언론상’ 등 각종 언론인상을 휩쓸었다. 그는 2012년 공정방송 파업 과정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해고됐다. 보수 정권의 언론장악 결과였다.

MBC의 유능한 기자·PD들이 이번 사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 PD의 새 도전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뷰는 20일 오전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이뤄졌다.

- 사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MBC를 재건해야 한다는 사명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여러 후배들 권유도 있었지만 더 이상 피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난 언론인 혹은 방송인으로서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MBC 재건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매번 했다. 지금은 ‘경영인’으로서 새로운 방향으로 MBC 조직을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공정방송’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들과 시청자들 지지를 바탕으로 내부 에너지를 한데 모아 무너진 MBC를 되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 최승호가 유능한 저널리스트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로서의 역할은 또 다를 텐데?

“일단 PD라는 직업 자체가 ‘경영’과 맞닿은 면이 있다. 수많은 제작진들을 하나로 융합해 전문성을 고도화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과거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W’ 등에서 책임 PD를 맡았고 구성원들을 융합하고 이끄는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MBC 프로그램’이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자백’, ‘공범자들’ 제작과 연출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전문가들의 도움, 후배들과의 협업, 모든 것이 총집합해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방송사 경영이나 사장을 해본 경험은 없지만 방송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PD와 기자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고 다지는 역할이다. 세밀하게 간여하는 것보다 큰 방향을 설정하고 구성원 힘을 합치는 것이 현재 MBC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 MBC 해직 PD로서 다른 한 편으로 독립 언론 뉴스타파 PD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던 최승호 PD가 20일 MBC 사장 출사표를 던졌다. 최 PD가 20일 서울 당산동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금 MBC에는 어떠한 리더십이 필요한가?

“우리 시대만 해도 경영진과 간부들이 일방향적으로 후배들에게 지시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시대 환경이 바뀌었다. 그런 리더십으로는 도저히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개별적인 기자·PD·아나운서·엔지니어들이 각각 자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언론인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로막았던 것이 지난 9년의 MBC 아니었나.”

- 쉽지 않은 결정인데 가족들 반응은 어떠했나?

“아내는 반대했다. 지금처럼 언론인으로서 역할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우려를 했다. ‘왜 굳이 무리를 하느냐’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격변기이니 사장을 하더라도 나중에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조언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난 단 한 번도 국장을 해야겠다, 사장을 해야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는 간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웃음). 당대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해왔다. 현재 MBC 내 다른 선후배들이 방송을 재건하고 난 뒤 MBC 사정이 좋아졌을 때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른다는 건 내가 살아왔던 방식과 결이 다른 이야기다.”

- 현 MBC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산과 재건이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임명되고 난 후 잘못된 결정이 반복돼 왔다. 현 경영진과 간부들은 MBC를 오염시켜 왔다. 청산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가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김장겸 MBC 사장 해임으로 파업은 잠정 중단됐지만 기존 ‘적폐 간부’나 시용·경력 기자들과 이번 파업 참여 언론인들 간 갈등도 불가피한 상황인데?

“그동안 MBC에 있었던 부당한 일과 인사 배제 등에 대한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면 그에 대한 인사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일반 기준에 비춰봐도 과거 MBC에서 벌어진 일들은 납득할 수 없는 성격의 것들이 많았다. 그것을 그냥 놔두고 새 출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현재 비제작부서로 부당하게 전보된 구성원들은 정상화의 가장 큰 동력이다. 시용·경력 문제도 심각하다. 채용 과정에서 불투명한 부분은 없었는지 다시 살펴볼 생각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도 여러 공기업에서 벌어진 채용 비리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 않나? 우리 역시 자체적으로 그러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업 불참) 경력 기자 중에서 공정방송에 대해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친구도 있을 것이다. 저널리즘 측면에서 그들은 잘못된 사람들의 일방 지휘를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런 부분에 대해 좋은 선배들을 통한 추가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공평한 기회’, ‘자율적인 제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이 작업이 완성돼야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MBC 해직 PD로서 다른 한 편으로 독립 언론 뉴스타파 PD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던 최승호 PD가 20일 MBC 사장 출사표를 던졌다. 최 PD가 20일 서울 당산동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C 파업은 시민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새로운 MBC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나는 과거 MBC가 충분히 공영방송이었는가, 부족함이 없었는가, 자문해보곤 한다. 우리가 최고 콘텐츠를 가진 방송사라는 것만 강조했지만 한국사회의 본질·구조적 문제점을 얼마나 다뤘는지 의문이다. 선도적으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고 국민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선사하고,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는 방송사로서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완전히 MBC가 망가졌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시청자들의 지지였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경쟁력을 되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차피 지상파 방송은 여·야 기계적 중립 보도 아니냐’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 기계적 중립은 굉장히 소극적인 방식일 뿐 아니라 면피성 보도에 불과하다. MBC 보도 기조는 시시비비가 돼야 한다. 진실을 추구하는 보도가 돼야 한다. MBC 공정방송 투쟁에 나섰던 기자·PD·아나운서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저널리즘’이어야만 한다.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고 비판해 한국사회가 새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적폐와 부조리를 고발하는 MBC가 돼야 한다.”

- 최 PD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의 미디어 환경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특히 지상파의 위상과 신뢰도가 예전과 같지 않은데?

“매체 환경이 너무 달라져 지상파 방송이 갖는 지위가 예전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미디어 플랫폼들이 시청자들에 의해 시시각각 소비되고 있다. 그래도 기본은 콘텐츠다. 국민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 콘텐츠들은 늘 새롭고 놀라워야 한다. 공영방송이라면 드라마와 예능도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 차별화를 보여줘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설지 늘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MBC 콘텐츠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우리 구성원들과 치열하게 논의할 생각이다.”

- 만약 사장이 된다면 탐사 보도 강화는 필수적일 텐데?

“공영방송 탐사보도는 무책임한 폭로여서는 안 된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보도를 해선 안 된다. 조심스러우면서도 겸손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추적해야 한다. 탐사보도는 한국사회 적폐와 부조리를 수술할 수 있는 토대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MBC 언론인들이 더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만약 사장이 된다면 MBC 저널리스트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다.”

▲ MBC 해직 PD로서 다른 한 편으로 독립 언론 뉴스타파 PD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던 최승호 PD가 20일 MBC 사장 출사표를 던졌다. 최 PD가 20일 서울 당산동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외주 PD와의 갑을 관계 등 방송사에 노정돼 있는 문제들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관계가 돼야 한다.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이 좋아질수록 방송의 질이 나아진다는 건 자명하다. PD수첩 책임PD 시절 PD수첩 작가들 처우 개선에 힘썼던 것을 생각한다. 방송은 결코 기자·PD 개인만의 힘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같이 하는 것이다. 같이 해야 한다. MBC 방송은 내·외부 전문가 협업을 통해 제작된다. 정당한 노동 대가를 받지 못하는 조직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콘텐츠가 나올 수 있나. 정당한 노동 대가 지불은 기본이다. 아울러 MBC 본사와 계열사, 서울 MBC와 지역 MBC 간 수직적 구조도 타파해야 할 대상이다. 자율적인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 등을 하면서 지역 MBC 구성원들의 여론을 충분히 들었다. 지역에 제대로 된 언론사를 만든다는 생각에서 기존 수직적 구조를 깰 것이다. 통제보다는 자율이다.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 ‘최승호는 세다’라는 시선이 있기도 하다. 또한 보수 진영에서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텐데?

“PD를 하면서 중점을 뒀던 것은 ‘합리’였다. 내가 제작한 탐사보도는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었다. 과거 MBC 임원은 내게 ‘워치독’이 아니라 ‘어택독’이라고도 했다.(웃음) 그러나 결코 무리한 주장을 한 적 없다. 100을 취재해도 계속되는 검증과 사실 확인을 통해 80~90 정도 보도했다. 그 결과 보도에서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MBC 사장이 된다면 부당한 자본과 정치 권력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어떠한 권력이든 MBC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감시하고 견제할 것이다. 그게 이 사회를 위해 나와 동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 제작 현장을 떠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황우석 논문 조작 보도의 경우 내가 직접 취재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취재를 성공할 때까지 밀어붙였다. 지원을 충분히 했고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후배 PD들이 끝까지 취재할 수 있도록, 그래서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보는 역할이었다. 그러한 보도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 지켜보는 기쁨도 보람 있는 일이다. 물론 MBC 사장이 된다고 해도 나는 언젠가는 제작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이다. MBC 사장 자리를 매개로 정치권으로 간다던가 임명직을 한다던가,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정말 전혀 없다. 다만 지금은 후배 MBC 언론인들이 MBC라는 채널을 통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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